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하면 행복도 흔들린다.

입력 2011-07-26 09:38 수정 2011-07-28 10:42


행동 진화 8. 절주(節酒) - 술은 친구가 아니라 악마다.











술로 인해서 많은 것을 잃는다. 체면과 인품, 사람과 건강, 향기와 고고함, 때로는 양심과 도덕까지 잃는다. 자기 의지로 마신 술이든, 조직의 일부로 마신 술이든, 술은 어떤 형태로든 즐거움보다는 고통을 준다. 술은 잠시 동안의 기쁨을 주지만 술이 지나간 몸에는 피로와 스트레스가 남고, 공허감을 준다. 세상에 공짜 술은 없다. 음주에는 돈과 시간이 들고, 공짜 술을 마시더라도 술은 몸과 마음고생을 요구한다. 술에 취하면 정신과 혼이 흔들려 복을 잃는다.



술을 빼고 인생을 논하는 것은 abc를 모르고 영어를 말하는 것과 같다. 술은 인간의 몸과 정서, 후손의 유전자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술은 인류와 함께 해왔다. 기원전 5,000 년경, 맥주를 만드는 기록을 남긴 메소포타미아의 비석, ‘고구려인은 멥쌀로 술을 빚었다.’는 <고구려 전>, 영조 임금은 ‘전국에 금주령을 내렸고, 철종은 막걸리를 좋아했다.’는 조선조 실록, 정철의 술을 권하는 시조인 장진주사가 있다. 노동요와 시조 속에도 술 관련 내용이 많고, 여러 나라의 혁명의 현장에도 술이 있었다.



일설에 의하면 술은 최초 원숭이가 원시림의 산딸기나 산포도가 자연 발효된 액체를 마시고 흥겹게 노는 꼴을 보고 인간도 따라서 마신 것이 술의 기원이라고 하는데, 믿음 지수는 높지 않다. 술은 인류에게 약일까? 아니면 독일까? 정확한 규명도 없이, 지금도 인간은 술을 마신다. 술을 즐기는 애주가, 술을 마시고도 전혀 흐트러지지 않는 술의 명인과 달인도 있지만, 술에 중독되고 술에 먹혀서 패가망신(敗家亡身)하는 술주정뱅이도 있다.



주세법(법률 제60호 제 2조)상의 술은 알코올 성분 1도 이상의 음료(약사법에서는 알코올 성분 6도 미만은 제외)라고 명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알코올 성분을 함유한 음료를 술이라고 하는데, 술은 제조과정에 따라 전분을 발효시켜 술을 빚는 양조주(釀造酒), 발효시킨 술을 증류기로 증류하는 증류주(蒸溜酒), 과일. 향료. 약초 따위를 첨가한 혼성주인 재제주(再製酒)로 분류된다. 술의 종류는 달라도, 술은 불기운을 품은 액체로, 일단 액체 상태로 몸에 침투하여 뜨거운 환희와 즐거움을 준 뒤에 정신의 줄과 이성의 끈을 끊고 긴 고통과 혼란을 준다. 술을 다스리지 못하면 술로 인해 인생 위기가 온다.



술 예찬론자들은 술은 인생의 친구라고 말한다. 조상들에게 술은 노동을 즐겁게 생활수, 피곤한 심신을 달래는 액체, 용기를 주고 어색한 기운을 제거하는 윤활유이며, 인생을 살맛나게 하는 부가 서비스이며, 고난을 이기게 하는 청심환이며, 술이 없는 세상은 꽃이 없는 정원이었다. 현대인에게 술은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마취제, 인간 갈등을 풀어주는 외교관, 사람을 시험하는 리트머스이며, 대화를 부드럽게 조성하는 무색∙ 유색의 물방울이며, 서로 사는 세상을 부드럽게 하고 활기를 주는 약이다.



