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나를 버리면 세상이 나를 찾는다.

생각 진화 14. 순리-  작은 나를 죽여서 큰 세상과 호흡하자.


뱀 머리와 뱀 꼬리가 서로 다투는 이상한 뱀이 있었다. 뱀 머리는 보면서 판단하는 자기가 앞장서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고, 뱀 꼬리는 ‘나도 뱀의 일부인데, 왜 뱀 머리만 따라가야 하나?’하고 자기 정체성을 의심하면서 뱀 머리에게 “이제 뱀 꼬리가 앞장서겠다. 나에게도 선두에 설 기회를 주라.” 라고 요구하자, 뱀 머리는 ’보고, 판단하는 능력이 없는 뱀 꼬리가 앞장서면 뱀은 위험하고, 함께 죽을 수도 있다.’라고 꼬리의 요구를 거절했다.

범 머리의 거절에 성질이 난 꼬리는 자신의 꼬리를 나무에 칭칭 감아서 뱀의 진출을 방해했다. 뱀 머리는 꼬리에게 주도권을 뺏기면 뱀의 미래는 없다고 판단하고, 꼬리가 지쳐서 풀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땡볕에 노출된 몸은 기진맥진 상태가 되었고 날도 어두워졌다. 뱀 머리는 일단 위기만은 피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뱀 꼬리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뱀 꼬리가 앞장서서 나가자 앞에서 뒤로 길들여진 비늘이 뒤로 꺾이는 고통을 받았지만, 뱀 꼬리는 신이 나서 이리저리 헤매다가 사냥꾼이 지펴놓은 불구덩이에 빠져 뱀은 타죽고 말았다. 어제 죽은 뱀은 오늘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우화는 지배와 피지배 간의 갈등, 노사갈등, 민중과 엘리트 간의 갈등을 연상시키지만, 여기서는 정신과 육체의 갈등, 선과 악의 대립, 자아와 비아의 혼돈, 영혼과 욕망(慾望)의 충돌을 말하고 싶다. 뱀 머리가 정신(영혼)이라면 뱀 꼬리는 육체(욕망)에 비유할 수 있다. 인류는 욕망의 후손이다. 자아(自我)를 운전하는 욕망은 가지 못하는 곳이 없고, 꿈으로 정비된 욕망은 힘을 주고, 제어된 욕망은 진보의 에너지이며, 상상과 결합한 욕망은 창조를 낳고, 건전한 욕망은 활기를 주지만, 상한선이 없는 욕망, 채우지 못해 불만과 결핍감으로 자라난 욕망은 고달픔과 고통을 창출한다.

오늘도 욕망은 그 무엇을 찾는 전투를 한다. 이성과 영혼은 욕망을 보고 자제하고 현실에 맞추어 살라하지만, 자아와 자기로 무장한 공격적 욕망은 한 발 앞으로 나서서 자기중심과 독선을 연출하고, 방향을 모르는 욕망은 금지할수록 반대로 가려는 청개구리 속성이 있고, 집요한 욕망의 잡초는 영혼의 산삼 밭을 폐허로 만든다. 욕망의 보조 엔진인 자존심은 작은 일에도 상처를 입고, 게으르고 방어적인 욕망은 의심과 피해의식 보좌관을 대동하고 두려움과 불안감을 만든다. 욕망을 이기고 다스리지 못하면 몸은 바쁘고, 정신은 산만하며, 평화와 여유는 깨진 유리그릇처럼 원형을 잃는다. 인간이 물질과 정신의 조합이듯, 우리의 하루를 고달프게 하는 욕망은 육체에 프로그램 된 성욕, 식욕, 수면욕 등의 생리적 욕구와 안전과 사랑, 출세와 명예, 소유와 지배, 자기존중과 자기실현 등의 정신적 욕구로 구분할 수 있다.

욕망의 뿌리는 성욕이다. 성욕은 종족 보존의 본능이지만 징그러운 쾌락으로 발전하면 자기다움, 사명과 고고함을 잃고 왜 사는지에 대한 자기 정체성을 분실한다. “인간도 원래 동물이야. 씨앗 본능은 막을 수 없다.”고 성욕을 본능이라는 이름으로 쉽게 넘어가려고 하지만, 성욕으로 인한 타락과 퇴폐 현상은 인간을 파멸로 이끌고 행복을 뺏는다. 사람으로 태어난 것은 분명 오묘한 이유가 있고, 뭔가의 사명이 있고,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는데 성욕을 이기지 못하면 자기 구실과 존엄성을 잃는다. 세계 위인들의 전기를 보면 젊어서 성욕을 자제했다고 하지만, 보통 사람은 성욕을 이기지 못한다. 다만 인간으로 살려면 반사회적 성욕, 상대 의사와 반하는 성욕만은 제어하고 다스려야 한다. 성욕만큼은 이성의 벽과 절제의 담장으로 다스려야 한다.

