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2000년. - 나비들을 위한 헌사(獻辭)




꽃들의 사랑을 도왔던 나비 여러분 !

나비는 강한 이빨도 독침도 없이 연약한 날개로 3억 년을 생존해 왔습니다. 나비는 힘이 없어 숱한 시련과 수모를 겪었지만 꽃이라는 생존 파트너를 잘 만나서 용케도 살아남았습니다. 나비에게 꽃은 밥이면서 신이며, 친구이면서 사랑의 대상입니다. 오랜 기간 형형색색의 꽃을 닮아서인지 날개는 화려하게 발전했고, 긴 세월 꽃들의 사랑을 도와서인지 아름다운 존재로 진보했습니다. 나비 선생님들은 더 이상 진화할 수 없는 아름다움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말을 합니다. 앞으로도 나비들은 부드러운 비행과 꽃을 돕는 선행으로 꿋꿋하게 대(代)를 이어갈 것입니다.

앞을 보면서 날아가는 나비 여러분!

지금도 나비들은 온전하지 못합니다. 새들로부터 공격을 당하고, 도처에 연결된 거미줄은 나비들의 지상 접지를 어렵게 하고, 꽃을 찾아가는 밥벌이로 하루도 쉴 수 없지만, 우리 나비들에게는 꿈과 의지가 있습니다. 지상에 꽃이 있는 한, 부드러운 날개로 꽃을 찾아가 꽃을 돕겠다는 의지가 있고, 꽃을 찾아가는 길에 어떤 고난과 저항이 있어도 좌절하지 않고 날아가 꽃들의 사랑을 도우면서 나비의 번창을 도모하겠다는 소박한 꿈이 있습니다. 어렵게 꽃을 찾더라도 꽃을 탐하지 않고 꽃을 도우며 살겠다는 나비들의 계율을 지켜갈 겁니다.

뒤를 볼 수 없는 나비 여러분!

나비들은 새로운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 때, 나비의 자유로운 개체성을 억압하고 통제했던 호랑나비의 어두운 기운은 향기로운 위기에 불가합니다. 페르몬으로 접수되는 영상에 혼을 뺏겨 꽃을 향한 활동이 줄었습니다. 인간들은 나비가 줄어드는 것은 전자파의 영향이라고 오진을 하지만, 우리는 그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경솔한 나비가 농약 묻은 꽃을 빨다가 희생되는 것도 나비 감소의 원인이지만, 진짜 이유는 안일한 길을 택하기 때문입니다. 일부 나비들은 쉬운 밥벌이를 위해 야생 꽃을 버리고 도심지로 나가, 아스팔트 위의 으스러진 아이스크림을 빨고, 배가 고프면 쓰레기장을 뒤지고, 향기 없는 조화(造花)에 속으면서 대를 이어가는 본능을 잊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인간들은 나비들의 위기를 모르는지, 나비를 칭송하며 나비 축제를 열어주고 있습니다. 나비 축제는 나비들의 자태를 뽐낼 기회를 주는 고마운 일이지만, 나비 축제는 나비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비들의 아름다움을 이용하는 장사입니다. 좁은 공간에 나비를 인위적으로 키우고 풀어주는 것은 나비의 형질을 서서히 약화시켜 종족 소멸로 몰고 가는 악행이며, 인간들의 나비 관심과 호의가 오히려 나비 개체의 개별성과 강인함을 잃게 합니다. 나비 구경꾼들이 <꽃이 있어 나비가 존재한다.>고 나비를 낮추어 평가하는 것에 실망할 때가 아닙니다. 지금처럼 나비들이 쉽게 먹이를 찾기 위해 고난의 자유 비행을 아낀다면 희망이 없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나비 2030년에는 3억 년을 이어온 나비 본연의 모습을 잃게 됩니다. 나비의 위기는 꽃들의 위기이며 지상의 혼란입니다.

위기를 안다는 것은 기회입니다. 나비들은 앞으로도 나불거리며 날아야 하는 것은 나비들의 자랑스러운 운명이며, 앞으로 몇 세기 동안 나비들은 지상의 꽃들을 돌보아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입니다. 나비가 날고 꽃을 찾는 것은 행복입니다. 나비의 운명과 행복을 위해 지상의 꽃을 찾아서 날아가야 합니다. 꽃이 있는 곳이면 힘차게 날아가, 꽃들의 사랑을 돕고, 꽃기운으로 억센 생명을 이어가야 합니다. 나비의 비행에 힘을 얻는 생명체와 꽃을 생각하면서 나비의 생기를 다시 찾고 다시 신비해져야 합니다.

