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와 까마귀 (아량과 포용)

백수의 왕을 자처하는 사자가 있었지. 사자는 위엄 있는 이빨과 날 센 기동력에, 사냥감을 보면 일격에 급소를 타격하는 기술까지 갖추고 있어 그의 사냥은 실패가 없었다. 지상 동물들은 사자만 보아도 오줌을 지릴 정도였지. 가끔 하이에나가 떼거리로 몰려와서 자신의 먹이를 탐내어 사자의 위엄을 실추시키기도 했지만, 배고픈 자들의 객기로 일축하고, 상대가 되지 못하는 가소로운 자들의 소행으로 생각하여 무시하고 넘어갔지.

백수의 왕인 사자를 괴롭히는 무리들이 있었다. 까마귀 떼였다. 사자가 먹이를 포식하고 나면 귀신 같이 몰려와서 까악 (힘센 까마귀 소리) - 가악(힘없고 배고픈 까마귀 울음) 찢어대는 통에 사자는 생리적인 단잠을 이루지 못하고 깨는 일이 잦았다. 괴롭힘이 반복되자 사자는 성질이 나서, 분노의 언어로 까마귀들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백수의 왕인 나에게 도전하는 까마귀 떼들을 용서할 수 없다. 모조리  죽여서 사자의 위엄을 날짐승에게도 보여주고, 힘의 질서를 바로세우리라. 까마귀여 각오해라.”

사자의 분노는 행동으로 옮겨졌다. 하루는 잠을 자는 척 하다가 까마귀 떼가 내려앉자 전 속력으로 달려갔다. 성난 사자의 순간 가속도는 엄청 빨랐지만 까마귀를 잡는 다는 것은 무리였다. 조물주의 생명체 창조 프로그램에 사자가 까마귀를 잡는 조항은 없었지. 사자는 까마귀 소리를 쫓아서 뛰고, 잠복했다가 뛰고, 뛰었다가 힘이 부치면 잠복하기를 반복하다가 날이 어두워졌다.

힘의 오만과 헛된 판단, 자기중심의 옹졸한 짓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하더니... 사자답지 못한 작은 행동은 사자를 다시는 뛸 수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갔어. 밤이 깊은 것도 모르고 까마귀 떼를 쫓던 사자는 인간이 파둔 함정에 걸려서 결국 죽고 말았다. 사자는 까마귀들의 소리가 자기를 향한 도전이 아니라, 자기들 밥벌이를 위한 외침이라는 사실을 몰랐고, 사자에게 까마귀는 싸울 대상이 아니라 이해하고 포용할 대상이라는 것을 모르고, 죽이려고 하다가 결국 사자의 위엄과 하나 뿐이 생명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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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도 사자가 까마귀를 쫓는 어리석음이 일어나고 있다. 인간 세상에는 강자의 오만과 권위 때문에 약자와 싸우는 경우가 있다. 다수의 이익과 밥벌이를 위한 싸움, 법질서를 지키기 위한 싸움은 정당하고 필요한 싸움이고, 필요한 싸움이라면 기필코 싸워서 이겨야 하지만, 싸우지 않고 넘어갈 일들 - 약자의 넋두리, 개별적 양심선언, 소비자 불만, 발전적 쓴 소리, 유머와 개그를 통한 조롱 - 이라면 싸우지 말아야 한다. 싸우지 말아야 할 일을 싸우면 서로 서로 에너지를 잃고 자기 브랜드를 앙상하게 만든다.

힘과 권력은 여론과 민심을 이길 수 없다. 거대 권력은 민초들의 불만과 싸워서는 안 된다. 민초들의 불만은 강자에게 밥벌이를 보장하라는 일종의 스트레스성 경고음이다. 권력으로 어떻게 할 수도 없으면서도 힘으로 싸우면 권력은 우스워지고 권위라는 존엄성마저 상실한다. 싸우기 전에 살펴야 한다. ‘이기더라도 강자의 횡포라는 욕을 먹지 않을까? 싸울 대상이 아닌데도 자존심 때문에 싸우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깊게 생각해야 한다. 싸워서 얻는 창조도 있지만 싸워서 서로 파괴된다면 무조건 포용해야 한다.

리더는 조직 발전을 위한 공격에 대해서는 둔감해야 한다. 다수의 이익이 관련된 문제는 예민해야 하지만, 조직 발전을 위한 쓴소리, 문제 해결을 위한 불만성 발언에 대해서는 포용해야 한다. 리더가 조직 불만에 대해 성급하게 반응하면 스스로 악마가 되어 구성원의 입과 귀를 막고, 상처를 주고 다수의 창의력을 죽인다.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자. 생존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말초신경은 예민하고 태도는 가시처럼 깔깔하다. 이해관계에 놓이거나 손해를 보면 바로 반응한다. 적절한 반응은 서로 교감하면서 자기와 상대를 동시에 만족시키지만, 진위를 살펴보지 않고 바로 반응하면 추한 싸움이 되고, 설사 상대의 행동이 명확하게 잘못되었고, 똥 같은 놈을 응징하는 싸움이라도 싸움은 자아의 신비감과 자기 품위를 잃게 한다. 예민한 반응은 악마에게 초대장을 보내는 짓이며, 이성을 혼란시키고 자기 행복의 길목을 차단한다.

포용으로 자아 키우기. 인류는 같은 조상의 후손이라는 것을 알면 상대도 나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포커 판에서 자기 패만 보는 사람은 상대가 나에게 가하는 숨은 힘을 볼 수 없어서 질 수밖에 없듯이, 서로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상대의 반대 입장을 헤아려 포용하지 못하면 나만의 노력으로 쌓은 공든 탑도 상대가 무너뜨린다. 어떤 일을 도모하기 전에 ‘내가 이렇게 하면 상대의 기분이 어떨지? 내가 이런 조치를 한다면 누가 아플지? 상대를 기분 좋게 하면서 나의 입장을 고수하는 방법은 뭔가?’ 상대 입장을 고려하여 나의 행동과 처신의 방향을 잡아야 방해꾼을 줄일 수 있다. 누가 자기중심적으로 튀면 왕따를 당한다. 나만의 행복, 나 홀로 행복은 없다. 반대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포용하는 습관은 자기를 무한대로 확대한다.
포용으로 자아 창조 법 <우화 법률 103조 8항>

1. 다수의 생존이 걸린 싸움이라면 싸워 이겨야 한다.
    싸움을 피하면 모순은 암세포처럼 자라나 감당할 수 없게 된다.

2. 역사는 투쟁 속에서 발전해왔지만, 힘도 대책도 없이 싸우면 모순을
    키우고 발전을 오히려 막는다.

3. 싸울 대상이 아니라면 아량으로 흡수하고, 이기고도 욕을 먹을
    게임이라면 아예 싸우지 마라.

4.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은 고전(古典)이다.
   싸움이 없도록 처신하고, 상대가 아예 싸울 생각을 못하게 해야 한다.

5. 우주의 생명 프로그램에 완전함은 없기에 모순의 여백을 허용한다.
   모순 속에서 발전하게 하는 것은 싸움이 아니라 서로 사는 협력이다.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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