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인생의 생필품이다.

입력 2011-07-13 09:48 수정 2011-10-09 15:35


생각 진화 15. 가치(價値)
- 위대한 사람은 새로운 가치를 찾고, 보통 사람은 유행을 따른다.









온몸을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지렁이에게 개미가 물었다.
“넌, 왜 이렇게 불행하게 사니?”
지렁이가 대답했지.
“나의 행복은 지상의 고통을 이기고 축축한 흙으로 다시 돌아가는 거야.
나의 불행이 걱정되면 좀 더 지켜봐.”



3년간 키웠던 난초가 꽃을 피워 그윽한 향기가 집안에 넘쳤다. 난초 향기를 맡으면서 가치문제를 고민했다. 난초가 향기를 피우는 것은 난초가 본디 지닌 생존 프로그램일까? 아니면 향기를 생산하여 인간을 기쁘게 하려는 봉사 프로그램인가? 난초 감상자의 생각 관점에 따라 난초 향기의 가치는 달라진다. 생물학자는 난초의 향기를 난초 고유의 활동 프로그램으로 보고, 인간 중심으로 보는 시인은 난초의 향기는 사람을 위해 향을 피우는 것으로 생각한다.



유한자인 인간은 오래전부터 가치를 생각했고, 유·무형의 고유 가치(값어치)를 인정하면서 새로운 가치 창조를 위해서 달려왔다. 인류의 역사는 가치를 찾고 발전시켜온 가치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를 보면 가치를 창조하고 주도한 세력이 지배했다. 고대 수렵(狩獵) 시대에는 스승이자 의사였던 주술사가 가치 형성자였고 사냥물과 채취물이 가치의 중심이었다. 농경시대는 정신과 노동의 주체였던 가장(家長)이 가치를 주도했고 농산물과 토지가 가치의 중심이었으며, 근대 산업시대는 자본을 쥔 자본가가 가치 생산자였고 자본과 기술로 만든 제조품이 가치였다. 현대 정보화 시대는 지식과 정보를 생산하는 전문가가 가치 창조자였고 지식과 정보로 숙성시킨 부가가치가 가치의 중심이다.



가치는 크게 정신가치와 물질가치로 양분된다. 정신가치는 도덕과 양심처럼 생활의 기초 가치, 신에 대한 믿음처럼 절대적 가치, 정직과 정도처럼 행동 가치, 상상과 지식으로 만든 지적 가치, 실질과 실제를 중시하는 실용가치, 이념과 종교 등의 정신가치는 행동의 방향을 제공했고, 물질가치는 원자재처럼 자연그대로의 가치, 생필품처럼 시장이 합의한 가치, 아파트처럼 토지와 자본, 노동과 기술이 결합된 주거가치 등의 물질가치는 실체가 있는 가치이며, 실제 가치 이상으로 부풀려진 거품가치, 공매도처럼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허상의 가치, 미래 가치를 모르면서 먼저 투자하는 선물가치 등은 정신과 물질이 공존하는 가치다.



행복과 사랑, 명예와 봉사, 소유와 사용 등 인간 품격과 관련 있는 단어는 모두 가치의 영역이다. 인간이 살며 생각하며 부딪히고 생산하는 모든 것은 가치문제다. 가치의 영역은 깊고 장대하여 함부로 논할 수 없다. 저마다의 눈과 의미 부여로 가치를 창출한다. 여기서는 행복을 진화시키는 가치 요소만 제한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마음의 행복은 주관적 가치에서 출발한다. 가치는 원래 주관적 관점에서 생겨나 객관화 되고 가치성을 잃으면 소멸한다. 왕자의 자리를 버리고 고행의 길을 간 석가모니, 튤립 한 포기가 집 한 채 보다 높은 가치로 거래되었던 17세기 네덜란드의 이야기, 못생긴 돌연변이 양이 대부호들 사이에는 인기라는 기사, 대기업 임원 자리를 포기하고 귀농한 사람, 가격으로 논할 수 없는 인간의 생명 가치 등은 주관적인 가치다.



