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정선군, 여랑에서 길고 험한 길로 2시간 들어가는 깊은 산에, 몸길이 3M, 무게 330KG, 거구의 몸에, 인간을 속일 정도의 영리한 멧돼지가 있었지. 멧돼지의 역량을 종합하면 탱크처럼  날 센 기동력, 사람의 속셈까지 알고 역으로 이용하는 판단력,  휘하 멧돼지를 필요할 때 적시에 기동시키는 리더십까지 갖추고 있어, 농민들 사이에는 공포의 두령 멧돼지로 통했지.




인간과 멧돼지는 오래전부터 전쟁을 치루면서 심각한 적대관계로 발전했고, 인간들은 멧돼지 기습에 번번이 당하면서 멧돼지로부터 농작물을 지키고자 별의별 방법을 동원했다. 길목에 허수아비 세우기, 화약통 달아 놓고 냄새피우기, 밤새도록 라디오 방송 틀어주기,(심지어는 TV 방송까지) 동물원에서 호랑이 똥을 구해다가 나무에 발라두기, 고압 전류가 흐르는  전선과 CCTV 설치, 동네 포수들의 잠복 대기와 순찰 등  멧돼지 퇴치를 위해 인간 머리와 도구를 동원했지만 두령 멧돼지 일당을 퇴치할 수 없었지. 




두령 멧돼지의 예리한 관찰력과 통찰력은 인간보다 한 수 위였어. 멧돼지 가 다니는 공간에 이상한 물건이 있고, 소리와 냄새가 나면 ‘이상한 곳은 오히려 안전하다.’고 판단하여 기습했고, 화약 냄새 나는 포수가 잠복하면 포수가 잠든 새벽을 이용해 타격했다. 두령 멧돼지의 공격은 한 번도 실패가 없었지. 정선 군청에서 포상금을 걸었지만 두령 멧돼지는 잡히지 않았어. 




멧돼지에 의한 농가 피해는 전쟁터를 연상시켰지. 지혜롭고 용감한 두령 멧돼지의 영도(領導)하에 10 마리의 멧돼지 집단군이 떼거리로 지나가면 그해 농작물 수확은 끝이었다. 옥수수 밭 절단 10만 평(옥수수 가격을 조절한 긍정 기능도 있었음) 고구마 밭 뒤집기 5만 평(먹은 것보다 파헤쳐 놓은 게 많았음.) 수확 직전의 벼이삭 먹어치우기 300백석, 심지어는 농가까지 내려와서 수확한 옥수수까지 거덜 냈다. 멧돼지 집단군이 이룩한 전투성과는 농민들의 생존까지 위태롭게 했다. 약이 오른 포수가 알코올 중독이 되었다는 소문까지 돌았고 악마 멧돼지의 승리는 계속 되었지.




하늘도 무심하지 않았던지 멧돼지 난동을 멈추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여랑 산골에 놀러온 이장 집 손자가 할아버지를 통해 멧돼지의 횡포를 쭉 듣더니 무릎을 쳤다.‘두령 멧돼지는 이상한 곳을 오히려 안전하게 여기는 영물이다. 이 영물을 잡으려면 이상하게 꾸며서 유인하고, 색다른 이상으로 당황하게 만들어 죽여야 한다.’ 고 판단하고 멧돼지 소탕작전을 개시했다.




포획작전의 개념은 라디오 소리로 하산을 유도하고, 멧돼지 똥으로 당황하게 만들어 허를 찌른다는 허허실실전술(戰術), 이상으로 유인하고 이상으로 타격하는 이중(二重)전술이었지. 멧돼지의 똥을 서너 말 수거하여 멧돼지가 다니는 길목에 뿌리고, 후퇴 가능한 길목에 멧돼지를 잡는 강철 줄의 올가미를 사방으로 설치하고 평소대로 라디오를 틀어 놓았다. 두령 멧돼지의 집단군은 그 날도 라디오 소리를 듣고  의심 없이 하산했다. 긴장이 고조되는 순간에 길목에서 멧돼지 똥을 발견한 두령 멧돼지가 꺽꺽 대는 소리로 말했지. 

