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시간이 가장 긴 날 아침.
햇살은 어두운 세상을 밝게 해방시켰고, 햇살이 없는 공간에는 그림자가 검게 늘어졌다.
참나무 숲은 햇살의 반짝임과 그림자의 무거움이 함께 존재했다.
청백 나비는 빛을 통해 하늘 내림 언어를 받았다.

<새로움을 위한 용틀임. 영혼과 우주의 비밀이 밝혀지고, 지구에 새로운 생기가 돈다. 선(善)은 선으로 복이 되고, 악은 악으로 사라지고, 정상과 비정상, 자연과 인위, 불행과 행복, 서로 대립되었던 것들이 하나가 된다. 종말을 판매했던 자들이 사라지고, 개 짖는 소리에 억울하게 죽었던 혼들이 살아나 쌓인 한을 푼다. 선과 악의 기준이 사라지고, 하늘을 향해 머리를 숙이는 자는 살고, 신을 믿지 않는 자의 달력에는 32가 존재하지 않는다.>

금빛 나비의 희생으로 살아 난 청백나비는 ‘ 새로움을 위한 용틀임’이라는 하루 운수에 긴장했다. 뭔가 일어날 징조를 직감했다. 아직도 미완성인 문제 - 물속을 비행하는 일 + 형제이면서 원수처럼 지내는 나비와 흰불나방의 갈등 해소 - 를 해결 할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물속을 비행하는 것은 당대에서는 불가능한 과제지만, 나비와 흰불나방의 갈등 문제는 진실로 접근하면 해결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청백나비는 큰일을 앞두고 명상했다.

‘살면서 나를 고통 속으로 몰고 간 위험한 일들이 많았다. 날개를 구겨버린 말벌, 무당벌레의 조롱, 철쭉꽃에 빠졌던 고난, 거미줄에 걸려서 사경을 헤매던 일 등, 돌이켜 보면 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바로 부딪히는 것은 쉬운 일이었지만 어떤 해결도 얻지 못했다. 부딪힐수록 서로의 상처와 아픔으로 남았다. 마음이 맞지 않으면, 상대 상황 속으로 몰입하기> 상대 이해하기> 상대를 사랑하기> 상대와 진정으로 하나 되기> 순으로 절차를 밟자.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을 통해 내가 이득을 보려고 하면 안 된다. 자기희생으로 해결해야 한다. 자기희생이 없는 문제해결은 나비가 날개 없이 세발로 날아보려는 짓이다.’

청백나비는 명상을 끝내고, 미완성의 과제를 풀기 위해 흰불나방이 사는 북쪽 고원으로 날아갔다. 청백 나비가 날아간 북쪽 고원은 꽃은 없고 잡초만 무성한 야지였다. 바닥에는 무지렁이, 갈대숲에는 하루살이들, 나무줄기에는 흰불나방이 날개를 편 상태로 붙어 있었다. 청백 나비는 흰불나방의 우두머리인 혹부리 3호 흰불나방을 찾아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이제, 형제끼리 돕고 뭉쳐서 함께 살자.”
“청백, 동족의 공존을 위해 뭉치고 싶지만, 아직도 흰불나방은 나비를 믿지 못한다. 네가 찾아온 의도가 나비 지도자로서 거만한 생색내기와 흰불나방을 통한 이득 취하기라면 더 이상 소통할 수 없다. 생존 문제를 남에게 의존하지 않는 것이 흰불나방의 원칙이다.”
“나비와 흰불나방은 서로 흰색이다. 아직 형제라는 증거다. 형제끼리 단결하여 서로 살자.” “형제의 관계는 소중하다. 그러나 형제관계만으로 우리의 안전을 지키지 못한다. 우리는 독 가루를 중심으로 단결하면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다. 아무런 무기도 없는 나비들이나 생존을 걱정해라.”
“형제끼리 싸우면 서로 불행하다. 흰불나방의 안전과 먹이 문제를 보장하마.
동족애로 접근하는 진정성을 알아주라. 동족의 화합을 의심으로 깨지 마라.”

청백 나비의 제안에 흰불나방은 날개를 털면서 대답했다.
“청, 동족의 화합은 감성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야. 동족이 갈라진 것은 우리의 의지가 아니었어. 주변 4강 곤충들 - 말벌, 일벌, 불개미, 불나방- 의 힘에 의해 우리는 남이 된 거야. 동족이 갈라진 이유가 해소되기 전에는 동족의 화합은 우리끼리의 짝사랑이야. 나비와 흰불나방이 눈치 없이 감상적으로 뭉친다면, 동족의 앞날에 더 큰 고난이 올 거야. 의형제로 지내는 불개미들은 배신감을 느끼며 흰불나방의 알을 먹어치울 것이고, 참나무 숲에서 살 명분을 잃은 말벌은 나비를 압박할 새로운 이유를 만들 것이다. 우리가 동족의 가치를 회복하면 숨은 적들이 생겨난다. 지금처럼 분리된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동족에게는 실리다.”

빠르고, 길고, 순서 없는 흰불나방의 대답에, 청백나비가 겹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혹부리, 동족의 화합은 우리의 의지에 달렸다. 주변 눈치 보지 말고, 동족끼리 뭉쳐서, 고원과 참나무 숲을 동족이 평화롭게 사는 중립지대로 선언하면, 주변 곤충들은 단결된 우리가 무섭기도 하고, 싸울 명분을 잃고 물러설 거야.”
“힘의 속성을 모르는 발상이다. 힘의 속성은 약자를 배려하는 아량이 없다. 주변 4강 곤충들은 참나무 숲에서의 이익을 놓치면, 먹이를 뺏긴 짐승처럼 흥분하여 우릴 죽이려고 덤벼들 거야.”
“혹부리, 서로 진실하자. 너에게는 독 가루가 있어서 주변 곤충들도 이제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다. 네가 동족의 화합을 주저하는 이유는 주변 곤충의 방해와 보복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뭔가 진실을 알게 된 내부의 흰불나방들이 무섭기 때문이 아닌가?”

