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북한산 7부 능선, 참나무들이 군집을 이루고 있는  숲, 거목 참나무에 독거미와 장수하늘소가 살고 있었지.

독거미는 징그러운 발과 몽땅한 배 때문에 나쁜 곤충으로 인식되지만  실제는 해충을 잡아먹는 익충(益蟲)이고, 작은 불도저를 연상시키는 장수하늘소는 천연기념물이지만 사실은 나무 진액을 빠는 해충이다. (해충과 익충의 구분은 인간 위주의 평가지만...) 독거미는 이름 때문에 이미지 손해를 보고, 장수하늘소는 장수라는 이름 때문에 신비감까지 얻고 있지. (세상에는 이렇게 브랜드 때문에 손해와 이익이 엇갈리기도 한다.)




참나무 숲의 이간꾼인 칠성무당벌레가 목에 금빛 휘장을 두른 장수하늘소를 찾아가 조아렸다.

“장군님, 요 아래 사는 독거미가 말하길, 장수하늘소는 썩은 나무를 뒤지고 수액을 탈취하는 해충이라고 하던데요.”

칠성무당벌레의 제보를 접한 장수하늘소는 턱이 돌아갈 정도로 분노했지. 거미줄을 치고 약한 곤충을 사냥하는 독거미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차에, 무당벌레의 고자질은 분노의 불씨를 뿜어준 꼴이 되었어. 장수하늘소는 독기를 품고 독거미를 찾아가 쏘아댔다. 

“독거미야, 넌, 왜, 요령으로 사니? 너에겐, 8개의 싱싱하고 긴 다리가 있어 어디든 갈 수 있고, 잘록한 허리가 있어 신속하게 기동할 수 있고, 빛나는 눈동자가 있어 새들도 무서워 덤비지 못하는데,  이렇게 비겁하게 그늘진 곳에 투망을 쳐두고  눈멀고 경솔한 약한 곤충만 꼭 잡아 먹어야 하니? 그리고 무당벌레가 말하던데, 나를 해충이라고 험담한다며?  내가 직접 듣지 않았으니 경고하고 넘어간다. 똑 같은 실수를 한다면 너를 죽이겠다.”




장수하늘소의 독설에 독거미가 천천히 말했다.
“하늘소야, 무슨 말을 들었기에 이리도 흥분하나? 너야말로 거미들이 거미줄만 쳐놓고 약한 곤충만 먹는 요령꾼으로 모함하는데, 관찰력이 매우 부족하다. 우리는 나무에게 피해를 주는 해충들만 먹는다. 나무들이 좋아하는 외로운 사냥꾼이며, 오래전에 인간들에게 투망 기술을 전수해준 지혜로운 존재들이다. 모르면 말을 하지 마. 너에게 장수라는 호칭은 어울리지 않는다. 넌, 세상 이치를 모르고 떠드는 갈등 유발자다.”




장수하늘소는 감정 조절에 실패한 듯, 앙칼지게 되받아쳤다.
“독설을 멈추어라. 실체를 모르고 언어로 말하지 마라.”

이에 독거미는 작심한 듯이,  한 박자 쉬고 말을 잇는다. 
“갈등 유발, 유포, 확산하는 하늘소야!  거미들의 내면을 모르고, 너의 굽은 잣대로 거미를 요령꾼으로 비하하지 마라. 우리 거미들은 줄이 낡아지면 거두어 먹고, 내장의 진한 액체로 비벼서 윤기 배인 거미줄을 다시 만드는 비밀스런 수고도 한다. 거미의 외모를 모독했으니, 나도 하늘소의 외모를 건드려 보겠다.”

“하늘소는 살기 위해 썩은 나무를 뒤진다. 그런 너에게 광택 나는 잔털은 여우가 모피 코트를 입은 것처럼 어울리지 않는다. 가위 같은 턱은 하늘 향해 구부려져 있는데, 너의 굽고 삐뚤어진 심보를 보여주는 것 같구나! 이빨 돌기가 한 개씩 바깥으로 나있는데, 수액을 빠는 너에게 어울리지 않는 무기다. 쓸모없는 너의 턱과 돌기를 도태시키고 거미로 탈바꿈하여 좋은 일을 하는 게 어때?”

