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망울 부푼 장미는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아침,
햇살은 바람 속으로 퍼져가며 세상을 열었다.
바람은 햇살의 침투가 간지러운 듯 부스스 일어나 세상 속으로 날아갔고,
흰 날개에 노란 점이 박힌 명백 나비도 아침 바람에 일어나 천천히 날았다.

날면서 지도자 나비의 길을 구상했다.


                                                    ‘희망과 열정을 보여주자. 참나무 숲을 꽃이 풍부한 공간으로 만들자. 잘 아는 나비와 손잡고 지겹고 추한 싸움을 종결하고 나비들의 위상을 높이자. 흰불나방과는 원칙을 지키자. 천리 물길을 따라 꽃길을 연결하고, 말벌과의 새로운 협조로 녹색 숲을 만들자.’

그러나 명백 나비의 구상은 구상과 반대로 갔다. 숲을 풍요롭게 살리자는 실용의 언어는 먹히지 않았고, 흰불나방과 거리를 두면서 형제를 외면한 지도자로 찍혔고, 구상했던 일마다 나비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말벌과 함께 숲을 살리자고 제안했다가 영혼을 판 지도자로 추락했고, 소들이 꽃밭을 짓밟아 광풍을 일으켰다. 흰나비들도 명백 나비에게 속았다면서 편이 갈렸고, 소생의 봄을 기다리던 나비들의 불평이 나오기 시작했다. 명백 나비는 비장한 심정으로 나비들을 설득하는 연설을 했다.

“오야 꽃이 피었다. 밝고 넓은 세상이 왔다. 나비의 신화를 이어 기적을 창조하고, 참나무 숲을 풍요롭게 하라는 신의 계시가 있었다. 이제 나비들은 참나무 숲의 주인이 되어, 저마다 꽃을 돌보고, 세상의 꽃들을 위해 세상 밖으로 나가자. 사막의 꽃, 북극의 얼음 꽃까지 우리가 돌보자. 그동안 나비들의 자유로운 순응 기운을 기초로, 다가올 고난을 극복하자. 우리에겐 어떤 고통도 이겨낼 용기가 있다.”

명백 나비는 숨을 고르고, 통합 원칙을 이어갔다.

하나, 색깔을 버리자. 노란나비, 흰나비, 호랑나비, 갈색나비, 오색나비 등 나비는 나비로서 동등하고 존엄하다. 나비들은 환경 따라 색깔이 변했을 뿐이지 조상은 하나다. 저마다의 색깔을 인정하고 모든 나비가 먹고 살 수 있는 무한 에너지를 찾는데 주력하자.

둘 , 실용의 나비가 되자. 나비는 꽃의 사랑을 돕고 꿀을 얻는 생명체다. 꽃을 찾아 꽃을 이롭게 하는 나비가 진정한 나비다. 나비의 날개가 아름다운 것은 보여주기 위한 장식용이 아니다. 아름다운 꽃과 어울리며 돕기 위해서다. 3억 년을 생존한 나비의 억센 자신감으로 말벌도 친구로 만들고, 나비보다 숫자가 많은 불개미와도 협력하며, 꽃을 통해 나비의 영광을 찾자.

셋, 강한 나비가 되자. 이제 나비는 부드러운 날개만으로 생존할 수 없다. 환경이 변했다. 춥고, 덥고, 흔들리고, 메마르고, 탁해졌다. 이제 나비들은 저마다의 능력을 챙겨서 강해져야 한다. 나비들을 괴롭힌 불개미의 과거를 용서하고, 흰불나방이 반성을 하면 형제로 받아들이자. 꽃이 있으면 어디라도 찾아갈 수 있는 강한 나비가 되어 곤충 세상의 중심이 되자.”

명백 나비의 연설은 나비들에게 희망을 주었지만, 노랑나비들은 강한 나비 세상을 만들기 위한 수작이라고 낮추어 평가했고, 지도자를 꿈꾸는 호랑나비가 비판을 했다.






                    “이상적 구호다. 생각이 다른 나비를 설득하여 함께 가는 것은 바위에서 꽃 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좌우의 모든 나비를 만족시킬 절대적 지도자는 없다. 흰나비만이라도 만족할 수 있도록 흰나비 중심으로 가자.”

“그동안 노랑나비의 편 가르기를 비난했던 우리가 흰나비 중심으로 가자는 것은 똑같은 모순을 밟자는 소리다. 풍요로운 나비 세상을 만들려면, 나비의 색깔을 버리고, 하나로 뭉쳐야 한다. 나비는 오로지 꽃을 찾고 꽃을 돌보면서 에너지를 얻고 영혼을 모아야 한다.”

“나비가 색깔을 따지고 편을 가르는 것은 본능이다. 본능을 위한 에너지는 낭비가 아니다. 나비는 대결을 하면서 발전을 해왔고, 앞으로도 대결을 통해 발전할 것이다. 나비는 성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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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 숲에 긴 장마 비가 내렸다. 나무들은 꽃을 피우지 못했고, 잎이 떨어졌다. 키 큰 나무는 빛을 찾아 뻗어 올랐고, 키 작은 나무들은 빛에 굶주려 주저앉았다. 생명체 간의 신뢰의 끈들이 끊어졌고 나비들은 공포에 떨었다. 명백 나비는 동산에 올라가 나비 세상을 살폈다. 우뚝 선 나무와 낮은 자세의 잡초, 뛰고 날고 기는 곤충들, 살아 있는 것은 모두 개체로 존재하면서 밥벌이를 위해 싸웠다.

동산에는 흰나비, 노랑나비, 흰줄나비, 팔랑나비, 호랑나비, 오색나비, 부처나비, 상제나비, 뱀눈나비 등 여러 나비들이 살았다. 나비들의 비행 모습은 나불나불 난다는 공통점이 있었지만 먹이 습성은 달랐다. - 꽃을 찾는 나비, 나무의 수액樹液을 먹는 나비, 과일즙을 빠는 나비, 물만 먹는 나비 등 식성은 다양했다. 명백 나비는 나비들은 저마다 다르기에 나비를 움직이는 방법도 달라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기가 미리 구상한 일을 펴는 것이 급하여 나비들에게 다가가지 못했고 소통에도 실패를 했다.

동산 숲속에는 하루살이, 모기, 파리, 자벌레. 진디물, 장수풍뎅이, 장수하늘소, 매미 등 생존이 버거운 곤충들도 있었고, 사마귀, 독거미, 무당벌레 등 곤충을 잡아먹는 포악한 곤충까지 있었다. 곤충은 나는 곤충과 기어가는 곤충, 힘 있는 곤충과 멋있는 곤충, 날고, 기고, 뛰는 곤충은 있지만, 힘과 멋을 모두 겸비한 곤충은 없었다. 곤충들의 생존에는 공짜가 없었고, 서로가 사냥의 대상이면서 서로가 문제를 만들어 갔다. 지도자 명백 나비는 홀로 부지런했지만 문제 해결의 중심에 서지 못했다.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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