스내커

'엄마 메르켈'의 뚝심과 양심

앙겔라 메르켈

지난 주말(현지 시각) 독일은 2만명의 난민을 새로 맞았습니다. 유럽에서 난민 수용의 총대를 멘 앙겔라 메르켈(사진) 총리는 난민들로부터 ‘엄마 메르켈(Mama Merkel)’로 불리고 있는데요. 무엇이 메르켈로 하여금 그러한 대담한 결정을 내리게 했을까요.

우선 경제적 관점에서 실익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시리아 등지에서 탈출하는 난민의 대부분은 기술층으로 파악되고 있고요. 가족과 함께 탈출한 사람들은 그래도 중류층이어서 향후 독일 경제에 득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입니다. 낮은 출산율에 고민하고 있는 독일로서는 노동자의 필요성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은혜의 되갚음’을 들 수 있습니다. 일종의 도덕적 의무감의 발현인데요. 독일이 전후 70년 동안 미국 등 외국의 도움을 받았다는 인식이 이런 통 큰 결정 배후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실제 50~60년대 ‘라인강의 기적’은 터키 노동자들의 헌신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동독 출신인 총리 개인적으로도 서독 이웃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제 그 수혜를 되돌려 주겠다는 겁니다.

솔직하고 양심적인 메르켈의 도덕관은 독일 과거사 인식에도 선명하게 투영됩니다. 뻔뻔하기 이를 데 없는 일본과 상대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크게 주목되는데요. 2003년 10월 같은 기독교민주당 소속 연방의원이 “유대인을 가해자로 보는 시각에도 어느 정도 정당성이 있다”고 하자 그에 대한 징계는 물론 당원에서 아예 제명시켰습니다. “오늘날 독일인이 자유와 주권을 말할 수 있는 것은 과거사에 대한 인정 때문”이라는 제명 사유가 무척 신선합니다.

메르켈은 또 2013년 8월 독일 총리로는 처음으로 2차대전 때의 다하우 나치 수용소를 찾아가 “수감자들의 운명을 떠올리며 깊은 슬픔과 부끄러움을 느낀다”면서 “대다수 독일인이 당시 대학살에 눈 감았고, 나치 희생자들을 도우려 하지 않았다”고 사죄했습니다. 메르켈의 사죄는 ‘남의 일’이라며 대학살을 모른 척했던 나치시대 시민들의 정치적 방조와 무관심에 대한 양심선언이자 고해성사입니다. 독일 신학자 마르틴 니묄러도 비슷한 맥락의 고백을 한 바 있지요.

나치가 처음 공산주의자들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음에 그들이 유태인들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유태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음에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에게 왔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그들이 가톨릭 교도들에게 왔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개신교 신자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
더 이상 나를 위해 말해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마르틴 니묄러(1892~1984) ‘그들이 왔다’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을 거쳐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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