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떼와 목초(牧草)- 장점 살리기 (존중)


강원도 대관령 목장, 늙은 양과 목초가 대화를 나눈다. 양과 목초는 겉으로는 먹고 먹히는 관계지만 오랫동안 서로를 도우면서 존재해 왔어. 서로 대화를 한다는 것은 뻥은 아니지. 하루는 늙은 양이 지친 표정으로 심드렁하게 목초에게 말했지.

“목초야, 사는 게 너무 힘들어. 생후 1개월부터 목초를 먹기 시작하여 10년째 먹고 있는데, 이제 먹는 것도 지겨워, 우리 양들은 1리터의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하루에 3kg의 풀을 먹어야 한단다. 그동안 난 1만 950회의 끼니를 해결했지만, 지나간 끼니는 현재의 배고픔 앞에서는 무의미하단다. 현재의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면 생존도 활동도 어렵단다. 그리고...

(늙은 양은 자기 신세가 처량한지 잠시 말을 잇지 못한다.)

“토끼들은 자기들의 고난을 ‘산 넘어 산’이라고 표현하는데, 양들의 고난은 ‘끼니 넘어 끼니’ 란다. 양들은 끼니의 고난 외에도 목초를 찾아가는 이동의 고행, 늑대의 기습에 대비해 눈치를 보는 경계의 노고, 그리고 병이라도 걸리면 혼자 아파해야 한단다. 사는 것이 고통의 연속이야!”

(늙은 양은 한숨을 쉬더니 다시 말을 잇는다.)

“목초들은 좋겠다. 한 자리에서, 하늘이 주는 비와 햇살로 먹이를 해결하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한 세상을 살 수 있으니...”

늙은 양의 넋두리가 끝나자, 목초가 말했다.

“양들도 고생이 많군요? 저의 말을 들으면 더 이상 불평을 못하실 거예요. 양들이 보시기에는 목초들은 한 자리에서, 하늘이 주는 비와 햇살로 공짜로 먹이를 해결하고, 위험 없이 편히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목초가 지닌 장점이 1이라면, 단점은 100가지가 넘어요.”

목초는 흥분했는지 줄기를 휘청거리며 말을 다시 잇는다.

“목초들은 이동의 자유가 없어요. 양들처럼 목이 마르다고 물가로 갈 수도 없고, 춥다고 빛을 쬐러 갈 수가 없지요. 바람의 도움을 받더라도 우리의 행동 공간은 5인치를 못 벗어나요. 소똥과 말똥이 바가지 비처럼 쏟아져도 1인치도 피하지 못하고 악취를 맡으며 타들어가는 고통을 겪어야 해요. 목초들은 한 자리에서 살다가 죽는 고정된 생명체지요.”

“목초들은 표현의 자유가 전혀 없어요. 양들은 음-매라는 소리로 서로 위로하고 위험을 전파하지만, 목초들은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어요. 가끔 꽃으로 목초의 아름다움을 표현하지만, 양들이 목초가 꽃을 피울 때가지 기다려 주지도 않았어요. 양들의 입에 씹히면 일생이 끝이랍니다. 어때요? 목초들의 고난을 들어보니 양들의 삶이 더 행복하죠?”

목초가 자신의 넋두리를 마무리 짓자, 늙은 양은 아무 소리를 못했다. 그냥 두 눈만 멀뚱거리더니 풀밭을 향해 힘차게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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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과 목초의 대화는 ‘남의 떡이 크게 보이는’ 인간 심리와 자기중심의 반쪽 인간을 꼬집는 단막극이다. 모든 존재는 장·단점이 같은 비율로 갖고 있지만 자신의 장점에 대해서 감사할 줄 모르고, 단점에 집착하여 열등의식을 만들고, 남의 것이 더 크다고 배 아파한다. 양이 풀을 맛있게 먹으면서 풀의 아픔을 알 수 없듯, 인간은 누구나 다 자기 아픔은 알지만 상대의 아픔을 모르거나 피상적으로 느낀다. 향기로운 꽃이 있어도 감동하기 어렵듯이, 감사할 일도 자기 기준으로 판단하고 자기에게 유리한 주장만 한다. 인간은 더불어 사는 동물인데, 자기 영역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외로운 반쪽이다.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극복하자. 한 생명체에게 모든 장점을 다 주지 않았다. 이동의 자유가 있으면 먹이를 직접 찾아야 하는 고통을 주었고, 이동의 자유가 없으면 먹이를 받아먹지만 묶이는 고통을 주었다. 단점을 보완할 시간에 자기 장점부터 투자하라고 한다. 개인의 장점과 특질은 자기사명과 자기 행복 만들기에 집중하고, 단점은 넘치는 것을 방지하는 안전장치로 인식하고, 자기가 부족한 반쪽을 찾아야 한다.

인생은 부족한 반쪽을 찾고 보완하는 여행. 남의 생각과 고통을 외면하면 영원한 반쪽이 된다. 행복은 불행을 요리하는 과정이며 더불어 사는 곳에 감추어진 보물이기에, 부족한 나의 반쪽을 찾기 부단히 자기 물음을 던져야 한다. ‘나의 이 행동이 상대에게 어떻게 비칠까? 무심한 나의 말 한마디가 상대에게 고통을 주지는 않는지? 아집으로 나만의 높은 성벽을 쌓는 것은 아닌지? 상대 덕분에 오늘의 내가 살고 있는데, 그 감사함을 모르고 사는 것은 아닌지?’ 자신을 돌아보고 상대를 느끼며 온전한 자기를 찾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

리더는 인간 존중과 사랑의 경영자. 리더는 사람을 통해 일을 완성하는 사람이다. 일은 일이고, 정(情)으로 사람을 대하고, 상대를 위하는 마음을 보여주고, 상대를 편하게 해야 한다. 지축이 회전력에 의해 바로 서듯이, 평화와 사랑은 상대 존중으로 바로 선다. 인간의 한계성을 이해하고 상대를 애틋한 존재로 보는 고운 마음으로 상대를 나와 함께 하는 동반자로 인식해야 한다. 따듯한 봄날이 되어야 저마다의 꽃을 피우듯, 존중하는 분위기가 통하면 부족하고, 서운하고, 아쉬운 일들이 해소되고, 뭔가 미흡한 일도 보듬고 감싸주게 된다.
상대 존중으로 서로가 사는 법 <우화 법률 103조10항>

1. 자기보다 소중한 존재는 없지만 상대를 무시하면 나의 자리도 좁아진다.

2. 상대 중심의 화두를 찾고, 자세를 낮추어 소통하고, 설득할 때는 단호한
    나의 중심이 있어야 한다.

3. 상대가 내게 보여주는 표정은 내가 그에게 보여준 마음의 거울이다.
    세상은 바늘 하나 숨길 공간이 없다.

4. 나의 침묵이 상대의 고통과 배고픔을 의미한다면 그 침묵은 독이다.
    때로는 상대를 위하고 서로 살기 위해서. 준엄하게 나무라야 한다.

5. 진정한 자아를 지키고 확대하는 길은 행동으로 보람을 찾는 것이다.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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