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사한 세살배기 시리아 난민 시신이 터키 해변에서 발견돼 세계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지난 3일(한국 시각) 국내외 언론들은 "시리아 북부 코바니 출신인 에이란 쿠르디(3)가 이날 오전 터키의 휴양지인 보드룸의 해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엎드린 모습으로 발견된 이 아이는 최근 그리스 코스섬으로 가다가 터키 해안에서 전복된 난민선 탑승객 사망자 12명 중 1명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진: CNN>



터키 도안 통신이 찍어 보도된 크루디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사진은 SNS를 통해 '파도에 휩쓸린 인도주의'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채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난민의 참상이 얼마나 끔찍한지 통절히 느끼게 하는 사진"이라고 말했습니다. 고향에서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쿠르드족과 전쟁을 벌이고 있어 피난길에 오른 이들처럼 시리아, 에리트레아 등을 탈출해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 문제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해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유입된 난민이 무려 35만 명을 넘었으며 코르디처럼 중간에 숨진 난민은 2600여 명이나 됩니다. 이에 대한 유럽 각국 지도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모습입니다. 난민 이동을 암묵적으로 방조하던 헝가리 정부는 부다페스트 역이 수천 명의 난민촌으로 변하자 비자와 신분증 검사 강화를 통한 통제에 나섰습니다. 영국의 캐머런 총리는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는 해답이 될 수 없다"며 싸늘한 태도를 보이다가 오늘(4일)에서야 수용 결정을 내렸습니다.
캐머런의 난민 수용 결정은 유럽 지도자들의 리더십 부재를 성토하는 양심의 목소리에 힘입은 바 큽니다. 인디펜던트지는 "파도에 실려온 꼬마의 사진이 난민에 대한 유럽의 태도를 바꾸지 못한다면 대체 무엇이 바뀌겠느냐"고 질타했고요. 미국의 허핑턴포스트 역시 난민 수용을 거부하던 캐머런 총리를 겨냥해 "영국, 뭐라도 좀 하세요"라는 제목으로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영국과 달리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처음부터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겠다는 발표와 함께 "다른 유럽국도 동참해달라"고 촉구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총리가 이렇게 적극적 태도를 보이자 독일 국민들도 호응했습니다. 지난 2일 하루에만 3천709명의 난민이 뮌헨에 도착하자 독일 당국은 이들을 신속하게 시내 난민접수처로 수송했으며 많은 시민들이 생수와 음식, 기저귀 등 생필품을 제공했다고 하네요. 인형과 장난감을 가지고 오는 자원봉사자도 있었다고 합니다. 더욱 놀라운 일은 베를린의 난민지원단체인 '난민을 환영합니다'에는 자신의 집에 난민을 머물 수 있게 해달라는 시민 신청이 780건 넘게 들어왔다는 사실입니다.

이에 독일 쥐트도이체자이퉁은 1면 기사에 '독일은 희망의 땅'이라는 제목을 달았고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네자이퉁은 난민 부담을 나눠야 한다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발언을 실어 주목 받았습니다. 메르켈 총리. 이제 보니, "상당한 여장부네요."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을 거쳐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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