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가 열리자 동굴 속에 다람쥐 두 마리가 보인다. 초가을인지, 늦가을인지,  동굴 입구에는 쌓인 낙엽이 보인다. 다람쥐 한 마리는 밤과 도토리를 물고 오느라 연신 동굴을 들락거리고, 또 한 마리의 다람쥐는 목을 쭉 빼고 노래 연습을 한다. 노동하는 다람쥐가 노래하는 다람쥐에게 시비를 건다.
"노래 다람쥐야, 올 겨울에도 먹이 달라고 보챌 거야? 노래 연습 그만하고 이제 월동 준비를 해."


이에 노래하는 다람쥐가 웃으면서 대답한다.
“넌, 도토리만 열심히 모아.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영혼이 담긴 노래가 완성될 거야. 노래를 완성하면 .. 다람쥐들의 우상이 될 것이고... 많은 다람쥐들이 날 찾아와 먹이를 줄 테니까! 넌 노동에만 집중해.




이에 노동하는 다람쥐가 짜증스럽게 말한다.
‘아 - 한심한 작자야, 지금도 남이 흘린 먹이를 주어먹으면서 무슨 우상이야! 그리고 흘린 먹이를 먹으면서 영혼이 담긴 노래가 나오겠어. 올해는 흉년이라 다람쥐들이 흘릴 먹이도 없을 거야. 내년 봄을 보려면 정신 차려라 .이 건달 다람쥐야!’




무대 입구에 얼음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려있고, 말라서 형체를 잃어버린 낙엽 뭉치가 이리저리 뒹굴고 있다. 다람쥐 무대가 한겨울 동굴로 바뀌면서 노래하는 다람쥐는 허기에 지쳐 옆집 노동 다람쥐를 찾아가 노래하면  말한다.

‘봄이 오면 더 멋진 노래를 선물할 테니 먹이 좀 주라.’ 

“너의 허기진 목에서 나오는 노래는 꼭 장송곡 같구나. 넌, 노동시간에 예술적으로 놀았으니 이제 예술적으로 굶어 보렴.”

“부자 다람쥐야, 겨울을 버티고 봄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게∙∙∙.”

“세상에 공짜 없고, 물질이 궁하면 정신도 없지. 일을 안 했으면 굶어야지, ‘무노동 무급식’의 원칙은 너에게도 예외가 될 수 없지.”라고 하면서 노동 다람쥐는 굵고 진한 소리로 노래 다람쥐를 문전박대한다. 노래하는 다람쥐는 동굴 앞에서 버둥거리다 쓰러진다. 무대가 바뀐다.




겨울 산행을 나온 <동물소리 보존 협회> 회장이 쓰러진 노래 다람쥐를 발견하고, 구조 통에 실려서 어디론가 간다. 노래 다람쥐는 죽기 직전에 구해지고, 치료받고, 연구실에서 먹이를 마음껏 먹으면서 다시 자신의 노래를 부른다. 다람쥐 팔자 시간문제라고 하더니 노래 다람쥐는 행운을 잡았어. 다람쥐의 노래를 우연히 듣게 된 동보협 회장님은 사업 감각이 빠르게 가동되어 다람쥐 노래를 녹음하여 동물학회에 발표를 하고,  <노래하는 다람쥐를 통한 진화의 실증사례> 라는 논문을 썼다가, 논란과 저항이 예상되자(진짜 이유는 사업성이 없다는 점) 논문을 버리고, 노래 다람쥐를  방송국 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시켜 노래를 부르게 했고,  인간에게 감동을 준 보답으로 다람쥐는 주민번호와 선거권까지 선물로 받았다. 한 마디로 다람쥐 팔자를 고친 것이지.




반면 노동 다람쥐는 어떻게 되었을까? 노동 다람쥐의 동굴 속으로 가보자. 무대 음악으로 들리던 <다람쥐야~ 다람쥐야~ > 노래가 끊어지고 애잔한 음악이 흐르면서 노동 다람쥐가 고독한 표정을 짓는다. 노동 다람쥐가 외로운지, 가슴을 치고 괴로워하다가 쓰러진다. 노동 다람쥐가 쓰러진 동굴 속으로 우스꽝스런 쥐들이 몰려와 다람쥐가 쌓아둔 먹이를 먹기 시작한다. 쥐들의 두목이 말한다.

