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행복은 마음의 본성(本性)에 있다.

이 메일로 아픔을 호소하는 독자와 나눈 필담의 일부다.

“형체도 없는 고민을 잡고 많이 아파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아픔을 치유해야 행복할 수 있나요?”

“아픔은 마음으로 치유할 수 없습니다. 아픔을 만든 것은 마음이 아니라 본성이기 때문입니다. 자기 본성을 돌아보고 본성을 탈바꿈시켜야 아픔을 치유할 수 있습니다. 행복은 본성과 마음이 일치할 때 생기는 향기라고 봅니다.”

아픔과 행복을 만드는 것은 마음보다 본성이라고 봅니다. 본성은 개체가 본디 지닌 성질로 저마다 자기 본성대로 모양을 짓고 활동(꼴값)을 한다. 콩 대공에 콩이 열리듯, 받은 울림대로 되돌려주는 메아리처럼 자기 본성대로 말하고 행동한다. 교육과 학습을 통하여 본성을 바꾸어 보려고 하지만 한계가 있다. 세상은 정의를 부르짖지만, 아직도 불의가 판을 치고, 내실보다는 부실이 더 많은 것은 아직도 인간이 거칠고 이기적인 본성 무대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예민한 본성 때문에 평정심을 잃은 일이 있었다. 하나는 악성 프로그램에 반응하여 평화를 깨트린 일이다. 어느 날 컴퓨터를 켜자, 악성 프로그램을 삭제하라는 배너가 떴다. 무시해도 똑 같은 배너가 자꾸만 뜨기에 <삭제하기> 박스를 눌렀더니 결제를 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컴퓨터를 지킬 사명감으로 결제를 했더니 매달 돈이 빠져나갔다. 더 당하지 않으려고 프로그램을 지워버려도 성가시게 자꾸만 떠올랐다. 나쁜 기계(프로그램)에게 시간과 자유를 뺏겼다고 생각하니 울화통이 치밀었다. 아뿔싸, 죄 없는 컴퓨터가 주먹에 맞아 깨져버렸다. 주범은 기계 언어를 이용하여 돈을 빼앗는 프로그램 양아치인데, 평정심을 잃고 전달자에 불가한 컴퓨터를 망가뜨린 것이다.

약을 먹어도 치료가 되지 않는 손톱무좀이 성가시게 했다. 통증이 올 때는 손가락을 잘라 버리고 싶을 정도로 아팠다. 하필 나에게 이런 아픔이 있을까? 원망도 하고, 손톱 깎기로 끝 부분을 잘라내어 피를 흘리기도 하고, 바늘로 후벼 파보았지만, 뿌리 깊은 무좀 조직은 그대로 붙어 있었고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류 시화 시인의 <들풀>이라는 시, – 슬픔은 슬픔대로 오게 하고, 기쁨은 기쁨대로 가게 하라.- 를 읽고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이 무좀도 살려고 태어났구나! 나의 몸의 일부로 받아들이자, 라고 생각했고, 아파도 그대로 방치를 했더니 손톱무좀이 사라졌다.

컴퓨터 파손 사건과 무좀 치유 과정은 내게 인간의 본성은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했고, 인간 본성에 대해서 살펴보게 하는 계기를 주었다.

인간 본성은 사람을 움직이는 원초적인 프로그램이다. 마음이 모든 판단과 결심의 우두머리, 행동의 뿌리지만, 마음의 바탕 속에는 본성이라는 원초적인 시스템이 몸과 마음을 지배한다. 자기도 모르게 감동하고 슬픈 일에 울컥하는 것은 착한 본성이 있기 때문이며, 추한 욕망에 시달리면서 마음은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엉뚱한 일을 저지르는 것은 예민하고 악한 생존 본성의 짓이다. 어둠에 젖은 본성은 어두운 골목으로 찾아가서 스스로 부정적인 행동을 했고, 까칠하고 굽은 본성은 마음까지 구겨진 휴지처럼 접히고 초라하게 했다. 본성은 이중적이며 고정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이성으로 통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본성은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닌 이중적 프로그램이다. 성선설과 성악설은 인간 본성이 이중적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인간의 원초적인 프로그램인 본성은 생존을 위해 상황에 따라 유리한 것을 선택하려고 한다. 우리가 실수하고, 고통 받고, 불행에 빠지는 것은 본성에 놀아나기 때문이다. 마음이 선과 악, 완전과 불완전 사이에 놓여서 갈팡질팡 하는 것은 본성이 이중적이기 때문이다. 본성이 밝고 넓으면 마음은 우주의 팽창처럼 끝없이 상상하면서 새로운 창조를 하지만, 본성이 작고 거칠면 바늘 하나 꽂을 자리도 없을 정도로 여유가 없고, 상식 이하의 엉뚱한 짓을 한다.

