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행복은 혼자 만들지 못한다.

행동 진화14. 상생(相生) – 서로가 행복한 길을 찾자.



서울시의 주민투표는 막을 내렸지만 양극화와 상극(相剋)의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인간 세상은 이해관계로 편을 가르고, 서로를 죽이려는 싸움을 하고 있다. 인간 세상도 정글의 법칙처럼 힘의 크기만큼 지배하고 질서를 세우는 것이 상식이지만, 너무 낭비가 심하다. 싸움의 종말은 서로의 상처다. 불안하다. 서로 사는 길을 생각하면서 글을 쓴다.

아들이 입사 시험을 보는 날 강화도 마니산 산행을 했다. 정상에서 내려와 계곡에서 김밥을 먹는데, 박새, 파리, 하루살이 순으로 날아 왔다. 새는 손에 잡힐 정도로 지근거리까지 접근했다. 목숨을 걸고 먹이를 향하는 무모함에도 놀랐지만, 인간의 밥이 뭇 생명체의 먹이와 같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김밥 몇 덩이를 던져주었더니 새는 김밥을 터드렸고, 파리는 튕겨 나간 밥알을 빨았고, 하루살이는 새가 먹고 간 자리에서 뭔가를 핥아서 먹는 것 같았다. 생명체 공간의 먹이 문제는 순수했고, 힘의 크기만큼 먹는 것처럼 보였고, 순차적인 나눔이 있었다.

비!!!

비오는 날, 진퇴를 고민하면서 버스를 탔다. 마음의 눈까지 흐려진 탓인지, 2000번 버스를 타야하는데, 200번 버스에 잘못 승차하여 엉뚱한 곳에 내렸다. 택시는 없었고, 지나가는 차에 손짓으로 sos를 보냈지만, 다들 외면했다. 결국 빗길 2시간을 걸어서 집으로 왔다. 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번호 하나도 제대로 인식 못하는 나의 고등 허약성을 반성했고, 운전 코스시험에서 경계선을 밟은 탈락 차량처럼 경고음이 크게 울렸다.

<너는 누구냐? 너는 너를 알고 행동하는가? 내가 보고 믿고 있는 것이 전부일까? 내 마음이 모두 내 마음인가? 내 마음의 주파수에 간섭하고 통섭하면서 나를 조절하는 존재가 있는가? 인간은 왜 만물의 영장(靈長)인가? 정의와 공정, 진리와 휴머니즘, 아름다움과 발전은 실존하는 언어인가? 인간은 정말로 우주에 하나뿐인 위대한 생명체인가?’ 인간은 신이 만든 위대한 존재인가? 아니면 우주가 우연히 만든 박테리아의 진화체인가? 인간은 동물과 구분되는 고등 생명체인가? 아니면 태어나 먹이를 고민하고, 짝을 지어 유전자를 물려주고 죽는 동물과 다를 게 없는가? 내가 나로 존재하는 것인가? 사람은 사람에 의해 사람이 되는 것인가? >

예민한 주제로 믿음에 혼란을 주자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위대한 존재지만, 동물로 내려갈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지금 세상의 꼴을 보면 인간의 위대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어두운 면들이 많다. 자기만 살려는 작은 존재들은 스스로 인간의 위대성을 부정한다. 굶어죽는 백성을 외면하고 무기개발과 구매에 돈을 사용하는 악당국가들, 신(神)의 이름으로 테러를 자행하는 원리주의자, 개발을 이유로 후손의 존재기반인 자연을 파괴하는 개발세력, 물질과 성공의 새장에 갇혀 있는 인간군상을 보라. 인간이 위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마저 보이지 않는다.

인생은 헛된 수고인가? 아름다운 수고인가? 테러가 자행되는 지구촌, 유전자 전달 목적도 아니면서 성에 빠지고, 끊이지 않는 성범죄, 자기욕심은 세균처럼 남에게 몰래 침투하면서 남의 욕심엔 저주하고, 타종교 경전 태우기, 자기와 자기 이익집단 외에는 주변을 보지 못하는 외눈박이, 앞선 자의 탐욕이 넘치는 사회에서 인간의 자유를 이야기하는 휴머니즘은 죽은 시인의 노래에 불가하다. 유전자 기술, 나노 기술까지 발전해도 마음 바탕과 본능을 개선하지 못한다. 인간의 위대성과 개선의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인류에게 남는 게 뭘까? 나 홀로 폼 잡는 독선 세력과 빈자들의 갈등, 인구의 자연 증가, 기상 불순과 식량 부족, 전쟁과 테러 위협 등 갈수록 살기 힘든 세상이 될 것이다. 앞으로 사는 길은 기술과 능력이 아니다. 마음을 편하고 낙천적으로 관리하는 지혜와 서로 살려는 상생(相生)만이 인간과 세상을 살릴 것이다.

