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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와 독수리 - 서로 사는 중용의 자세

까치와 독수리 – 중용의 자세

울고 넘는 박달재 정상에 까치와 독수리가 살았지. 서로는 힘의 세기는 달랐지만 비행 고도와 먹이가 달라서 싸우는 일 없이 잘 지냈지. 까치는 즐겁게 노래하며 숲의 분위기를 살렸고, 독수리는 죽은 동물을 청소하며 자연 정화(淨化)를 도왔지. 독수리와 까치는 같은 날짐승이었지만 생각의 뿌리와 각도는 많이 달랐어.

맹금류인 독수리는 먹이를 깊게 들여다보고 먹고, 있는 대로 말하는 사실주의자인지라 현실을 보고 대응하는 능력은 뛰어났지만, 꿈과 믿음이 부족하여 작은 행동 하나에도 뜸을 들였어. 반면, 가벼운 날짐승인 까치는 기쁜 소식을 전달하는 전령 일을 하면서 예언 능력이 생겼고, 근거 없이 감각적으로 말하길 좋아하는 신비주의자, 이상주의자인지라 자주 환상에 빠졌고(자기에게 고난이 닥치면 용(龍)이 자신을 돕는다고 믿었다.), 현실을 냉철하게 보고 대응하는 기술이 부실하여 자주 실수하고 위기를 자초했다.

어느 날, 까치와 독수리가 죽은 토기를 동시에 보았지. 서로의 판단 법은 달랐어. 독수리는 시각과 냄새 감각을 가동하여 단계별 분석을 했다.

<저 토끼는 움직임이 없고 냄새가 난다. 그래서 죽은 토끼다. 배고픈 늑대가 죽은 토끼를 먹으면 배탈이 날 수도 있지만, 맹금류인 내가 죽은 토끼를 먹으면 산자와 죽은 자의 최적의 조화다. 고로 죽은 토끼는 나의 밥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죽은 토끼 뒤에는 인간이 설치한 함정이 있을 수도 있지.>라고 판단하는데 귀한 시간을 낭비했고, 믿음이 없어서 행동하지 못했다.

반면 까치는 시각과 직감으로 상상했다.

<토기가 죽었다는 것은 불길한 징조다. 숲의 신령스러움이 깨졌고, 인간 욕망이 산 속에 침투했다는 증거다. 동물들에게 알려야 하지만, 나를 돕는 용(龍)은 내가 불길한 일에 나서길 바라지 않겠지. 불길한 전달은 까마귀가 맡아야 한다. 난, 좋은 일만 전달하는 신비주의자이니까!>라고 말하며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죽은 토끼를 청소한 것은 짬뽕주의자인 늑대였고, 죽은 토끼의 내장에서 터져 나온 열매를 먹은 것은 잡식주의자인 까마귀였다.

박달재에 큰 눈이 내렸다.

독수리는 눈에 대한 과거 정보를 기억하고 현재를 걱정했다.
<눈이 오면 들개들은 평등한 세상이 왔다고 뛰어다니지만, 산 속의 동물에겐 눈은 고통의 가루다. 폭설은 산 속을 두껍게 덮어 먹이를 감추고, 나무를 꺾고, 눈이 녹으면 미끄러운 땅으로 변하여 뛰는 동물을 괴롭힐 거고 이제 최소 7일은 굶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 뒤로는 죽은 동물을 먹으면 된다.문제는 이웃 까치다. 눈의 무서움도 모르고 이상적으로만 생각할 텐데…>

이에 반해 까치는 눈이 오면 미래의 위험을 모르고 현재를 노래했다.
<눈은 온다는 것은 불평등한 숲을 평등하게 만들려는 용의 뜻이다. 평등을 보여주려는 신들의 배려다. 산 속에 평등의 기쁨을 주고자 하시는 용이시여! 후미진 골짜기까지 눈을 듬뿍 뿌려서 온 천지를 평화롭게 하소서! 용맹한 용이시여! 조금만 더 힘을 내시어 힘이 세고 잘 난 척 하는 독수리의 눈까지 덮어버려 주소서! >

눈이 그침 없이 계속 내렸다. 3m 이하의 나무들이 눈 속에 묻혔다. 독수리는 굶주림에 죽어간 동물로 연명했지만, 까치의 먹이가 되는 열매들은 눈 속으로 깊이 매몰되어 찔레 열매 하나도 구하지 못하고 비틀 거렸다. 까치는 자신을 보호한다고 믿는 용에게 먹이를 내려달라고 빌었지만 먹이는 내려오지 않았어. 독수리도 까치를 도울 방법이 없었고, 일주일을 굶은 까치는 고통스럽게 죽어갈 수밖에 없었어.