“멧돼지는 전장에서 똥을 싸지 않는데, 여기 길목에 멧돼지 똥이 있다는 것은 이상하다.  이것은 필시 인간들의 이중 위장술이다.  위험이 가까이 있다. 모두 후퇴하라.”




멧돼지 두령은 황급히 후퇴하다가 사방에 깔린 진짜 올가미에 걸렸다. 걸렸으면 물러서면 올가미를 풀 수도 있는데, 앞으로만 돌진을 하다가, 목살이 깊게 파이면서 고통스럽게 죽어갔다.  대범한 악마는 인간들의 이중 전술에 걸려 소탕되었다.  인간의 행동하는 지혜가 승리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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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의지가 악을 이긴다.  인간과 멧돼지의 갈등처럼 인간 무대는  선과 악이 수시로 충돌한다. 아무리 선(善)을 노래해도 악(惡)은 어디선가 똬리를 틀고 선을 공격하고, 하나의 신문에도 아름다움을 이야기와 힘의 횡포를 고발하는 내용이 함께 실린다. 인간은 한계를 말하면서도 초월적 행복을 꿈꾸기도 한다. 꽃과 똥이 개별적 존재이면서 똥은 꽃의 거름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천국이란 천국을 향하는 의지에 있고, 행복은 행복하다고 믿고 행동하는 지혜에 있다. 무엇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무엇답게 사는 게 지혜다. 자기 독선을 버리고, 갈등에서 어울림을 찾고, 양과 음의 조화에서 협조를 찾고, 이질적 요소 속에서 하나가 될 수 있는 지혜를 찾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다.




최고의 지혜는 순리를 따르는 행동이다.  아는 것은 지식이며, 행동하는 것은 지혜다. 100가지를 아는 지식보다 1개라도 행동하는 지혜가 생산적이다. 상대의 속셈이 보이면 그의 말을 반대로 해석하고, 상대를 정확히 알 때까지는 조심에 조심을 더하고, 상대를 이길 재간이 없으면 물러서는 것이 생존 지혜다. 무조건 밀어붙이면 무리를 낳고 갈등을 부른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앞으로만 돌진하다가도 아니다 싶으면 멈추고 주변을 돌아보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세상은 서로 경쟁하며 발전하도록  프로그램 되어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순리를 따르는 것이 지혜다. 속임수는 순리를 이기지 못한다. 서로 마주보고 이해하고, 함께 하려는 사람이 이긴다. 씨앗이 어두운 흙속을 뚫고나와 싹을 틔우려면 일정 조건이 있다. 하늘은 햇빛과 비를 내려 온기와 습기를 주고, 흙은 흡수한 온기와 습기로 씨앗의 껍질을 부풀려주고, 씨앗은 습기와 온기를 먹고 껍질을 열어야 한다. 이렇게 씨앗 하나 싹이 트는데도 보이지 않는 순리와 질서가 있다. 순리를 따르면 더디게 갈 수 있지만 중도에 멈추는 무리는 없다.




조화와 어울림의 지혜.  조화는 서로 다른 것을 살리는 완충장치다. 세상을  깊게 들여다보면 온통 조화다.  하늘 밑으로 열린 공간이면서 반대되는 것들이 마주보고 있고  물질과 혼, 빛과 그림자, 장미와 쓰레기가 서로 조화를 이룬다. 힘과 아름다움이 조화로워야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나와 상대의 이익이 조화를 이루어야 믿음이 생기고, 내 몸의 여력과 활동이 조화로워야 심신이 유지가 된다.







지혜로 만드는 행복 법 (우화 법률 103조 5항)
1. 누가 제시하는 조건이 너무 좋으면 의심하고 나가지 마라. 
    행운은 쉽게 오는 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2. 앞으로 나가다가 막히면 물러서서 통찰하라. 상대의 입장에서
    통찰하면문제의 본질과 상대의 의도가 보인다.

3. 확실한 믿음이 생기기 전에는 상대 말을 다 믿지 마라. 
   상대의 불순한 의도가 보이면 숨소리 외에는 믿지 마라.

4. 적의 계략과 엄포는 반대로 읽어라.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
    두려워서 짖을 뿐이다. 짖지 않고 눈을 부라리는 개는 반드시 문다. 

5. 거북이가 토끼를 이기려면 바다에서 경주를 해야 한다.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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