청백 나비가 혹부리의 약점을 찌르자, 흰불나방은 날개를 탁탁 털면서 대답했다.

“청, 아픈 곳을 바로 찌르면 피할 수 없지. 동족의 앞날을 걱정하는 진정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그러나 동족의 단결 이후의 그림은 나에게 너무 불리해. 당신이 약속을 지킨다면, 흰불나방의 집단 지도 세력을 일시적으로 보호는 하겠지. 그러나 오랫동안 흰불나방을 속인 죄는 피해갈 수 없지. 동족이 화합하면, 오랫동안 속고 산 흰불나방들이 집단 지도 세력을 죽이려고 덤빌 것이고, 그런 불행한 날이 오면 나비들은 우릴 버리고, 새로운 젊은 세력들과 날개를 잡겠지. 흰불나방의 집단 지도 세력은 아직 죽을 용기가 없어. 우린 독가루보다 더 지독한 전자교란 기술로 생존을 모색하고 곤충 지배를 꿈꾸고 있다.”

흰불나방이 진짜로 두려운 이유를 털어놓자, 청백 나비는 긴장하면서 말을 이었다.

“혹부리, 너의 진정성을 알겠다. 큰일을 위해서는 예기치 않은 일들도 있겠지. 평화로운 동족 세상을 위해 보복하는 일도, 보복 당하는 일이 없도록 반드시 보호하마. 너의 결심 하나면, 동족에게 행운과 새로운 기회가 바로 온다.”
“행운의 기회는 가볍게 오지 않는다. 소수 흰불나방 지도체제의 희생은 감수하더라도, 다수의 흰불나방이 참나무 숲에서 적응을 못할 거야. 흰불나방과 나비는 그동안 너무나 달라졌다. 흰불나방은 밤에 먹이를 쫓고, 나비는 낮에 꽃들을 돌보면서 산다. 참나무 숲에서 동족으로 살 수가 없어. 동· 서독 나비들이 화합을 했다가 긴 고통을 당한 사례가 있잖아? 차라리 흰불나방끼리 배고픈 만족이 낫다. 나의 결심을 기대하지 말고, 서로 사는 길을 생각해 봐. 그리고….”

청백은 혹부리가 잠시 멈춘 사이에 말할 기회를 잡았다.

“혹부리, 미래 걱정을 앞당겨 대비하는 것은 좋지만, 때로는 가능성이 높은 희망마저 깨트린다. 우리가 형제의 힘으로 뭉쳐서, 평화의 중립지대를 선포하고, 차후의 일들은 상식적으로 해결하고, 동족이 하나 된 행복을 찾자.”

청백 나비의 차분한 어조로 혹부리를 설득했지만 혹부리는 반대로 갔다.
“청, 행운은 꽃피는 겨울에 시작될 거야.”
“혹부리, 꽃피는 겨울도 있나?”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지. 동족의 화합은 우리의 힘과 의지로 안 돼. 참나무 숲이 평화의 지대가 되면, 육식성 곤충들은 떠나게 되고, 힘으로 개체 수를 조절하던 먹이사슬이 무너져 개체가 증식된다. 숲의 먹이는 제한적인데 개체가 늘어난다면 먹이 부족으로 서로 못살게 된다.”

혹부리 3호의 동족 화합 불가론을 이어서 청백이 말했다.

“혹부리, 동족의 희망은 이론과 이유 달기보다, 방법 찾기에서 시작된다. 불가능한 이유만 찾지 말고, 가능한 방법을 찾자. 동족의 행운은 당신의 용기를 필요로 한다. 더 망설이면 동족의 발전은 없다.”
“싸움 기운으로 생존해온 흰불나방들이 꽃과 나무에서 꿀과 수액만으로 살 수가 없어. 싸움을 버리면 우린 약자로 추락한다. 아마 하늘 기운이 싸움 기운을 모조리 거두기 전에 흰불나방이 변하는 것은 어려울 거야.”
“혹부리, 동족을 위한 큰마음이 가슴에 있으면, 겨울에도 꽃이 필거야.”

청백이 혹부리 흰불나방을 만나고 돌아오자, 젊은 여름 나비들은 동족의 평화가 왔다며 흥분했지만, 봄에 태어난 호랑나비가 항의했다.



“흰불나방은 누르고 밟아서 제거할 독충이지 대화로 변화시킬 대상이 아니다. 흰불나방과 함께 무엇을 해보려고 하는 것은 돌에서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꼴이다. 흰불나방을 버리고 나비의 영광을 꿈꾸자.”

“나비와 흰불나방은 동족이다. 늦기 전에 하나가 되어야 한다.”
“흰불나방이 독 가루를 버리기 전에는 형제가 아니라 적이다.”
“형제를 버리고 나비만 잘 산다면, 영혼이 두고두고 불편하고 아플 거야.”
“독을 지닌 흰불나방을 동정하다가는 언젠가는 흰불나방의 먹이가 된다.
   여기서 멈추어라.”
“나비와 흰불나방은 동족이다. 이제 사랑할 때다.”
“악마인 흰불나방과 음모하여 재앙을 준비한다면 지도자를 추방할 것이다.”

참나무 숲 속의 나비들은 흰불나방을 형제로 받아들여 함께 살자는 청백나비 세력과
흰불나방을 버리고 나비끼리 살자는 호랑나비 세력으로 갈라져서 지루한 싸움을 했다.

- 감사합니다.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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