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기상을 예측하는 양 - 인정과 존중

 

대관령 목장에 느림보 양이 있었지.

그의 기동(機動) 수준은 거북이보다는 빨랐지만 토끼가 보면 하품할 정도로 느렸고, 오리처럼 뒤뚱거리며 걷는 자태는 보기 흉했지.  그 느림과 흐트러진 모습 때문에 동료와 양치기로부터 조롱이라는 채찍을 맞았지. 어떤 불순한 의도도 없이 놀림 받는 것이 억울했던 느림보 양은 뛰는 연습을 했지. 울타리를 따라 뛰어보고, 경사지에 올라가 굴러보았지만 그의 속도는 줄에 묶인 주인집 개처럼 한계가 있었어. 

어느 날,
느림보 양의 처절한 노력을 애처롭게 지켜보던 늙은 양이 조언했지. 

“느림보야, 네가 느린 것은 네 잘못이 아니란다.  양치기가 너의 어린 뒷다리를 잡고 빙글 돌린 이후의 문제란다. 너의 할아버지 양은 기상 예측을 잘 해서 인기가 좋았지. 예언하는  재주 때문에 빨리 죽었지만…  이제는 기상을 예측 하는 양들이 없는데, 네가 기상예측을 하게 되면 너의 느린 단점이 묻히고, 새로운 살길이 열릴 거야!”

느림보 양은 늙은 양의 조언대로 기상예측만이 살길 이라고 판단하고, 뛰기 연습을 포기하고, 기상예측 연습을 했어. 남들보다 먼저 일어나 하늘을 보면서 구름 이동을 살피고, 가슴 털로 바람 방향을 느꼈고, 코에 닿는 냄새를 기억했다가, 현재 기상이 6시간 뒤에 어떻게 변화는 지를 살폈다. 누적된 관찰을 통해 현재의 원인은 미래의 결과로 나타난다는 깨우침을 얻고, 목장 주변과 하늘 변화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기억해 나갔다.

12개월 동안 기상 데이터를 정리하고, 현 기상과 6시간 후의 기상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 현재의 구름상태, 바람결, 냄새만 인지하면 6시간 뒤의 날씨를 예측했다. 느림보 양이 현재의 하늘 그림과 바람 노래만 감지하여 날씨를 미리 알자, 처음에는 양들도 믿으려 하지 않았지만, 그의 기상 예언이 자주 적중하자 양들로부터 ‘기상 예보관’으로 인정을 받았어.  


누가 그랬다. ‘진실을 말하려면 힘을 갖추라고’ 자랑스러운 기상 예보관이 기상을 예측하자. 느림보 양은 놀림 대신에 보드라운 풀과 우유를 제공받고, 날이 흐리면 허리 아픈 개, 발톱 빠진 말까지 찾아와 상담을 하고 갔지. 다수의 존중과 사랑은 느림보에게 권위와 권력을 주었어.  누가 그랬다. ‘초심을 잃으면 자기 복을 찬다고’ 기상을 예측하는 양이 빠른 속도로 발언권과 권력이 생기자, 그는 초심을 잃고 빠름에 대해 병적인 시기와 저주를 퍼부었다.

“이제, 내 앞에서 뛰는 양들이 없도록 해라. 뛰지 않아도 세상을 예언하는 내가 있으니 무서울 것이 없다. 양들의 진보를 위해서 잘 뛰는 양들을 도태시키고, 나처럼 특별한 재능을 갖춘 양이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기상 예보관은 말도 안 되는 말을 지껄였지만 누구도 기상 예보관의 권력에 도전하지 못하고 침묵했다. 역시나 지나친 것은 오래가지 못했다. 양치기가 병이 나서 목장을 비운 사이에 늑대 무리가 목장으로 뛰어들었다. 양들은 튼튼한 네다리로 도망쳐서 늑대의 식욕으로부터 벗어났다. 떨어지는 조약돌에 놀란 송사리 떼가 사방으로 달아나듯이 말이다. 그러나 양들의 기상예보관은 늑대에게 잡히고 말았다.


어떤 양도 잘난 양을 지켜주려고 하지도, 도움을 주려고 하지 않고  ‘그렇게 잘 난 척 하더니 늑대에게는 통하지 않을 거야’ 라고 비아냥거렸다.  늑대에게 붙잡힌 예보관은 혼자 주절거렸다.

