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악마의 마지막 선택 - 영혼으로 악마를 퇴치하는 법

하늘나라에서 선악과(善惡果)를 몰래 먹다가 쫓겨난 악마가 있었지. 쫓겨난 악마는 보이지 않는 투명체로 지상으로 내려와 살 곳을 찾았어.

지상에 온 악마는 눈부신 햇살이 너무 보기 좋아서 햇살로 숨어들었지. 그러나 햇살은 자신을 노출시키고 금방 타버릴 것만 같아서, 햇살이 미치지 못하는 그림자가 자신을 감추기 쉽고 편해 보여서 그림자로 숨었지. 그림자에 숨고 보니 햇살 보다는 편했지만 자기를 완전하게 감추면서 활동할 수가 없었지.

악마는 여러 날을 고민하다가 그림자보다 더 두껍게 실체를 감추어 주는 어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어둠 속으로 숨었지. 어둠은 투명체를 감추기는 편했지만 막막했고, 외롭고, 천상에서 쫓겨났다는 분노의 기운이 불쑥불쑥 끓어오르게 했지. 악마는 어둠 속에 있으면 그대로 사라질 것만 같아서 어둠을 박차고 나와 여기저기 떠돌다가 예리한 칼을 보았어.

악마는 세상을 쓸어버리고 싶은 흉한 마음으로 칼로 잠입하여 어둠을 쫓는 빛을 베어보라고 속삭였지. 그러나 칼은 악마의 뜻대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약이 올라 칼보고 칼을 베라고 명령해도 칼은 칼을 베지 못했고, 칼에는 유혹이 통하지 않는 물질이라는 것을 알고서 칼을 버리고 사과 나무속으로 들어갔지. 악마는 선악과(善惡果)에 대한 한(恨)을 풀고 싶었던 게지.

악마는 봄부터 움직이지 못하고 사과 꽃에게 선악과가 되라고 속삭였지. 악마는 시간 속에서도, 시간 밖에서도 존재하지 못하고, 불안하고 어정쩡한 시간이 흘렀고, 사과나무는 가을이 되어서야 사과를 생산했지만, 당연하게도 사과는 선악과가 아니라 사과일 수밖에 없었어. 사과나무는 사과였고 사과는 악마의 뜻을 따르지 않았지. 모든 생명체는 창조주가 프로그램 한 시스템대로 움직인다는 것을 몰랐던 거야. 악마는 움직이지 못하고 사과에 붙어 있던 순간을 후회하며 자유롭게 움직이는 바람으로 숨어들었어.

악마는 바람에 붙어서 돌아다니며 이 것 저것을 볼 수 있었지. 햇살과 어둠도 바람의 이동을 방해하지 못했고, 바람은 악마의 자가용이 되어주었지. 특히 습기 묻은 바람이 칼날을 녹슬게 하고, 바람이 돌풍으로 변하여 사과나무를 쓰러트리는 장면은 인상적이었고 악마를 후련하게 했지. 그러나 거미줄을 쳐두고 약한 곤충을 먹는 거미란 놈을 벌주려고, 바람 보고 거미줄을 끊으라고 속삭였지만, 바람은

거미줄 하나도 흔들지 못했고, 바람은 악마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지. 악마는 어떻게 해서든지 바람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여 보려고 바람을 관찰했지. 바람은 자기에게 맞서지 않고, 자기라는 1인칭 영혼이 없는 존재와는 싸우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지. 악마는 바람을 통해서 창조주의 빈틈없는 설계를 본 셈이지.

절망에 빠진 악마는 마지막으로 인간 세상이나 구경하고 자폭할 생각으로 떠돌다가 술을 마시는 인간들을 보았어. 인간이 술을 술술 마시더군. 그러더니 말이 많아지고, 자리에 없는 3인칭 대상을 씹고, 술자리에서 1인칭 존재끼리 싸움을 하더군. 창조주 닮은 인간 형상들의 약한 모습을 발견했어. 인간은 하늘이 보낸 영혼의 존재들이라 악마의 뜻대로 전혀 움직이지 않을 강하고 온전한 존재로 생각하여 처음부터 숨어들 대상(선택의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을 후회했어.

악마는 마지막 선택에서 성공하기 위해 인간을 자세히 관찰했어. 인간은 신이 날 때는 햇살보다도 밝아 보였지만, 수시로 얼굴에 그림자를 만들었고, 자기 이익에 눈이 멀어 스스로 어둠에 잠기고, 자기주장과 독선은 칼보다 예리했고, 수시로 흔들리는 마음은 바람보다도 방향성이 없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알았지.