행복은 원래 기준이 없는 자기 만족감이다. 행복이 어떤 객관적 기준, 즉 계급이나 물질적 가치에 묶이면 행복의 범위는 좁아지고 소유에 시달리게 된다. 나만 유일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독선, 나만 행복하게 살겠다는 좁은 욕심, 나의 행복을 위해 남을 괴롭혀도 좋다는 지극히 주관적인 행위는 위험한 행복, 일시적 행복이지만, 나는 나의 행복을 찾고 누리겠다, 마음만이라도 행복하겠다는 주관적 성격의 행복 개념은 필요하다. 주관적 행복 가치는 행복을 시작하는 출발점이며 행복의 범위를 키우기 때문이다.



더불어 행복하려면 상대적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종이컵도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컵으로 사용하면 종이컵. 명함을 보관하면 명함 통, 동전을 넣으면 동전 통, 사용한 컵에 재를 털면 재떨이, 종이컵에 꽃을 심으면 화분이 된다. 미리 정해진 가치와 영원한 가치는 없다. 모든 가치는 상대적 이다. 상대적 가치란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고, 몸과 마음, 선과 악이 다르지 않다는 포용성 가치다. 제 눈이 안경이듯, 가치는 서로 기준이 다를 뿐이지 틀린 것이 없다. 삭발한 사람에게 빗은 의미를 잃듯, 나에게 좋은 가치도 남에게는 가치가 없을 수도 있다. 주관적 가치가 마음속에 머물지 않고 남에게 강요하거나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려고 하면 갈등과 싸움이 생긴다.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면서 정반합의 원리에 의해 진보하는 상대적 가치가 되어야 서로가 살 수 있다.



자기중심의 가치만 주장하면 심각한 갈등을 만든다. 자기 상품이 최고라는 독선은 시장의 평가를 받고, 자기만 옳다는 독선적 이념은 싸움을 만든다. 가치는 상대적이기에 똑 같은 사물을 놓고도 가치 인식과 효용성이 다르다. 사막에서 목마른 자에게 500원짜리 생수는 5억짜리 보물보다 값진 것이다. 같은 똥이라도 길가에서 악취를 풍기는 똥은 흉물이며, 푹 썩은 똥은 거름으로 활용되고, 약으로 사용하는 똥도 있다. 거지에게 1달러는 거부가 느끼는 1억과 같을 수도 있다. 가치는 시장 평가를 통해 가격으로 변신하듯, 행복의 가치 또한 가치만큼의 자기 자리를 찾아가고, 인간을 이롭게 하는 가치가 살아남는다.



가치는 행동을 통해 진화한다. 가치는 주관적 정신에서 생겨나 행동하게 한다. 가정을 소중히 생각하는 가치는 가정 중심의 활동을 하게하고, 돈을 중요시하는 물신주의 가치는 돈을 벌기 위해 활동하게 한다. 모든 가치는 행동으로 구현된다. 사랑이 없는 자는 증오하고, 가치관이 없는 자는 괴물이다. 밥 한 끼니 정도는 손수 짓고, 때로는 자필로 작성한 편지를 보내고, 운동으로 몸의 능력을 키우고, 간단한 가전제품과 타이어 정도는 수리할 수 있어야 한다. 행동은 실존감각을 주고 운명을 바꾼다. 말은 짧게! 행동은 깔끔하게! 영혼은 고고하게! 식사는 간소하게! 등 등 자기 나름대로의 행동가치를 정하고 행동해야 한다.



초월적 가치가 새로운 행복을 만든다. 고정된 가치, 남과 함께 나눌 수 없는 가치, 세상을 이롭게 하지 못하는 가치는 죽은 가치다. 물방울이 증발하여 구름이 되고 구름이 다시 물이 되듯, 가치는 환경과 시대정신을 반영하면서 순환한다. 꽃은 열매로 가는 과정이듯, 가치는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 인간 세상은 보다 높은 가치를 찾아가는 놀이터다. 합의된 시대정신이 가치를 주도하지만, 선각자에 의해서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진다. 보이지 않지만 믿어야 하는 가치, 고통을 이기게 하는 가치, 보다 유익한 가치는 모두 초월적 가치다. 눈에 보이는 가치만 집착하지 말고, 문학이 주는 꿈과 행복, 생활 속의 사랑과 감성, 순응과 파괴를 통한 창조, 봉사와 희생 등 인간 세상을 새롭게 할 초월적 가치들을 많이 찾아야 사회가 발전하다. 앞으로 감성시대가 되면 초월적 가치가 꽃을 피우게 될 것이다.



