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과 초가을 성분이 섞여 있는 날, 일산 호수 공원에,
청개구리 3형제가 연꽃에 앉아 있었지. 
연꽃의 잎은 궁궐의 지붕처럼 넓은데, 연꽃 줄기는 개미허리처럼 가늘었지. 연꽃의 줄기는 청개구리 3마리의 무게를 다 감당하기엔 무리였고 그대로 있으면 연꽃 줄기가 부러질 상황이었어.  연꽃이 바람 따라 휘청거렸지만 3형제의 생각은 서로 달랐지. 

가장 큰 청개구리는 자기가 먼저 뛰어 내릴 생각은 안하고
“둘째 아우는  여름 내내 나보다 파리를 많이 잡아먹어서 뛰어 내려도 문제가 없겠고, 막내는 몸이 가벼워서 뛰어 내려도 다치지는 않겠고, 형인 내가 권위를 지키면 누군가는 뛰어내리겠지 ...”

둘째 청개구리는 말없이 눈만 깜빡거리며 생각했다.
“형은 형으로서 책임이 있겠고, 아우는 아우대로 눈치는 있겠지, 나는 가운데 서열이니 내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꾹 참고 조금만 버티어 보자. 책임이 뛰던, 눈치가 뛰던 하나는 뛰어 내리겠지!”

책임감도 눈치도 없는 막내 청개구리는 이런 생각을 했어.  
“형들이 둘이나 있는데, 내가 이 상황에서 뛰어내리면 형들의 희생정신과 책임감을 모독하는 일이겠지. 잠시 기다리자.”

청개구리 3형제가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도중에 연꽃 줄기가 부러졌고 청개구리 3마리는 모두 진흙탕으로 떨어졌다. 3마리의 청개구리는 죽지는 않았지만 몸을 많이 다쳤고, 자기 나름대로 상상한 생각들도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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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犧牲)은 진보와 화합의 에너지다.  
인간 세상은 완전한 무대가 아니라 모순과 갈등, 고통과 고민으로 넘치는 처절한 무대라는 것을 나이 50에 알았다.  갈등과 고통을 처방하는 약은 희생인데 희생이 사라지고 있다. 희생을 보통 사람이 행할 수 없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의 경지로 인식하고, 희생을 하면 손해를 본다는 편견 때문이었다. 자식은 부모의 희생을 먹고 자라고, 한 알의 밀알이 썩어서 새로운 수확을 주고, 나무는 성장하기 위해 잔가지를 버리고, 연료의 소모로 차가 달린다.

희생의 유형은 다양하다.
자리 양보부터 공식석상에서 말의 절제, 현재의 모순을 비판하지 않고 아름답게 해석하는 포용, 부끄러움을 줄이기 위한 자기성찰과 자기관리, 자존심의 갑옷을 벗고 하기 싫은 일도 하는 사명감, 실패를 인정하고 매듭을 짓는 자세, 나에게 벅찬 불운 버리기 등 희생은 자기를 먼저 내세우지 않는 행동이면서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행위다. 대인관계에서 희생 없이 자기 자존심만 세우면 소통이 막히고, 양보 없이 체면만 따지면 소인배가 되고, 조직이 자존심과 이익을 놓고(생존이 걸린 문제는 희생의 대상이 아니다.) 서로 싸우면 함께 망할 수 있고, 더 큰 것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지 않으면 정성과 노력도 허사가 된다. 희생은 싸움을 평화로 만들고, 불편과 아픔을  성장으로 변화시킨다. 희생은 소멸이 아니라 새로운 발전의 기운이다.   

자기희생으로 찾는 큰 행복을 위하여!
힘에 밀린 어쩔 수 없는 희생은 초라하다. 소중한 나를 지키고, 큰 나를 찾아서 큰 행복을 얻기 위한 자기희생은 아름답다.  나무는 하늘 한번 마음대로 보면서 햇살을 얻기 위해 잔가지를 버리듯, 우리는 자기만의 세상을 열고 행복을 얻기 위해 불운과 내게 벅찬 것을 버려야 한다. 행복은 고통을 먹고 자라는 생명체다. 자기희생이 없는 행복추구는 밭을 부정하고 곡식을 얻으려는 짓이다. 자기희생은 다양하다. 겸손(모난 자기를 밟는 것)으로 상대와의 부딪힘을 줄이고, 일이 꼬일 때면 두뇌의 판단을 부정하고, 욕망과 반대로 하여 바른 길을 가고, 고달픈 직장 생활이지만 스스로 위로하며 힘을 얻고, 조건 없는 가족사랑으로 피붙이를 지키고, 하기 싫은 일도 흔쾌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을 희생해도 자기 행복만은 희생의 대상이 아니다. 자기 행복감을 잃으면 다시 일어설 힘의 근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자기를 희생할 수 없다면 상대의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라.
자기희생은 4음절의 단어지만 참으로 어려운 경지다.  자기와 남을 위해 희생할 수 없다면 최소한 남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한다. 상대의 날카로움을 자기보호의식으로 인정하고, 내 것이 소중하면 남의 것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내 것은 귀하고 소중하면서 남의 것을 무시하고 천하게 생각하면 내 소중함도 미천해진다. 내가 믿는 종교가 소중하듯, 남이 믿는 종교도 존중해야 한다. 내가 하는 일이 가치 있고 귀중하듯,  상대가 하는 일도 고귀한 것이다. 서로 생각이 다르면 중립 지대를 만들고 서로 침범하지 않아야 한다. 나를 세상 속으로 나가게 하고 세워주는 것은 함께하는 사람들이다.


자기희생을 통한 행복발견 법 <우화 법률 102조 10항>
1. 세속적인 행복은 건강(자기 다스림), 돈(세상 다스림), 권력(상대 다스림에 있지만, 큰 행복은 고통을 이긴 뒤의 쾌감, 자기희생을 통한 정신의 풍요, 나누면서 세상을 다스리는 배짱에 있다.

2. 성공이 행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마음이 성공을 부른다.

3. 그냥 살다가 사라지는 생명체는 없다. 오묘한 인연으로 태어나 서로 엇물려 살다가 영혼으로 회귀한다. 좋은 일을 하면 하늘은 기록한다. 행복은 엉터리 산수 같아도 그 계산 방식은 정교하다. 희생은 복으로 대순환 된다.

4. 희생은 손목을 내주고 허리를 치는 검도기술과 같다. 작은 것을 주고 큰 것을 얻는 전략적 희생도 있다. 힘에 밀려서 당하는 희생은 희생이 아니라 먹이 감이 되는 것이다.

5. 세상의 평판 때문에 희생하면 후회가 따른다. 자기 마음의 중심이 희생을 감수할 때 희생을 해야 한다.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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