더불어 사는 상생은 내면의 아름다움이며 서로 어울리는 행동이다. 상생은 인류가 충돌과 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같이 살기 위해 선택을 해야 하는 덕목이다. 자연은 미래 후손들의 생존 기반이기에 인간과 자연은 상생 관계로 가야하고, 서로의 존엄성을 지키려면 상대를 나의 일부로 인식하여 인간끼리의 상생을 추구하고, 150만 종의 생명체가 서로 살게 하려면 유전자 조작을 금지하여 생명체끼리의 상생을 보장해야 한다. 상생은 어려운 용어가 아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인사하는 것, 넘어진 사람에게 손을 잡아주는 것, 그가 원하는 것을 맞추어 주는 행동, 나의 장점을 베풀어 함께 사는 것도 다 상생이다.

상생은 형식을 초월하고 악에도 선으로 대응하는 비상식적 논리다. 터져 나오는 웃음이 조건 없는 생체 반응이듯, 상생은 조건과 이해관계를 초월한다. 인간이 자연의 속성에 근접한 것이 자비와 사랑, 덕성과 포용, 애틋함과 감사한 마음이다. 흙이 자연으로 돌아간 생명체를 분해하듯, 자비와 사랑은 복잡한 이해관계를 분해하는 약이며, 덕과 포용은 서로 감싸는 향기이며, 애틋한 감성은 인류가 같은 후손들임을 알게 하는 기억회생제이며, 감사한 마음은 서로 인정하고 격려하는 에너지다. 상생은 조화를 이룬 상태다. 물질의 수레에 정신을 함께 실어서 평화를 얻고, 필요한 물질은 챙겨서 정신의 양식으로 삼고, 서로 행복한 길을 위해 내가 중요한 만큼 상대도 귀하게 대우해야 한다.

나는 홀로서기입니다. 홀로서기는 종족보존을 위한 민들레 홀씨의 여행이며, 홀로 우직하고 곧게 달리는 코뿔소다. 어차피 인생은 홀로 가는 외로운 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고독이 두려워 모임을 만들고, 모임 속에서 더 고독했습니다. 걸음마를 배우고 홀로 서고, 활동하고, 떠날 때는 앉았던 흔적을 남기지 않는 새처럼 미련 없이 홀로 떠나게 하소서! 그러나 홀로 행복을 시도하지 않게 하소서! 행복은 혼자 만드는 빵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물과 밀가루, 불과 도구로 함께 만들게 하소서! 홀로서려는 자아여, 외로운 인생 광야에서 홀로서기를 꿈꾸더라도 홀로 행복하기를 바라지 마라. 불가능한 일이다.

당신은 마주보기입니다. 마주보기는 꽃과 나비의 관계이며, 마주 보아야 열매를 맺는 은행나무의 운명입니다. 서로 마주보고 웃으면 위로가 되지만, 마주보며 걸으면 서로가 넘어지기도 합니다. 서러움과 웃음, 고난과 꿈이 서로 마주보면 위력이 생기고, 욕심과 욕심이 마주보면 사랑도 구속이 되었습니다. 믿음과 신뢰가 마주보면 남도 님이 되지만, 가벼움과 불신이 마주보면 뜨거운 약속도 깨졌고, 친구가 적으로 돌변하기도 했습니다. 외로운 자아여, 외롭다고 아무나 마주보지 마라. 인연이 끝나면 서로의 아픔으로 남는다. 서로가 자유로우려면 같은 방향을 보면서 걸어가라.

우리는 상생(相生)입니다. 우리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이며, 뿌리는 달라도 줄기가 하나 된 연리목입니다. 서로 사는 상생을 노래하면서도 종파가 다르면 그냥 미워하고, 장미 중에서도 장미를 고르기도 했고, 상대를 넘기고 내가 서려고 했습니다. 관계의 틈새에 미움과 갈등이 생기면, 모든 생명체는 같은 뿌리에서 나왔음을 알게 하시어 서로 애틋하게 생각하게 하시고, 꽃과 개똥도 서로 어울리면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하시어 이것과 저것이 서로 어울리게 하시고,  인생은 먼저 주어야 받는, 내가 준만큼 얻는 인과응보 게임임을 깨닫고, 인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상대의 눈으로 현상을 보고, 인정하고, 도움을 주면서 나의 자리를 찾게 하소서!

서로 살고 싶은 상생의 자아여, 마음의 눈을 떠라.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공간에서 이탈하라. 너에게 내재된 에너지로 평화와 행복을 창조하자. 비난과 논쟁과 불평을 멈추자. 상대를 칭찬하여 상대를 위대한 존재로 세워주라. 행복은 나 홀로 만들지 못한다. 함께 살면서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자. 서로가 사는 길이라면 고난의 길도 함께 가고, 서로 행복할 수 있다면 지옥도 두려워하지 말자.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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