인간에게는 사냥꾼 시절의 험난한 고통을 기억하는 어둡고 굽은 본성이 있다. 어두운 본성이 불자(不字) 언어들(불안, 불만, 불평, 불확실, 불완전), 무자(無字) 언어들 (무지, 무시, 무책임, 무성의, 무계획)과 동맹을 맺고 활동하면 환경이 아무리 좋아도 불평과 비판을 한다. 반대로 진화된 밝고 곧은 본성은 인간의 불완전성을 알고, 불평과 비판을 해도 이로울 것이 없다는 것을 학습했기에 상대 입장을 이해하고 거두어 주려고 하고, 항상 잘 되고 있다고 말하며, 가능성과 확실성을 잡으려고 한다. 그럼, 부정적인 본성은 구제불능일까? 아니다. 부정적 본성도 개조가 된다.

본성을 바로 바꿀 수는 없지만 본성도 진화한다. 인간은 바뀌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말을 많이 하는데, 본성이 개선 될 수 없다면 교육과 학습의 효과를 부정하는 소행이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운명이 길흉사를 만든 것이 아니라 본성이 운명을 좌우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실수를 털고 일어나 다시 새로운 꿈을 꾸는 것을 보면 본성은 인간 품성의 바탕이지만 얼마든지 개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고 식은땀이 흐르는 아픈 기억이 있다. 생업 상 불가피한 술자리인데, 망치를 들고 찾아와 죽이겠다고 난동을 부렸다. 사람을 잃었고 삶의 의욕을 잃었다. 몇 년이 지났지만 본성이 거칠고 따지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생각만 해도 한심하고 용서할 수 없었다. 인간적인 관계마저 정리하고 떠나려고 결심하던 어느 날, 이렇게 하면 본성에 놀아나는 짓이 아닌가? 본성대로 처신하는 것은 나를 작게 만드는 짓이다. 본성 때문에 인생을 망칠 수는 없다. 나는 내가 지켜야 한다고 각성하면서 위기를 벗어났다. 자기 본성을 알고 다듬고 가꾸면 자아로 발전하고, 자아가 영적인 기운을 받으면 영혼의 단계로 발전한다.

수련(修鍊)이여! 수련은 거친 본성을 다듬고 순화시키는 과정이다. 행복은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라 수양으로 만드는 제조품임을 알면서도 굽고 거친 마음으로 행복을 찾았고, 도구를 부리면서 부림을 당했고, 부하를 부리면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행복의 길은 향기로운 꽃길도, 화려한 조명 속에 펼쳐진 고고한 카펫 길이 아님을 깨닫고, 시리고 슬픈 본성을 다듬고 두들겨 행복의 향기를 피우게 하소서!

초월이여! 당신은 깨우침으로 고통을 뛰어넘는 절차이며, 모든 존재에 영혼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각성입니다. 수련으로 개선되지 않을 본성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를 다듬지 못하고 나의 기준으로 다투고 싸웠으며, 세상은 모순투성이라고 비난을 했습니다. 빅뱅으로 우주를 열었듯, 순간 감성의 초월로 아픔을 이기고, 껄끄러움을 웃음과 칭찬으로 돌파하고, 뇌가 발견한 모순과 실수를 영혼으로 녹이게 하소서! 닭과 알 속의 병아리가 함께 껍질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듯, 본성과 이성의 조화로 진보하게 하소서!

본성을 진화시키고 싶은 자아여,
본성(本性)의 밭을 기름지게 하려고 생각과 행동의 씨를 뿌리려는 자아여!
나라는 본성이 있기에 너와 세상이 존재하는 게 아니겠는가?
물질(쾌감)을 선호하는 본성을 무시하지 말고, 현재의 질긴 본성에 갇히지 마라.
화려하게 타올랐다가 사라지는 불꽃이 되지 말고. 어렵게 타오르는 모닥불이 되자.
물렁한 초벌구이가 불구덩이 속에서 구워져 강한 도자기가 되는 것처럼
불완전한 본성을 수련하고 다듬어 강한 자아를 만들자.

선악을 동시에 지닌 본성을 개조하여 참된 자아를 찾는 자아여!
인생은 본성의 뿌리에서 자아의 꽃을 피워 행복의 열매를 얻는 과정이 아닌가?
본성이 악하다고 탓하지 말고, 잠복된 본성을 모르고 거룩한 척 하지 마라.
허상의 그림자에 빠져서 죽지 말고 가까이 있는 확실한 일을 잡자.
거부도 피할 수도 없는 아픔도 기다리면 해결되는 것처럼,
본성도 개선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본성이 위대한 자아로 탈바꿈하기를 기다리자.

본성을 맑고 고르게 정비하여 진보하려는 자아여!
인생은 본성의 암벽을 자아의 밧줄을 잡고 올라가는 등산이 아니겠는가?
본성을 겁 없이 이기려고 하지 말고, 아닌 본성은 아니라고 말하자.
아스팔트를 뚫고 나온 잡초처럼, 어디에도 잡히지 않는 바람처럼,
아픔을 참고 버티며, 내 속의 영성을 찾아서 영혼이 있는 자아를 노래하자.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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