그리하여 악마는 마지막으로 인간에게 숨어들었어. 인간에게는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욕망이라는 거대한 광장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 악마는 욕망의 광장에서 은거하면서 빛을 가리고 유혹하고, 선동하면서 자기 뜻대로 움직이려고 했으나 인간은 갈등하고 주저하며 쉽게 따르지 않았어. 인간에게는 창조주가 심어준 양심과 영혼의 장치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지. 악마는 고민을 하다가 술과 합동 작전으로 인간의 안전장치를 파괴시켜야겠다고 판단하고, 술로 잠입하여 인간 몸속으로 침투했어. 작전은 성공적이었어. 술이 악마의 뜻대로 인간이 움직이도록 협조를 잘해 주었기 때문이야. 인간은 물과 불기운이 섞인 술 앞에는 장사가 없더군. 악마가 술을 마신 인간을 물리적으로 흔들고 사고를 치게 하는 것은 쉬웠지.

악마는 욕심을 내어 인간의 정신까지 타락시킬 목적으로 술에 찌든 인간에게 속삭여 보았지,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속삭이자, 인간은 신을 의심했고, <너, 뭐하고 있어. 상대는 잘 나가고 있잖아!> 라고 상대와 비교하라고 부추기면 금방 흥분하면서 배 아파했고, <넌, 무엇을 해도 안 돼.> 라고 조금만 흔들어도 인간은 자기가 자기 마음을 찌르고, 베고, 흔들고, 아니, 악마의 뜻대로 자신의 마음까지 죽이는 것이 아닌가! 악마는 술로 인간을 유혹하여 타락시키는 일은 창조주에 대한 감정을 푸는 마지막 작업으로 생각하고 다양한 악행을 사주했지.

지금도 악마는 술, 마약, 도박, 일그러진 욕망, 자기만 아는 인간, 결벽증이 있는 사람을 선택하여 인간 세상의 선과 악을 혼동시키고, 욕망을 진보의 동력으로 합리화시키고, 사랑의 감성을 뺏고, 진리와 진실을 가리고 있다. 이제 악마는 마지막 선택을 꿈꾸고 있지. 인간이 스스로 설계한 시간표와 사업 공정표에 몸과 마음을 묶고, 돈과 높은 자리로 유혹하여 심신을 찌들게 만들고, 자기변명과 합리화라는 짝퉁 프린터로 영혼을 위조하여 신의 바코드인 영혼 자리에 악마의 세포를 심을 지도 모른다.

인간이여! 조심하라. 악마가 당신의 영혼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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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자기 마음을 쓰러트린다. 칼은 아무리 예리해도 자기를 베지 못하고, 빗은 아무리 정교해도 자기를 빗기지 못하며, 눈은 천리를 내다보아도 자기 눈은 보지 못하며, 바람은 아무리 강해도 자기를 흔들지 못하며, 혀는 아무리 예민해도 자기 맛을 모르며, 모든 존재는 그 자체로 존재하면서 자기를 흔들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은 마음 자체로 중심을 잡지 못하면 이간질하는 악마가 붙어서 자기 마음을 흔들고 상처를 주며 이중적인 존재로 만든다.

악마에게 먹히지 않으려면 영혼을 강하게 다져라. 내 마음의 주인은 나인데, 내 마음에 악마가 숨어들면, 악마는 마음을 흔들어 영혼의 형틀을 찌그러트려 불안하게 만들며, 능력 밖의 것을 유혹하고 열등의식에 빠지게 하여 스스로 자해의 칼질로 영혼을 베며, 비교의식을 투입하여 우울한 빗질을 하게하며, 마음의 빛을 차단하여 밝은 눈을 멀게 만들고, 마음의 중심을 무너뜨려 오만과 거만의 방석에 앉게 한다. 악마는 사람을 미워하게 조정하고, 내가 나를 괴롭히게 만들어 병들게 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다.

영혼으로 악마를 퇴치하는 법 (우화 법률 104조 3항)

1. 잠시만 방심해도 마음은 중심 궤도를 이탈한다. 
   부단한 자기대화로 나의 마음에 스며드는 사악함을 제거하자.

2. 자기 뜻이 아닌데, 손발이 가면 악마의 짓임을 알고 물러서라.
    악의 기운이 발동하면 멈추고, 참회하라.

3. 마음속에 자기 마음과 다른 악마가 있다. 그 악마는 욕망의 광장에서 은거하다가
    마음이 중심을 잃으면 침투한다. 항상 정신을 차려야 한다.

4. 나의 라이벌은 나다. 굳이 좁은 길로 가서 이익을 쫓는 나, 작은 지식으로 오만을
    떠는 나,  욕심으로 즐거움과 유쾌함을 잃는 나는 나의 친구이면서 나의 악마다.

5. 악마는 근거 없이 의심하는 곳, 노력 없이 남보다 앞서려는 곳, 공짜를 바라는 곳에
    먼저 와서 기다린다. 인간이 욕망에 잡히면 악마는 작전을 개시한다.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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