부활을 꿈꾸는 나비 여러분! 나비들의 본래 모습을 다시 찾기 위해 화려했던 과거를 되새겨 봅시다. 중국의 장자(長子)라는 도인은 <꿈속에 내가 나비가 된 것인지? 정말로 나비가 된 것인지?> 하면서 나비를 신비한 존재로 만들어 주었고, 누군지는 모르지만 <중국 상하이의 나비의 날개 짓이 뉴욕의 태풍을 일으킨다.>라고 하면서 나비를 변화를 일으키는 무서운 존재로 비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겉으로는 약한 존재지만, 신비하고 무서운 존재라는 자부심을 갖고 새로운 부활을 준비해야 합니다. 하루살이도 힘으로 살고, 코끼리도 힘이 떨어지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이제 나비들도 꽃을 사랑하는 영혼의 힘으로 나비 부활을 시작합시다.

사랑을 꿈꾸는 나비 여러분! 나비는 작은 곤충이 아닙니다. 대대로 내려온 나비들의 형형색색의 멋을 오늘에 되살리고, 나비들의 번창이 생명체 발전의 근본임을 깨달아 꽃들을 찾아가 사랑을 돕고 힘과 생기를 얻어야 합니다. 선조들의 유연한 유전자를 이어받아 멋있는 비행술을 익히며, 농약에도 버틸 수 있는 내성耐性을 키워서 나비들의 종족을 번창시키고, 안으로는 피할 수 없는 것을 즐기면서 생존하고, 나비가 참나무 숲의 주인 되는 세상을 위해 벌보다 먼저 일어나 꽃들을 돌보며. 비가 오는 날에도 최소 50개 이상의 꽃을 찾아가며. 항상 겹눈은 안전을 겹겹이 살피면서 날고, 꽃을 찾는 활동이 나비의 생존이며, 꽃을 위한 사랑이며, 지상의 숲을 더 아름답게 하는 봉사임을 알고 꽃을 찾아 날아갑시다.

도약을 꿈꾸는 나비 여러분! 나비의 부활을 방해하는 적(敵)은 말벌도, 흰불나방도, 거미줄도, 오염된 꽃도, 농약도 아닙니다.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보하는 우리 자신입니다. 나비의 날개로 폭풍을 만들 수 있듯, 깨우침 하나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도약하기 위해 하늘 기운으로 날개의 힘을 보충하고, 꽃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새로운 발전을 위해 고통마저 즐겨야 합니다. 나비들은 이름도 색깔도 형태도 다르지만, 나비라는 이름만으로 고귀한 존재입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할 책임과 권리를 행사합시다.

새로운 창조를 꿈꾸는 나비 여러분! 지나간 날들 - 3억 년 전부터 - 1999년까지- 3억년 이상의 험한 시공간을 누리면서도 대를 이어온 나비들의 수고에 찬사를 보내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나비다움을 지켜온 20세기 나비들에게 감사하며, 새로운 날에 새로운 사랑을 창조할 현재의 나비들에게 새로운 주문을 합니다. 힘은 여전히 약하지만 부드럽게 자연에 순응하면서 사랑과 행복을 느끼고, 꽃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과거의 나비를 기억하고 우리에게 잠재된 아름다운 혼으로 연결을 합시다. 아직도 흐리게 남아 있는 나비들의 페르몬을 살려서 서로를 연결하고 새로운 나비 세상을 만들어갑시다.
나비 여러분! 지금의 문제부터 직시합시다. 나비와 벌들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나비의 비행 일수는 1/3로 줄었고, 벌들은 집을 짓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 여름철 비가 많이 내려서 생긴 일시적 현상으로 믿고 싶지만, 아마도 환경 변화에 대비하지 못한 나비들의 잘못입니다. 과거의 화려함과 현재의 고단함을 논할 시간이 없습니다. 절박할수록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비행이 힘이 들면 쉬면서 부드러운 힘을 키우고, 나비의 비행으로 꽃바람을 일으키고, 강 물결이 굽이치는 것을 바라봅시다. 그리고 새로운 나비 세상을 꿈꾸고 창조해 갑시다. 우리는 나비니까 나부터 할 수 있습니다.

나비들의 번창을 위해 영혼이 있는 나비 한 마리를 초대합니다. 이 나비의 이름은 청백나비, 그는 날개를 다친 상태로 태어나 바닥을 기면서 땅의 언어를 체득했고, 고난의 노력으로 빠른 비행을 개발했고, 영혼의 사랑으로 위기에 빠진 나비들을 구하게 됩니다. 청백 나비의 비행을 함께 따라가면서 그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했으며, 힘이 없지만 어떻게 힘을 극복하고, 어떻게 꿈을 이루었는지 그의 생각과 활동을 정면으로 살펴봅시다. 청백 나비가 발견한 영혼의 언어는 우리들의 미래 언어입니다. 이제 나비들의 행운이 인간과 함께 영원하기를 빕니다.

- 21세기가 열리던 첫 날을 돌아보면서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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