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랑이 승천하는 봄날에,

흰 날개와 가늘고 긴 다리를 지닌 흰나비가 날았지. 흰나비는 겹눈으로 방향을 잡고, 날개 근육을 움직여 팔랑 ~~ 팔랑 날다가 꽃을 보았지. 그 꽃은 2미터의 키, 진한 분홍색 꽃다발, 점박이 줄무늬가 있는 철쭉꽃이었어. 흰나비는 꿀이 쏟아질 것이라고 상상하며 꽃에 착지하고, 철쭉꽃 속으로 빨대를 밀어 넣었지. 환상과 고통이 같이 온다고 하더니 앞발이 철쭉꽃 끈끈이에 붙들렸다. (철쭉꽃에는 끈적거리는 점액질이 있어 나비 정도는 생포한다.)

흰나비는 끈끈이로부터 빠져 나오기 위해 발을 움직였다. 한발을 빼면 한발이 붙들리고, 빼고 빠짐을 반복했지만 발은 끈끈한 접착력을 이기지 못했다. 처절한 발놀림에도 붙어버린 발은 떨어지지 않았지. 나비는 기운을 잃어 날개를 축 늘어뜨리고 바람 따라 흔들렸다. 끈끈이에 빠져 죽은 파리 냄새가 지독했고, 끈끈이 액체에 여린 발이 녹는 듯 짜릿짜릿했다. 기운이 빠진 나비에게 무당벌레가 다가와 말했다.

“나비 주제에, 일도 안 하고 나불나불 날더니, 이제는 공중에 거꾸로 매달려 쇼 까지 하는 군. 저러다가 말벌에게 걸리면 바로 황천길인데.”

무당벌레는 나비가 끈끈이에 붙들린 것을 모르고 놀려댔다. 흰나비는 무당벌레의 빈정거림에 더 답답했지만 살기 위해 호소했다.

“끈끈이에 붙들린 나를 구해 주라. 구해주면 뭐든지 보답하마.”

“그래! 당신을 구해주는 조건이 하나 있다. 무당벌레는 진딧물을 잡아먹다 보니 꽁지에 죽은 진딧물 진액이 붙어 있어 항상 찝찝하다. 너의 향기로운 빨대로 더러운 진액을 씻어주면 너를 구해 주겠다.”

무당벌레의 지저분한 제의를 받은 흰나비는 잠시 망설였지만 일단 살기 위해 조건을 수용하는 날개 짓을 보내자, 무당벌레는 나비 앞으로 바짝 다가와 꽁지를 들이댔다. 나비는 무당벌레의 꽁지에서 썩는 냄새가 났지만 빨대로 훑어 주었다. 나비는 참기 위해 눈을 감았고, 무당벌레는 시원해서 눈을 감았다. 봉사를 받은 무당벌레가 나비를 구하기 위해 발을 잡고 날아 보았지만 나비의 발은 끈끈이로부터 떨어지지 않았다. 나비는 기진맥진 상태에서 깊은 잠에 빠지자,

아 - 뿔 - 싸, 배은망덕한 무당벌레가 슬그머니 달아났다.

잠에 빠져 서서히 죽어가던 나비를 깨운 것은 금빛 나비였다.

「독이 있는 꽃에 빠졌구나? 발이 붙들렸다고 발만 움직이는 것은 집착이다. 집착은 고통을 더 크게 키운다. 탈출을 하려면 발로 밀면서 날개의 힘을 보태라.」

금빛나비의 조언대로 흰나비가 발로는 끈끈이를 밀면서 날개를 요동치자 끈끈이에서 떨어졌고 나비는 다시 살아났다.

산 너머 산이라고 하더니,

위기 너머 또 하나의 위기가 왔다. 흰나비는 죽음의 문턱에서 빠져나왔지만 더러운 무당벌레의 꽁지를 빨았다는 사실에 심하게 자존심이 상했다. 균형을 잃고 휘청거릴 정도로 상처를 입었다. 뒤따르던 금빛나비가 안쓰러운 듯이 말했다.

「불쾌한 과거는 분석하고 잊어라. 과거 불쾌감은 현재를 신중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과거에 잡히면 현재를 놓친다. 나비는 살아 있는 현재를 날아야 한다. 현재를 이탈하면 그것은 실존적 죽음이다. 자신을 위로하고 다시 힘을 내라.」

흰나비는 금빛 나비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무당벌레에게 당한 것이 자존심 상하여 불규칙한 그래프를 그리며 무심히, 아니, 아무런 경계심 없이 날아가다가 흰나비는 제비에게 걸려서 죽고 말았다.

아니, 그렇게 고생한 흰나비를 빨리 죽여! 이렇게 허무하게 죽이려면 구해주지를 말던가? 제작비 부족으로 결론을 짧게 마무리한 영화처럼 재미가 막 생기려고 하는데 서둘러 마무리를 하다니! 타당한 이유를 설명해 봐! (지나친 자존심은 생존에 방해가 된다는 것을 충격적으로 전하기 위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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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은 자기를 지키고 빛내는 실존 언어다, 자존심은 자기를 세우고 지키는 심장의 칼날이며, 자기를 교주로 하는 1인 종교, 자신을 고결하게 보호하는 경호실장이다. 자존심은 속으로 태우는 불꽃이지, 겉으로 타면 이성까지 타버린다. 지나친 자존심은 자기 에너지를 뺏고, 마음에 화상을 입히며, 실리와 순서 없는 싸움으로 사람을 잃는다. 자존심 상한 일이 있어도 바로 반발하지 않고, 일시적 굴욕을 당해도 자존심으로 대응하지 않고, 운명으로 받아들이면 성숙한다.

자존심보다 소중한 지존. 상대의 모난 행동에 자존심으로 대응하면 순간순간이 고달프고 힘이 든다. 마음의 여백을 만들어서 상대의 거슬림에 반응하지 않고, 매사를 자신감으로 응대하며, 조용히 그리고 확실하게 자기를 발전시켜 만인이 우러러보는 지존을 꿈꾸어야 한다. 자존심에서 지존으로 가는 길은 자(自)자에서 점하나만 지우면 되지만 그 길은 많은 수양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자존심이 상하는 상황에 처하면 내가 최고라는 자부심과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삐딱한 상대를 소리 없이 제압하고 나의 사람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자존심은 자기 1인의 영역이라면, 자부심과 자신감은 보다 많은 사람을 얻는 길이며, 지존은 만인을 얻는 성역이다.

자존심을 다스려 행복을 찾는 법 <우화 법률 105조 3항>
1. 자존심은 영혼을 지키는 꽃이지 미운 놈을 치는 칼이 아니다.
    자존심으로 미움을 해결하면 자존심은 펑크 난 바퀴기 된다.
    자존심을 양보하고 유보하여 실리를 얻는 것은 삶의 지혜다.     

2. 상대의 오만은 자신감과 자부심으로 소멸시켜라.
    자신감(자부심)은 자존심보다 센 에너지로 상대의 오만을 무력화시킨다.

3. 일생이 행복하려면 큰 꿈과 사명감을 가져라. 꿈이 크면 예민한 자존심과
    열등의식이 생기지 않는다.

4. 최고의 자존심은 자기 분야의 지존(至尊)이 되는 것이다.
    지존이 되면 유보했던 자존심을 동시에 살릴 수 있다.

5. 하루가 행복하려면 자존심을 지키고, 한 달이 행복하려면 내가 최고라는 자신감을 갖고,
     평생이 행복하려면 자기 분야의 지존이 되자.

#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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