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심부름센터의 시대가 온다

입력 2011-07-25 12:00 수정 2011-07-25 12:00
모두가 24시간을 공평하게 나눠가진 건 분명하지만, 사람에 따라선 하루를 더 길게 쓰기도 합니다. 바로 남의 시간을 사서 쓰는 건데요. 바쁜 자신을 대신해서 누군가를 어디 심부름을 보낸다거나 대신 줄을 서게 한다거나 하는 것도 시간을 더 길게 쓰는 방법이 되겠지요. 



이제는 진짜 제대로된 심부름 센터가 많아졌습니다. 과거엔 말만 심부름센터이지 다소 은밀하거나 탈법적인 일도 서슴치 않는 흥신소였었다면, 이젠 진짜 심부름을 해주는 심부름센터가 성업 중입니다. 업종의 이름을 제대로 찾은 셈인데요. 정해진 심부름 값만 낸다면, 대신 관공서에 가서 서류를 떼오게 한다거나 배달안되는 음식을 사오게 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담배 심부름까지도 웬만한 일상의 잡무는 다 가능합니다.
바쁜 현대인의 일상에 딱맞는 생활밀착형 잔심부름 서비스가 사업의 형태로 본격적으로 등장한건 3-4년전부터 였는데요. 당시만 해도 이런 것도 있구나 라는 시선으로 바라봤다면, 이젠 어느덧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입소문도 퍼지고 장사도 잘 되는 덕분에 업체들도 많이 등장했는데요. 물론 대부분이 서울과 수도권을 위주로 영업 중인데, 규모가 있는 업체만 15개 정도 있습니다. 물론 최근들어 규모가 커지고 우후죽순 드러서면서 전체 시장이 커지는 것은 있으나, 반대급부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생기는 경우도 늘어나는 점은 해결할 숙제 중 하나입니다.



일상의 모든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자동차검사 대행이나 각종 관공서의 일, 대신 장봐주거나 산 옷이 맘에 안들어 교환하러 간다거나, 급한 택배 받아주는 것이나, 집에 두고온 서류나 휴대폰을 가져다주는 것은 물론이고, 여성들의 경우 집의 못박기나 형광등 교체, 막힌 변기뚫기 등 집안일을 맡기기도 하고, 심지어 밤늦은 귀갓길 동행서비스도 있다고 합니다. 하여간 일상에서 가능한 것들은 다 해준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아울러 단순한 심부름이 아닌 좀더 세심한 것들도 있습니다. 바쁜 자식들을 대신해서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에 가주기도 하고요. 반려동물을 대신 병원에 데려가거나 운동을 시켜주거나 하는 심부름도 합니다. 직장인의 경우 월차를 내거나 해서 처리했었어야 하는 일을 심부름값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이기에 경제적이라 여기기도 합니다.



주 이용층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라기보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더 맞을 겁니다. 놀라운건 이용객이 부자들보단 서민들이 많다는 것이고, 지역에 따라 편차는 있겠지만 강남권에선 여자들이 80%가 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떤 업체의 경우는 잔심부름의 30% 정도가 고객이 사는 오피스텔 1층 편의점이나 바로 근처에서 뭘 사달라는 주문이라고 합니다. 시간을 사는 사람들 중에선 바빠서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서 그런 경우도 많지만, 귀찮음 때문에 그런 경우도 꽤 된다는 얘깁니다. 사실 비즈니스라는게 사람들의 불편함을 해소해주는데서 기회를 찾는 것이니, 앞으로 시간이 부족한 사람, 귀차니즘에 빠진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은 이들을 활용한 시간거래 비즈니스는 보편적으로 확산될 것입니다.