술 경계론자는 술은 인류를 퇴보시키는 독이라고 말한다. 조상들도 석잔 술은 인간의 친구일 수 있지만, 주량을 초과하면 애비도 몰라본다고 경계했다. 술은 친구와 악마 사이를 오고간다. 습관성 술은 비만증. 간질환. 위장병. 시력 저하 등 육체를 병들게 하고, 술은 영적인 인간을 동물로 변모시키는 위험물질이다. 술은 참았던 비밀을 터트려 대인관계를 깨트리는 시한폭탄이며, 혈관을 확장하여 집중력과 업무수행의 정확도를 떨어뜨리고, 감정의 급변과 정서의 장애를 일으켜 사람을 추하게 만든다. 지나친 술과 술 중독은 성범죄를 일으키고, 음주 후에 운전까지 한다면 전혀 죽을 이유가 없는 사람까지 죽음에 이르게 하는 독약이다.



술은 스트레스 해소제가 아니라 스트레스 제조기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목적으로 마신 술에 취하면 영혼의 다락방에 악마가 침투하여 심신을 망가뜨리고, 후회할 일을 만든다. 축하와 단합이라는 목적을 띤 조직의 술자리도 강요가 개입하면 술을 마시가 전부터 스트레스를 받고, 술을 권하는 한국의 집단 음주 문화는 스트레스를 양산한다. 잔 돌리기는 함께 고난을 이겨 가려는 동반의식을 앞세우지만 함께 무너지고, 폭탄주는 서로 동지가 되고, 쌓인 스트레스를 빨리 풀려고 하지만, 서로 취하여 서로 실수를 하고, 집단 최면에 빠져 함께 망가지고 쑥스러운 죄를 범하게 한다. 술은 스트레스 치유제가 아니라 스트레스 강화제로 작용한다.



술을 매개체로 의사소통 하기는 어렵다. 술은 피로를 풀고 기분이 좋아질 때 까지는 몸과 정신을 이롭게 하지만, 술이 거듭되면 술은 몸과 정신을 분리한다. 술에 취하면 술자리의 목적은 실종되고, 목소리가 높아지고, 미운 인간을 험담하고, 쌓인 서러움과 분노가 작동하면 싸움을 하고, 크게 취하면 소변기에 절까지 한다. 음주가 1시간 이상 지속되면 절제력은 망가지고 개체성이 사라진다. 이제 몸과 정신이 분리되는 한계점인 석 잔이 넘기 전에 일어설 수 있는 왕따가 되라. 술이 태생적으로 약하면 동석자에게 술의 치사량을 알려라. 집단의 권위와 분위기로 술을 권하지만 강제로 술을 먹이는 사람은 없다.

술이여! 너는 근심과 걱정을 날려 보내는 액체이면서, 간과 마음을 굳게 하는 고체다. 술은 고된 인생길을 위로하는 친구이면서, 비밀과 관계를 깨는 망나니다. 말로써 말만 많듯, 술로써 술수(術數)만 생긴다는 것을, 술로 눈물을 씻으려는 것은 피로 피를 닦는 짓임을 깨닫고 술을 두려워하자. 새장에 갇힌 새가 애절하게 울어도 듣는 이는 노래로 오해하듯, 외롭고 슬퍼서 마시는 술이지만 술은 인간의 속마음을 모르고 상처만 준다. 이제, 습관성 음주, 석잔 이상의 불필요한 과음, 술이 술로 이어지는 2차 음주를 중지하자. 낭비와 행복파괴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나를 분실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는 당신, 술은 달콤한 액체의 목축임이 아니라 독사하고의 입맞춤임을 깨닫자.



절주(節酒)여! 당신은 술을 다스리는 장수이며, 술이 기쁨의 액체로 남게 하는 용병(주)술입니다. 과음 후에 정신이 맑고 행복할 수 있는 확률은 로또 1등에 당첨되고 벼락을 맞는 확률보다 낮다는 것을 깨우치자. 인간 DNA에 잠재된 술에 대한 기억 때문에 술을 끊을 수 없지만, 술과 행복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궁합임을 알고 술과 이별하자. 술을 끊자고 말하면, 주당들이 반기를 들고, 술 제조회사들과 술로 먹고 사는 많은 사람들이 미친놈이라고 비난할 것이므로 불필요한 술을 줄이자고 제안하자. 술 때문에 아파본 당신, 술로 인해 생기는 낭비와 스트레스를 차단하고 영혼이 상처입지 않도록 이제 술에서 떠나라.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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