“다람쥐 녀석들! 숲속이 다 자기 것인 양 분주하게 먹이를 비축하더니. 다 먹지도 못하고 죽었네.” 다람쥐 동굴에 쥐들이 ‘찍, 찍, 찍’ 노래하면서 춤을 춘다.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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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다람쥐와 노래 다람쥐간의 반목은 인간 무대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빈부의 갈등, 세대 간의 갈등, 전통 가치와 새로운 가치와의 충돌 등 인간 세상은 부딪힘의 연속이다. 서로가 잘났다고 서로 부딪히고, 서로를 씹으면서 발전 없는 쳇바퀴를 돌린다. 서로 다른 기치와 재주들이 화합하고 서로 챙기면 서로가 발전하는데, 무시와 비난의 화살로 서로가 고통에 빠진다. 비난의 상대를 향하는 것 같지만 실제는 자기 영혼의 심장을 지향한다. 




생명체는 협력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  도움을 주고받는 것은 생명체들의 일반화된 생존 공식이다. 인간은 홀로서기를 노래하지만 홀로 못하는 일들이 더 많고, 홀로 감당할 수 없는 불행과 슬픔도 많다. 천지 기운이 모여서 꽃 하나를 피우고, 미사일 하나도 수십만 가지 부품이 조합되어 우주로 날아가듯, 현대 조직 사회는 서로 다른 일을 하는 구성원들이 협력하면서 살아가는 하모니 군집이다. 서로 엇물려 살아가는 현대인은 자기가 잘나서 사는 것도 있지만 협력 시스템 속에서 서로 돕고 살고 있다. 따라서 남을 위하는 일이 결국은 자기를 살리는 일이다.




나눔은 나의 일부를 아낌없이 주는 것이다. 나눔의 방법은 백사장의 모래알보다 많지만 나눔을 실천하는 것은 산을 옮기는 것보다 힘이 든다.  물질에 길들여진 마음은 나눔을 손실로 생각하고, 언젠가는 놓고 갈 것들을 평생 자기 소유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나눔은 축복과 감동의 씨앗이 되며, 나눔은 개인을 한 송이 꽃처럼 화사하게 하며, 개인의 복을 복리로 키워준다.  나눔은 정신과 행동이 동시에 만나는 성역이다. 여유가 없으면 여건이 되어도 나누지 못한다. 심지에 불을 붙여야 빛나는 등불처럼 나눔의 여건을 갖추려면, 기준과 형식에 묶여 구겨진 자기를 버리고 자기를 창조할 수 있어야 하고, 내 속의 또 다른 나를 치유하여 정신적으로 자유로워야 한다. 울 일이 있으면 순수하게 돕자. 나중에 신이 보상할 거라고 계산하지 말고 말이다. 계산된 도움은 유효 기간이 지난 약처럼 폐기 대상이다. 신(神)의 기억 세포는 계산된 선행을 기억하지 않는다. 




나눔으로 행복을 확대하는 법 <우화 법률 103조 4항>
1. 인류의 조상이 같고, 상대가 나의 일부임을 안다면 그는 성자다.

2. 언젠가 놓고 갈 것이라면 빨리 놓고 사는 것도 지혜다.

3.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협력은 인간과 행복에 대한 투자다.

4. 최대의 협력은 그에게 관심을 갖되 그를 편하게 하는 것이다.

5. 낮의 별이 반짝임을 잃는다고 별이 사라진 게 아니다.

  도운 뒤에 잊어도 공덕은 사라지지 않는다.

6. 베푼 것을 기억하는 것은 병든 몸이 약을 기억해주길 바라는 것과 같다.

7. 어떤 도움은 자립심을 해치지만, 진지한 도움은 상대의 목숨도 구한다.

8. 신(神)은 조건부 도움을  선행(善行)으로 보지 않고 이윤 거래로 본다.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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