대신 줄서주는 아르바이트가 가장 기본 중 하나지요. 한때 부동산 청약할 때 줄서는 것을 비롯, 신권 화폐가 나올 때나, 신제품 IT기기가 나올 때도 그렇고, 심지어 유치원 입학을 위해서도 줄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연이나 스포츠경기에서도 현장판매에선 줄을 서고, 놀이공원에서도 줄을 섭니다. 그런데 이런 줄서는 상황에서 우리 앞뒤로 줄서있던 누군가는 아르바이트일 수 있지요. 이제 대신 줄서주는 아르바이트는 당연히 여길 만큼 인터넷에 보면 구하는 사람도, 하겠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제는 뭐든 남의 시간을 사서 시킬 수 있으면, 하루 24시간이란 것이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지는 개념이 아니게 됩니다. 물리적으론 모두가 24시간을 동등히 누리는 것이겠지만, 비즈니스적으론 시간 거래를 통해 차등해서 누리는 것이 되지요. 시간은 사람에 따라 상대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바쁜 사람들에겐 시간은 늘 빨리가는 것 같고, 반대로 한가한 사람들에겐 오히려 시간은 더 느리게 가는 것 같을 수 있지요. 전자는 바쁜 직장인이자 맞벌이 부부가 대표적일 거고, 후자는 백수나 퇴직자들이 대표적이겠지요. 그런데 이들 둘이 가진 각자의 24시간을 서로의 필요에 의해 거래를 하는 겁니다. 바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한가한 사람들의 시간을 사는 것이지요. 몸은 하나지만 직장에서 일도 하면서 동시에 외부의 잡일도 남의 시간을 사서 처리한다면 우린 24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런 서비스의 확산은 청년실업자나 노인층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각종 디지털 기기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서도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하는 기술과 서비스는 속속 등장할 것입니다. 이제 시간이 마케팅이자 트렌드의 관심 화두중 하납니다.



잔심부름 서비스는 우리나라가 유독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미국 CNN이 운영하는 아시아정보사이트 CNNGO닷컴이 ‘서울이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도시인 50가지 이유’라는 글에서 ‘뭐든지 해주는 잔심부름 서비스’를 세번째로 꼽았을 정도로 외국의 시각으로 보기엔 아주 놀라운 서비스 입니다. 사실 외국에선 한국의 대리운전 서비스나 뭐든 왠만한 음식점에서 배달이 공짜로 되는 점 등은 아주 놀랍고도 부러워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시간을 사고파는 문화를 보다 자연스럽게 많이 누린 셈인데요, 청년실업자나 퇴직이후 세대들에게도 이런 시간거래 서비스는 관심가져볼 좋은 비즈니스 기회가 됩니다. 우리는 점점더 바빠지고, 누군가에게 뭔가를 대신 시킬 일들은 점점 많아지기 때문이지요. 대리운전이 3조원 규모의 시장이 된 것처럼, 잔심부름도 꽤 큰 규모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고, 그밖에도 다양한 대행서비스와 시간을 아껴주는 서비스는 더 많은 수요를 가질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엔 그냥 잔심부름이 아니라 그 속에서도 특화시켜 세분화되는 경향도 나오는데, 유명 맛집에 가서 대신 음식을 사서 가져다주는 맛집 전문 심부름업체도 생겨났습니다. 앞으로 세분화와 전문화로 일상의 심부름을 넘어서는 영역까지도 확대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잔심부름이나 대행을 사업이 아닌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로 접근한 경우도 있습니다. 전국 최초로 전라북도의 여러 지자체가 함께 만든 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게 맞춤형 심부름을 해주는 사회복지 심부름센터가 있습니다. 기초수급자와 장애인, 노인 등 취약계층에게 각종 민원서류 택배, 시장보기, 긴급상황 발생 때 방문, 일상생활 지원 등을 서비스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고 합니다. 이런건 좀더 확대될 필요가 있겠지요.



잔심부름이나 시간 거래를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해서 하는 서비스도 앞으론 많이 나올 것입니다. 소셜네트워크가 요즘 만능이 되고 있는데요, 미국에는 근처에 사는 사람들끼리 자잘한 일을 도와주는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심부름 센터와 달리 이 서비스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심부름을 요청하는 사람과 적당한 요금을 제시하고 심부름을 대행하는 사람으로 구성됩니다. 재미있는 부분은 심부름 요청이 공개되면 여러 명의 러너들이 경매 형식으로 요금을 제시한다는 점인데, 이를 통해 심부름을 요청하는 사람은 일의 수준에 따라 탄력적으로 요금을 지불하게 됩니다. 실시간 연결이 만들어준 위치기반 서비스와 경매 시스템이 소셜네트워크와 만난 셈입니다. 소셜네트워크가 활성화되는 우리나라에서도 향후 충분히 가능한 사업모델이 되겠습니다.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www.digitalcreator.co.kr

* KBS 1R '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 수요일 코너 '트렌드 탐구생활'을 제가 하는데, 방송에서 다뤘던 내용을 재정리 해서 올립니다 ^^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에서 연구와 저술, 컨설팅, 강연/워크샵 등 지식정보 기반형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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