독거미의 길고 독한 말에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한 장수하늘소는 그대로 독거미 앞으로 돌진하여 독거미를 턱으로 반 토막 내고 돌기로 씹어 먹었다. 아, 이, 장수하늘소, 더럽게 성질이 났으니, 독거미를 반 토막 낸 것까지는 이해가 가지. 그러나 독거미에게 독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절제력 부족으로 돌기로 자기 흥분까지 버무려서 독거미를 씹어 먹었어. 장수하늘소도 독거미의 내장에서 나온 독 때문에 죽음을 피할 수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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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미와 장수하늘소의 싸움 무대는 막을 내렸지만 따져보고 넘어갈 청문회 과제를 남겼지.  1. 그들은 왜 싸워야 했나? 물론 무당벌레의 이간질 제보가 근본 원인이지만, 고자질을 듣고 냉정을 잃고 싸움을 시작한 장수하늘소도 문제였다. 2. 다른 대안이 없었나? 독거미는 장수하늘소의 분노에 맞대응을 자제했어야 했어. 왜냐하면 독거미는 먼저 화를 낸 장수하늘소를 이긴 상태에 있었지. 굳이 감정 대결을 하지 않았다면 서로 살 수가 있었겠지. 3. 교훈은 ?  똑같은 놈끼리 싸운다. 감정싸움에 승자는 없다.




인간들은 다양한 싸움을 한다. 서로 살기 위한 사랑싸움, 서로 죽는 감정싸움, 생산이 없는 제로섬 싸움, 자기를 이기려는 자기싸움, 자리와 빵을 얻기 위한 싸움, 싸가지 없는 상대의 시비와 험담 때문에 맞받아치는 싸움, 누구도 이루지 못한 거룩한 일에 도전하려는 명예로운 싸움 등 싸움은 승자를 만들기도 하지만, 에너지를 빼고, 기운을 죽이며 다수의 행복을 부수며, 후유증을 만든다. 어떤 싸움은 이간질과 부추김, 보이지 않는 의도를 갖고 접근하는 악마의 짓 때문에 일어난다. 악마의 이간질에 의한 대리 싸움은 헛것을 향한 분노의 헛발질이며, 평화를 잃고 육체에 영혼을 가두게 한다.




싸움을 차단하는 상생의 자세. 세상은 서로 엇물려 있고, 인류는 같은 후손이라는 사실을 알면 서로 사는 상생을 생각하게 된다. 상생(相生)이란 서로 존중하고 함께 이해하며 더불어 사는 것이다. 웃음과 즐거움에 조건이 없듯이, 상생은 공식과 형식, 조건을 초월하는 비체계적 논리다. 상생은 자비와 사랑으로 이해관계를 분해하는 효소이며, 덕성과 포용으로 서로 감싸는 향기이며, 감사한 마음으로 인정하고 격려하는 행동이다. 비바람 버티며 자란 거목은 보호되듯이, 상생을 실천하는 거인은 누구도 해코지 하지 못한다.    




세상을 화합시키는 배려와 동반 의식.  조건을 따지고, 이해관계를 앞세우면 상생은 없고, 상대를 변화시켜 갈등을 풀려고 하는 것은 피를 피로 닦으려는 짓이다. 나의 생각이 안 바뀌는 것처럼 상대의 생각도 굳어 있다. 모든 것을 나의 잣대로 보고 남을 탓하면 쉽게 피곤하고 짜증이 난다. ‘자기중심'에서 '타인 배려'로 탈바꿈 하고, 상대를 동반자로 인식해야 세상은 화합하게 된다. 상대에게 맞추어 주고 남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1도만 바꾸면 '이것은 이래서 좋고, 저것은 저래서 좋다'라고 발전한다.  똥물도 받아주는 바다처럼 현재를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고, 어둠을 거두어가는 햇살처럼 상대를 애틋하게 생각하면 삶이 즐겁고, 행복하다.


상생으로 서로 행복한  법  <우화 법률 103조 3항>

1. 싸움은 내 의지의 발로가 아니다. 악마의 대리전임을 명심하라.
    그러나 악마하고는 싸워야 한다.

2. 가까운 사이라면 지는 것이 이기는 싸움이다. 가까운 사람을
    이기는 것은 헤어지는 지름길이다. 

3. 인간은 불완전 존재이기에 싸울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인정하고
    화해하는 용기다.

4.  꽃 한 송이 피는 것도 흙, 햇빛, 공기, 수분, 벌과 나비, 비바람이
    서로 돕기 때문이다. 

5. 재물과 권력을 동시에 얻으려고 싸우면 모두를 잃는다.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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