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에이, 안되면 시골 가서 농사나 짓지뭐' 라는 말을 쉽게 내뱉지만 사실 수십년째 농사로 잔뼈가 굵은 농부들도 밭은 갈아엎기 일쑤인 현실에서 농사 한번 지어보지 않은 도시인이 갑자기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농업이라는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귀농, 귀촌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생활공간을 농촌이자 시골로 바꾸는 것에 관심가지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선택이 된다. 그동안 귀농 귀촌을 무조건 농사짓는 것으로만 생각했던 사람들이 많았고 그런 사람들의 실패 또한 많았다.

이제 더 확산된 귀농귀촌 트렌드에선 농사가 목적이 아니라 농촌에 산다는게 목적이 된다. 농민들이 열심히 농사짓은 것을 좋은 값에 팔아주는 일을 하는 것도 가능하고, 농촌과 도시, 농촌과 기업을 연결시키는 사업도 있고, 농촌에 체험마을이나 대안학교를 가꾸는 것도 있다. 농촌지역개발사업을 벌이는 마을에 2006년부터 정부가 인력을 지원해주면서 생긴 마을사무장도 있고, 각종 농촌지원사업도 계속 생기니 그 속에서 일자리를 찾아도 된다. 농촌을 생활공간으로만 쓰고 도시에서 일을 맡아서 하는 프리랜서들도 있고, 앞으로는 스마트워크가 확산되면 주거비용도 낮고 자연환경도 좋은 시골에서 살면서도 도시의 기업이나 관공서에 다닐 사람들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귀농 귀촌은 도시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겐 자연으로 돌아와 삶을 감속하며 또다른 인생을 사는 길을 제시하고, 활력이 필요한 농촌에는 젊은피 수혈이라는 일거양득이 있다.

빠르게 달리고 치열한 경쟁에만 내몰렸던 이들이 감속시대를 맞았다. 더이상 남과의 싸움에서의 이기겠다는 성공방식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여유를 가지며 자연 속에서 살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그런 점에서 이제 귀농귀촌은 시골에서 자라서 도시에서 살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가는 귀향이나, 은퇴한 나이든 사람의 귀농, 농사를 새로운 직업으로 삼고자 하는 실업자나 사업실패자 등의 귀농과는 달리 농사를 짓지않는 생활귀농이자 거주지역의 이동이라는 차원에서의 귀촌이 더 활발해지게 된다. 생태교육이나 자연학습 등 자녀교육의 수단으로 농촌으로 생활공간을 옮기는 경우도 늘었다. 대도시로의 집중에서 벗어나 도시 밖에서의 자유와 여유를 찾는 감속시대의 귀농귀촌은 앞으로 더 확산될 것이다.

요즘 지자체별로 귀농귀촌인을 잡기위해 사력을 다한다. 2010년 전국적으로 4천가구 넘게 귀농했다고 하는데 대개 한가구당 3명 정도만 잡아도 12000명 정도가 농촌으로 간 셈이다. 인구유입효과와 함께 지역경제를 살리고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일으킬 요소라는 점 때문에 지자체들로서는 이들을 잡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되었다. 그래서 빈집 수리비나 정착금 등으로 최고 2천만원을 지원하는 곳도 있고, 의료혜택과 자녀교육지원 등을 인센티브로 내건 곳도 있다. 각종 귀농 체험이나 교육프로그램도 전국 지자체별로 활발히 개최되고 있다. 지자체뿐 아니라 늘어나는 귀농귀촌의 관심사가 비즈니스가 되기도 하는데, 대규모 컨벤션센터에서 귀농귀촌 페스티벌이 개최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와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있다. 뭐든 사람의 관심이 모이는 곳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도 나타나기 마련이다.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www.digitalcreator.co.kr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에서 연구와 저술, 컨설팅, 강연/워크샵 등 지식정보 기반형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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