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페달을 밟지 마라.

입력 2011-07-14 10:41 수정 2011-07-29 17:15


행동 진화 5. 수용 -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되, 있는 그대로에 머무르지 마라.

















막사발 명장으로 유명한 도공을 만나 성공 비결을 묻자,

“성공도, 인생도, 별거 아니여.” 내가 의아해 하자,

“있는 그대로 살면 자기가 지은만큼의 복을 받는 것 같아.” 도공의 말은 간결했다. 거창한 화두를 기대했던 나로서는 약이 오르기도 했고, 부럽기도 했고, 도공의 이야기 속에 뭔가의 인생 비밀이 있을 거라고 판단하고 다시 성공의 비밀을 묻자, “욕심 없이 있는 그대로 사는 게 성공이여.”



내가 조바심을 내며 ‘흙이 주는 교훈은 뭔가요?’라고 범주를 좁혀서 묻자, 도공은 하던 일을 멈추고 말했다. “흙과 60년 살면서 배운 건데, 흙은 도공이 모양을 만드는 대로 형상을 짓고, 구우면 굽는 대로 빛을 내지. 도자기는 흙과 마음의 결합물인데, 있는 그대로의 마음으로 만들면 좋은 물건이 나오고, 도자기를 제대로 만들겠다고 욕심내면 금이 가고, 긴장이 들어가면 틀어지거나 빛이 흐렸어. 흐트러진 도자기를 받아들이면 복이 달아나기에 모두 깨트렸지.”

...........



도공과 만나고 오면서 ‘있는 그대로’ 화두에 잡혀 살아온 날을 돌아보았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지 못하여 많이도 싸웠고, 있는 그대로의 소유와 명예에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그 무엇을 잡으려다 불안한 삶을 살았다. 인생을 엮어가는 시간과 공간은 되 물릴 수도 저축할 수도 없는 한계가 있는 무대인데, ‘이윤과 효율’이라는 짜릿한 마법에 빠져 있는 그대로를 부정하고 안정감을 잃었고, 시간과 공간을 돈으로 연결하여 즐거운 삶을 잃었다. 사냥꾼에 쫓기는 짐승처럼 뭔가에 쫓기고, 스스로 만든 조바심에 차 한 잔도 마음 편하게 마시지 못한다. 어떤 일을 하면 바로 결과를 기대하고, 클릭했는데 3초 이내에 열리지 않으면 사이트 입장을 포기한다. 있는 그대로를 여유 있게 받아주지 못하면 삶은 오류를 일으킨다.



현대인의 여유 상실은 조직 문화가 경쟁 중심으로 변한 외부적 요인도 있지만, 습관성 경쟁의식, 결과와 소유 집착, 성취와 성공의 유혹에 빠져 있는 그대로의 미덕을 잃었기 때문이다. 빨라야 5분이라고 하면서도 뒤차가 앞지르기하는 것을 용서 못하고, 누가 나보다 앞서가면 배탈이 나고, 휴식 시간에도 머리를 굴리다가 걱정만 만든다. 막히면 곡선으로 돌아갈 줄 모르고 빨리 가는 직선만 고른다. 지금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지 못해 다투고 여유가 없다면 백지를 놓고 나는 지금 무엇에 쫓기고 있고, 왜 불안하며, 그 원인이 무엇인지 자기 대화로 찾아보자.



있는 그대로를 피상적으로 이해하면 패자의 언어로 보인다. 있는 그대로는 자연주의와 순정주의, 긴장이 풀려 한 템포 처진 상태, 도전의식이 없어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빈곤한 의미로 보이지만, 있는 그대로의 참 의미는 현상과 사물을 온전하게 보고 만족하는 동사, 현재 상태를 받아들이는 포용형 동사다. 현재 상태는 부족하지만 다시 시작하자는 전진의 언어, 까다롭게 굴지 않고 넉넉하게 받아들여 서로 어울려야 한다는 인생 동사다.



복잡하고 다툼이 많은 세상에서 있는 그대로를 포용하지 못하면, 상대의 잘 난 꼴(공주병, 왕자병)을 봐주지 못해 비판하고 싸우게 되고, 마음에 안 든다고 불쑥불쑥 이야기 하다가 자기 복을 잃고, 자기 하는 일이 마음에 차지 않으면 집착하게 된다. 있는 그대로에 만족하지 못하면, 꽃으로 꽃을 꾸미려고 하고, 남의 힘을 빌려서 일을 성사시키려는 얌체 짓을 한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지 못하면, 소유와 명예에 허기져서 뭔가 쫓기듯 살고, 현재 이 순간의 소중성을 잃고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장애물로 취급하여 평상심을 잃는다.



나만의 기준과 나만의 생각에 묶이면, 있는 그대로의 운명을 수용하지 못해 스스로 불편과 고통을 만든다. 나는 우주의 주인공이지만, 나 혼자 사는 것은 아니다. 서로 살기 위해 상대의 모순과 노는 꼴을 일단 인정하고, 서로 어울릴 수 있는 공동 무대를 찾아야 한다. 마음은 천하를 뛰어 넘는 위력이 있지만, 여유결핍으로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지 못하면, 2가지 질병에 걸린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없으면 ‘이왕이면 제대로’ 라는 욕심에 젖은 마음이 생겨, 저 높은 고지를 향하다가 추락하기 쉽고, 있는 그대로에 주저 앉아버리면 ‘인생 뭐 있나 되는 대로’라는 방향도 긴장감도 없는 흐트러진 마음이 생기고 쉽게 포기한다. 행복하려면 일단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있는 그대로여! 당신은 화장(化粧) 직전의 맨얼굴이며, 이미 벌어진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수용입니다. 있는 그대로에 만족하지 못해서 삶이 바쁘고 고달팠고, 만족할 수 없는 욕심의 장수(將帥)에게 지휘를 받느라 무리했고, 비교의식의 병졸(兵卒)에 놀아나 남보다 앞서려고 하다가 현재의 행복을 놓쳤습니다. 이제 공주가 되고 싶은 이를 공주로 키워주고, 골병든 몸에 휴식을 주고, 한 박자 쉬면서 느리게 살자. 있는 그대로의 상태에 만족하지 못하는 우리들이여, 있는 그대로는 과거의 결과임을 알고, 지금의 있는 그대로를 발판으로 삼아 다시 뛰자.



용서할 수 없는 그대로여! 당신은 최종 품질검사에서 퇴짜 맞은 도자기이며, 승리의 환상에 빠져 이미 진 전쟁터로 나가는 장수입니다. 있는 그대로에 머물고 노력도 안 하는 천하태평은 발전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성정(性情)이 무디어 관성에 빠졌고, 있는 그대로의 방어벽을 치고 변화를 기피했습니다. 있는 그대로 머무르는 것은 퇴보임을 알고 무기력한 정체를 깨자. 사실과 다른 기사, 잘못 설명된 사적지 안내 간판은 용서하더라도, 발목을 잡는 있는 그대로, 소수만의 잔치를 위한 있는 그대로라면 그 판을 깨지. 있는 그대로를 기초로 진보하려는 우리들이여, 흐트러진 도자기를 깨트려 복을 지키듯, 용서할 수 없는 그대로를 타파하고 한 발만 앞으로 나가자.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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