“나는 기상을 예측하는 재주가 있다. 늑대에게도 기상예측은 중요하다. 기상 예측기법을 전하고 싶다. 제발….> 하면서 애원했지만 늑대는 그 잘난 재주를 이해하지 못하고 죽여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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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재주가 있어도 생존기량을 갖추지 못하면 불행을 겪는다.
현대 분업사회는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집중할 것을 강조했고, 자기 주특기에 충실하면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다. 그러나 하나의 특기에 의존하는 외길 삶은 재주는 있으나 정(情)이 없는 인간, 자기가 정한 목표 때문에 시달리는 인간, 성공해야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 단순한 인간, 두뇌가 만든 정신이 최상의 것으로 착각하는 좁은 인간, 하나만 알고 전체를 볼 수 없는 결핍된 인간, 성공을 하고도 허탈감을 이기지 못하는 똑똑한 바보, 인기에 집착하여 타인의 모습으로 사는 멍청이를 양산했다. 뛰어난 재주꾼도 자기인정과 더불어 사는 인간미를 갖추지 못하면 누구도 그의 가치를 보호하지 않는다. 나무가 꽃을 피운다고 다 열매가 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생존의 기본기는 자연스런 자기 마음에 있다.
생존과 행복의 필요조건은 너무도 많다. 강한 정신력과 체력, 긍정적 생각과 적극적 행동, 예절과 겸손, 소통능력과 유머감각, 남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사회성 등의 개인적 요소와 더불어 사는 사회 분위기다. 생존과 행복에 필요한 덕목은 개인마다 다르지만, 생존의 기본 축은 나의 마음에 있다. 내가 근심하면 근심하는 ‘나’가 되고, 내가 마음으로 즐거우면 즐거운 내가 되고, 지금 불행하더라도 생각을 바꾸면 행복할 수 있고, 남에게 잘 보이려는 자기의식과 집착을 버리면 자연스러운 내가 된다. 꽃은 목표가 없어도 때가 되면 꽃이 핀다. 자연을 따르기 때문이다. 


행복의 기본기는 자기인정에 있다.
행복의 기본 축은 내가 나의 위대성을 인정하는 자신감에 있다. 내가 나를 인정하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며 두려움과 불행을 이기는 길이다. 나에게 무한한 잠재력(핵에너지)이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자기 위력을 찾고, 키워야 한다. 몸은 죽어도 영혼은 살아 있다. 몸과 분리된 영혼이 나를 감싸고 있음을 인정하고 정신보다 한 수 높은 영혼이 다를 다스리게 해야 한다. 내 안에 나의 이성(異姓)이 있음을 인정하고, 허깨비 욕망을 다스리고 밖에서 나의 짝을 찾지 말고, 내 속의 영혼을 나의 짝으로 삼아야 한다.


서로 인정하는 영혼으로 서로의 행복을 찾자.
서로 엇물린 현대 사회는 상호 인정과 존중으로 진보한다. 남을 인정하지 못하면 나의 잘남마저 빛을 잃지만, 서로 인정하면 서로 자유롭고 서로의 부족도 빛이 된다. 남의 장점을 오징어 씹듯이 씹을 게 아니다. 자기가 못하는 일을 미워할 것이 아니라, 인정하면서 배우고 함께 가야 한다. 자기중심의 배타적 행동, 편을 가르는 사회, 배려와 아량이 없고, 작은 실수도 수용하지 못하는 사회는 삭막하고 우울하다. 자식을 나의 기준과 기대로 묶지 마라. 조직 구성원을 조직 목표로 엮지 마라. 그의 재능이 그의 것이 되도록 인정하고 무엇이 필요한지를 살펴라.  꼬리 없는 원숭이가 힘이 세다고 원숭이 꼬리를 다 자르라고 할 수는 없다. 모든 생명체의 뿌리는 같고, 미운 상대도 어쩌면 나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인정과 존중을 통한 행복유지 법 <우화 법률 103조 2항>

1. 인정과 존중의 시발점은 내가 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천만인이 나를 존중해도 내가 나를 무시한다면 허공에 궁궐 짓기다. 

2. 인류는 모두 같은 조상의 자손들이다. 미운 상대도 나의 일부요
    형제다.  남을 위하는 일이 곧 자기를 위하는 길이다.

3. 불행한 다툼의 9할은 남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남을 무시하면
    적(敵)을 만들고, 인정과 칭찬을 자주하면 친구를 만든다.

4. 남을 인정하면 나의 영혼도 쑥쑥 자란다. 그의 빛나는 혼과 나의
    영혼이 서로 교감하기 때문이다.

5. 인정과 존중은 나의 자존심을 바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자존심을
    무장해제 시키는 고단수 기술이다.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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