……………

세상은 갈수록 극한 대립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자기것만 주장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나오면 저것이 나와서 반대를 하고, 저것이 일을 벌이면 이것이 반대를 한다. 현실과 이상이 조화를 이루고 순차적으로 결합되면 발전하지만 서로 대립만 하면 서로 살지 못한다. 서로가 현실적인 생각을 하면서 이상적인 요소를 가미해야 사회가 낭비를 줄이고 진보를 한다. 현실적 조치 속에는 이상적 생각도 거두어 수용해야 한다. 지금의 이상이 자라나서 미래의 현실이 되는 법이다. 지금 현실에 맞지 않다고 이상을 배척하면 발전이 없다.

새들을 보라. 한쪽 날개로 날아가는 새는 없다. 한 쪽만 진리로 취하는 사람, 자기 것만 진리라고 믿는 무리들은 반드시 한 쪽의 믿음 때문에 고통을 당한다. 세상은 음양이 조화된 놀이터다. 현실과 이상, 사실과 신비가 만나야 발전하고, 꿈과 노력이 결합되어야 성공하고, 정신과 육체가 조화되어야 똑바로 살 수 있다. 자기만 옳다는 주장과 자기만 살려는 욕심은 짝 잃은 외기러기 신세, 물질만의 집착은 아주 작은 인생 웅덩이에 빠트려 홀로 허우적거리게 만든다.

중용의 자세는 서로 살기 위한 필수 행동. 일방적인 외골수 행동은 밥그릇에 홀로 붙은 밥풀떼기처럼 의미 없이 위태롭고, 내편과 네 편을 가르는 짓은 예고된 싸움이다. 중용과 조화는 엉뚱한 곳에 에너지를 뺏기지 않고, 나의 뜻을 두루 펴기 위한 전략이다. 중용으로 서로 편하려면 사물과 현상의 본질을 보고자 노력하고, 존중하고 사랑하는 영혼을 앞세우고, 손해를 보더라도 끊고 초월하는 성숙함을 발휘하고, 내 것이 아닌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가 있고, 세상은 함께 사는 공간임을 자각해야 한다.

사실주의와 신비주의는 서로 어울려야 한다. 사실주의자는 보이는 것만 믿기에 큰 세상을 보지 못하고, 신비주의자는 보이지 않는 것도 환상적으로 믿지만 비실용적이다. 평시에는 서로가 다른 영역에서 나름대로 행복할 수 있지만, 세상이 어렵고 밥벌이가 어려워지면 사실주의자는 종말이 온 것처럼 공포에 떨고, 신비주의자는 위대한 신을 의심한다. 사실적 행동과 신비적 믿음이 조화를 이루는 곳에 신은 존재한다. 마음이 장대하면 우주를 가슴에 품고, 마음이 좁아지면 올챙이 서너 마리 담길 웅덩이도 건너지 못한다. 스스로 마음이 걸리고 잡히기 때문이다.

조직의 리더는 중용을 지켜야 한다. 성격과 지적 수준, 종교와 문화가 다른 구성원을 끌고 나가야 하는 리더는 위화감을 줄이기 위해 정신과 행동의 무소속이 되어야 한다. 시스템과 인간적인 정을 혼합하고, 다듬어진 인격으로 화도 내고 웃음도 지어야 하고, 자연적 인격으로 겉은 마음껏 어울리더라도 속은 냉정해야 한다. 리더는 다양한 요구에 귀를 기울이되 강약을 배합하고, 이야기가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 조직을 신비하게 만들어가야 한다. 리더가 중심을 잃고, 반대파가 두려워 자기편을 강하게 만들려고 하고, 자기주장만 하면 조직원은 마음의 끈을 놓는다.

중용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법 (우화 법률 104조 1항)

1. 중용은 오늘을 활동하면서 어제와 내일을 동시에 보는 것, 이것을 좋아하면서 저것까지 챙기는 기술, 지나간 것에 미련 떨지 않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다.

2. 현실 문제는 사실주의자의 입장에서 해결하고, 미래 문제는 신비주의자의 입장에서
    받아들여 장대하게 키워야 한다.

3. 불확실하면 말없이 가운데로 가라. 어설프게 판단하고, 정리하고, 편을 들면 진리와
   친구의 반을 잃는다.

4. 선택의 기로에 서면 가위바위보 게임을 해보라. 절대 우위도 절대 열세도 없는
   가위바위보는 지혜로운 답을 줄 것이다.

5. 물질세계는 모든 것이 상대적으로 보이지만, 정신세계는 분명 절대 진리와
    절대 우위가 있다.  따라서 중용도 한계가 있다.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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