가치여! 당신은 환경에 따라 변신하는 카멜레온이면서 노력과 노동이 투입된 실체다. 가치는 보고, 듣고, 체험하는 과정에서 생기지만, 감성과 상상이 만든 무형의 가치도 있다. 물질 가치와 정신의 가치가 짝을 이루어 행복을 찾게 하소서! 잘난 척 하면 타인의 가치를 얻을 수 없고, 상대 자존심의 그물에 걸리면 가치는 조각난다는 것을 깨닫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게 하소서! 가치다운 가치 생산을 위해서라면, 허상과 탐욕을 볼 수 없는 장님, 비난과 부정을 들을 수 없는 귀머거리, 오만과 오기를 따라갈 수 없는 절름발이가 되리라.



인간 가치여! 당신은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는 고귀하고 존엄한 가치다. 인간은 환경을 다루는 솜씨에 따라 상이한 향을 내는 차(茶)이면서, 존재자체로 평등한 영장(靈長)입니다. 사람보다 향기로운 꽃도 없지만, 사람보다 무서운 악마도 없다는 현실을 바로 보고 인간의 고귀한 가치를 찾게 하소서! 신중한 말로 몸을 빛내고, 조신(操身)한 행동으로 먹이 사슬이 쳐둔 인간 그물을 해체하게 하소서! 인간이 인간으로 존엄한 그 날을 위해 쉬운 길도 함께 가며, 바로잡고 나가게 하소서!



행복의 가치여! 당신은 인간이 추구하는 최상의 가치다. 행복으로 내 안의 우주를 열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밖에서 행복을 추구하느라 마음은 행복의 노예가 되었습니다. 행복은 인생의 생필품이지만, 행복을 파는 곳은 없다는 것을 알고 행복을 직접 만들게 하소서! 행복은 행복으로 조제하는 것이 아니라 아픔으로 행복을 만든다는 것을 깨닫게 하소서! 사람을 만나는 것은 또 하나의 우주를 만나는 인연임을 알게 하시어, 사랑으로 대하게 하소서!



가치를 찾고 존중하는 자아여!
참고 버티며 사는 나 자신이 기적임을 믿는 자아여!
너는 본디 사소한 것에 매이지 않는 황제(거인)다.
고난의 세월을 이긴 꽃이 열매가 되는 것이 아니더냐?
부족한 너를 억압하지 말고, 유리하다고 남을 간섭하지도 마라.
눈과 귀를 개방하여 행복한 가치를 정립하고 행복을 창조하자.

인간의 존엄한 가치를 찾고, 존중하는 자아여!
너의 가치가 돈으로 환산이 되는가? 돈을 주면 너의 생명을 내놓겠는가?
너의 몸은 0.5평에 불가하지만, 우주의 기운을 모으는 광장이 아니더냐?
빵에 잡힌 말하는 원숭이가 되지 말고, 미워하며 작아지는 벌레가 되지 마라.
세상 기운과 감동을 설계하는 다리는 흔들려도 마음만은 가치 중심을 잡고,
함께 나눌 수 있는 행복을 만들자.



행복을 찾아가는 자아여!
세상은 가치로 돌고 도는 생동의 무대가 아니겠는가?
몸과 영혼을 파괴하는 막말을 중지하고, 인간을 도구로 대접하지 마라.
세상에 대한 편견을 갖지 말고, 남에게 나쁜 편견도 주지 마라.
묵묵히 살면 그 어느 날 공간도 시간도 없는 우주가 함께 하리라.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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