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시작된 미래, 로봇에게 밀려나는 노동자들

입력 2012-04-17 00:53 수정 2012-04-17 00:53
2012년 1월, 인도 경제신문인 '더 이코노믹 타임스'에선 흥미로운 기사가 나왔었다. 인도 전역의 자동차 공장에서 노동자와 로봇 간의 갈등이 예상된다는 내용이었고, 전인도노동조합연맹(CITU) 사무총장이 로봇 투입으로 일자리가 줄고 있기에 이 문제가 회사측과 노조측 간의 논쟁거리로 부상한다는 인터뷰도 있었다. 로봇과 사람과의 일자리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자동차 공장에서 생산라인에서의 자동화율은 중요한 과제다. 이것이 곧 경쟁력이 되기에 자동화율을 높이려고 로봇 투입을 하는 것은 모든 자동차 회사들의 선택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노조에서도 아무런 경계심이나 미래에 대한 우려를 가지진 않았었다. '그냥 기계가 들어오는 것 뿐인데' 라는 식이었고, 일자리는 사람끼리 경쟁하는 것이지 기계와 경쟁하는 것 자체를 애초에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랬던 노동자들이 이젠 서서히 위기감을 느낀다. 아주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인도 남부의 첸나이 부근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인도법인 공장에는 자동차 한대가 생산되는데 1분이 채 안걸린다. 2011년 기준으로 연간 60만대 이상을 생산하는 이곳엔 정규직 1500명과 계약직 7천여명 등 총 8500명 이상의 노동자가 있다. 그리고 300대의 로봇이 있다. 숫자로 보면 사람 대 로봇의 비율은 비교도 안될 정도다. 하지만 로봇의 생산성은 사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리고 생산라인에 투여되는 로봇의 증가세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이 공장만 해도 최근 10년새 10배 이상의 증가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인도에 진출해있는 혼다, 포드, 스즈키 등 모든 생산라인에선 로봇이 투입되어있고 자동화율은 매년 높아진다. 이것이 비단 인도만의 일이겠는가? 전세계의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모두 해당되는 일이다.

직업은 아주 높은 기술을 가지고 고연봉을 받는 직업과 별다른 기술 없이 저연봉을 받는 직업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두 직군은 모두 존재 가치가 크다. 우선 아주 높은 기술에 고연봉을 받는 직업군들은 고도화된 전문성이 필요해 자동화시키기가 어렵다. 그리고 저연봉을 받는 단순한 일들은 자동화 설비비보다 오히려 인건비가 더 싸서 굳이 자동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중간이다. 단순한 일반사무직이나 제조업 기술자들이 여기에 속할 수 있는데 실제로 이들의 일자리는 최근 십수년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미국에서 일자리가 늘지 않는건 기계 때문이라는 흥미로운 분석이 나왔었다. 2012년 1월 18일 월스트리저널의 기사에서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업률이 크게 줄어들지 않는 이유가 기계나 로봇에 대한 투자 때문이라는 분석이 기사로 실렸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미국 기업들이 기계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초저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보다 적은 비용으로 돈을 조달할 수 있고, 설비 투자에 따른 세제혜택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계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일자리는 생각만큼 많이 늘어나지 않고 있다. WSJ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이후 기계와 소프트웨어 투자는 31%가량 늘었던 반면 같은 기간 민간부문의 고용은 1.4%만 늘었다. 미국 로봇산업연합회(RIA)에 따르면 2011년 9월 기준, 산업용 로봇 주문은 전년동기 대비 41% 증가했다. 이는 산업 생산성을 크게 증가시켰다. 비농업 부문의 시간당 생산량은 6% 가까이 증가했다. 노동 시간은 1.5%만 늘었다.

기계톱을 생산하는 독일 스틸사의 미국 법인은 2012년 버지니아주 공장 규모를 2배로 늘리기 위해 10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가졌는데, 여기에 소요되는 신규 고용은 6명에 불과하다. 생산로봇을 관리하는 최소한의 인원이다. 기존 공장에서도 직원은 로봇 120대를 관리하는 7명에 불과하다. 미국 써니 딜라이트 음료도 미국 내 5개 주스 공장에 7000만달러를 투자했지만, 신규 고용은 거의 하지 않았다. 생산 자동화를 통해 과거 초과근무로 생산량을 늘려왔던 것을 기계가 대신해주고 있다. 완전한 무인공장들도 가시화된다. 산업용 로봇을 생산하는 일본의 Fanuc Ltd. 라는 회사에서는 산업용 로봇을 또다른 산업용 로봇이 만들어낸다. 바로 로봇에 의해 생산되는 무인공장이다. 제조업에서 무인공장은 이미 시작된 일이고 서서히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미 미래는 시작되었다.

로봇 렌탈 사업도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용접공이 귀해지면서 임금도 올라가고 품귀현상을 겪는 상황에서 용접로봇은 좋은 대안이다. 하지만 큰 기업이라면 몰라도 작은 기업들은 이런 로봇을 사는건 부담이다. 그래서 중국에선 월 단위로 빌려주는 사업이 2011년에 시작되었다. 오릭스렌텍 이라는 회사는 로봇 가격의 5%를 월 렌탈료로 받고 빌려주는데, 20개월이면 초기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 이런 렌탈 로봇의 수량을 3년내 1000대까지로 확대할 계획을 이 회사는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런 로봇 렌탈 사업은 중국에서 먼저 시작되고 확산되다가, 전세계로 확대되고 국내에서도 생겨날 비즈니스 모델이 된다. 산업용 로봇의 수요는 점점 증가하고 있고, 로봇 관련한 비즈니스 기회는 점점 많아질 수밖에 없다.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www.digitalcreator.co.kr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에서 연구와 저술, 컨설팅, 강연/워크샵 등 지식정보 기반형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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