욕망의 줄기는 식욕이다. 식욕은 생존과 직결되는 본성이지만, 필요 이상의 섭취는 몸을 비대하게 만들어 장기 운동을 저하시키고, 습관적 식탐은 몸의 효율성과 저항력을 떨어트려 병을 만들고, 남아도는 에너지는 자기 몸의 독소로 작용하여 마음까지 약하게 한다. 음식 섭취는 부족감을 느낄 때 멈추는 것이 지혜다. 특히 스트레스를 풀려고 마신 술이 석 잔에 멈추지 못하면 술은 독으로 변해 몸과 정신을 황폐하게 만든다. “술 먹으면 다 그렇지. 기분 좋아지자고 마신 술인데 무슨 죄가 있나!” 술에 대해서 관대하지만 술에 취하면 악마가 찾아와 어둠과 증오심, 오만과 미움을 심어서 갈등과 싸움을 부추긴다. 악마는 술로 접근하여 행복의 집을 부수고 행복통장에 오류를 일으킨다.

욕망과 본성을 그냥 지켜보자. 욕망은 강제로 퇴치할 수 없다. 인간의 오래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자아를 구현하고 살려는 정신적 욕망, 선의 욕망은 발전의 기초로 삼더라도, 악의 욕망들 – 불필요한 욕망, 남에게 피해를 주는 욕망, 능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욕망, 반사회적 욕망, 정신을 혼탁하게 하는 물질 욕망, 마음을 추하게 하고 몸의 생기를 뺏고 질병을 앓게 하는 저질 욕망 – 은 ‘이대로 두면 너는 없다.’ 라는 자기 내면의 대화로 치유해야 한다. 욕망은 이성으로 이기지 못한다. 악의 욕망은 영혼으로 다스려야 한다. 보이지 않지만 큰 영혼의 세상을 인식하고, 영혼이 앞장서서 ‘나를 버리면 세상이 나를 찾는다.’는 주문을 걸어야 한다.

욕망의 열매는 외로운 고난이다. 나보다 남과 세상을 생각하는 욕망은 나를 거대한 존재로 만들지만, 나에게 갇힌 욕망, 자존심을 앞세우는 욕망은 작고 예민하게 만들어 일을 그르치고, 친구를 잃고, 수시로 부딪히게 하여 무수한 애로를 겪게 한다. 욕망을 견제하는 자존심은 사랑스러운 자기를 세우고, 자신을 깨끗하고 고결하게 유지하며, 자기 존재를 지키려는 최후의 방어선, 어둠에 빠지지 않으려는 심장의 불꽃이지만, 지나친 자존심은 상처를 만들고, 옹졸한 자기 동굴에 갇혀서 빛의 세상과 격리되어 갈등과 다툼의 쓰레기만 만든다.

욕망이여! 너는 꿈의 생산자이면서 이성의 지배를 벗어나려는 망나니다. 욕망은 자기 살을 자기가 잡아먹는 굶주린 문어이며, 한 가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해코지하는 고양이다. 욕망은 잠들지 못하면 지저분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순간 쾌락에 빠졌고, 욕망의 바이러스에 걸려 무모한 짓을 했고, 때로는 쉽고 높은 곳만 찾다가 행복을 잃었습니다. 이제 욕망을 통제하기 위해 욕망의 목에 방울을 달겠습니다. 당신이 악의 길로 접어들 의도만 보여도 울리도록 하겠습니다. 욕망이 선과 악이 혼재된 상태로 존재한다면 지켜보더라도, 준비와 노력도 없이 성취를 꿈꾼다면 하루살이의 심장이 되리다.

순리여! 당신은 낮은 곳을 향하는 강물이면서, 강한 에너지로 빛을 먹는 검은 별입니다. 당신은 들고 나는 숨결이면서 결과에 순응하는 착한 거인입니다. 순리를 이기는 악마가 없고, 진실을 이기는 포장이 없다고 배웠지만, 자기중심과 아집의 뇌관이 폭발하여 순서와 질서를 잃었고, 나의 행운과 행복이 없다고 불평도 했습니다. 이제 불안과 불편이 양심의 속살까지 파고들기 전에, 아집의 뇌관이 폭발하기 전에, 이성과 감성을 함께 추스르고, 피로에 지친 몸을 끌고 순리의 길로 가리다. 나를 버리고 죽여서 큰 세상과 호흡하고, 어울리고, 세상 질서에 동참하리다. 짱돌에 걸려서 넘어지더라도 순리가 곧 평화이며 행복이라고 노래하자.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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