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공원에 수컷 공작새가 있었지.
그런데 이 공작새는 병아리 시절 꽁지가 짓눌려 성장한 뒤에도 꼬리날개를 활짝 펴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어. 꼬리의 단점은 분발 요인으로 작용하여 더 열심히 걷고, 뛰고, 활달하게 만들었지. 분발이 지속되어 균형과 근육질을 갖춘 공작새가 되었고, 공작새 무리 속에서 ‘차세대 몸 짱 공작새’로 통했어.




몸짱 공작새는 인기를 끌면서 수컷 공작새들의 평가 기준을 날개의 아름다움보다 몸의 조화로 바꾸고 싶었지만, 결정적일 순간, 유전자를 대물림할 때가 되었는데도 암컷 공작새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어. 수컷 공작새의 전통의 멋은 꼬리 날개를 부채꼴로 180도롤 활짝 펴서 우아한 포즈를 오래 보여주는 것인데, 몸짱 공작새의 날개는 활짝 펴지 못하고 찢어진 부채꼴 형상이었어. 자연 암컷의 관심을 끄는 멋이 없었던 셈이지.




몸짱 공작새는 ‘아무 쓸모없는 꼬리의 아름다움보다는 자기처럼 생존에 유리한 균형과 강건함을 지닌 공작새가 차세대 리더가 되고, 암컷으로부터 사랑받아한다.’고 주장했지만, 암컷 공작새들 사이에서는 웃음거리 밖에 되지 않았어. 암컷 공작새들의 입장은 이랬더랬다.

“몸의 균형은 분명 새로운 가치다. 그런데, 날개의 아름다움에 반하도록 되어 있는 유전자 구조, 이미 프로그램 된 성적 흥분구조를 어떻게 바꿀 수는 없어. 기존 가치를 수시로 바꾸면 그것은 지조 없는 짓이다.”




그래서 몸짱 공작새는 다수가 인정하는 꼬리 날개의 멋을 찾기 위해서! 아니, 암컷들의 평가 프로그램에 적응하기 위해 밤에도 노력했어. (사실 공작새는 낮에만 한 번만 꼬리날개를 편다.) 그러나 몸짱 공작새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었어. 굳어진 날개 근육을 노력으로 펼 수는 없었던 게지. 그러나 몸짱 공작새는 포기하지 않고 집요한 노력을 했어. 굳어진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무리할 정도로,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생살을 찢는 고통을 감수했더랬다. 그 결과 120도 각도로만 펼치던 꼬리 날개를 170도까지, 정상적인 각도에 비해 10도가 부족한 상태까지 진보했지.




몸짱 공작새는 거기서 멈추어도 암컷의 사랑을 받는데 문제가 없었는데...결정적으로 오기란 놈 때문에 멈추지 못했어. 기어코 결정적 문제는 마지막에 일어나고 말았어, 날개각도 180도! 염원하던 각도를 쟁취했는데, 꼬리 근육이 파열되어 버렸어. 근육이 파열되자 쑤시고 화끈거리는 고통은 이루 표현할 수 없었고 조임 장치가 풀린 부채처럼 펼친 꼬리를 접지 못하는, 노력하지 아니함만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사육사의 정성어린 치료와 동물원 주치의의 수술까지 받았지만 결국 몸짱 공작새는 꼬리날개의 정상을 찾지 못했다. 사육사가 동물원장에게 올린 결재 판에는 <꼬리날개 파열된 공작새, 안락사 건의>라는 한 장짜리 보고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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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세상의 허영과 허세를 보자.

허세(虛勢)는 실체를 거짓되게 가리고 실체 이상으로 포장한 모습이다. 허세는 남을 의식하고, 사회에서 유통되는 평가기준에 맞추고 인기를 추종하다가 내실을 잃고 자기 위치를 분실하는 마음의 질병이다.  다수가 옳다고 믿고, 선호하는 자리에는 치열한 경쟁이 생기고 경쟁은 거품을 만들고, 허구와 허세, 허상과 허영을 만든다. 자리 보존과 이익을 위해서 허세를 부리고, 때로 전략 차원에서 허세를 선택하지만, 허세는 쥐에게 있어 쥐약이다. 먹는 순간에 진실과 성실이 녹고, 조바심에 몸이 탄다.

집단이 허세의 마법에 걸리면 노력 이상의 결과물을 찾고, 소비를 통해 행복을 추구하고, 실현 불가능한 바벨탑을 쌓는다. 심리적 경쟁으로 허영과 허세에 빠지면 물질로 인격 부족을 채우려 하고, 없으면서 있는 척 카드를 긁고, 소심하면서도 대범한 척 무리한 행동을 하고, 화려한 말로 실력을 대변하려고 하고, 몸만 아름답게 뜯어고치려고 성형수술을 하고, 자기 재능은 방치하고 인기 자격증에 매달리고,  공인된 평가를 받아도 도움 되지 않는 비실용적 투자를 하고, 때로는 공명심을 얻기 위해 능력 이상의 노력을 한다.




자기 정체(正體)성으로 허세를 극복하자.

허세가 자기상실과 불행으로 가는 통로라면, 그 반대인 자기 정체(正體)성은 자기 실체를 알고, 자기를 인정하고, 사랑하여 자기만의 세계를 창출하게 하는 대도(大道)다. 허세를 만드는 것은 두뇌의 소행이다. 두뇌가 나를 통솔하는  총수(總帥)지만, 두뇌의 판단이 전부가 아니다. 두뇌는 자기 입력 기준에 맞지 않는 상대를 보면 화를 만들고, 상대가 두려우면서도 지기 싫으면 허세를 부리고, 여건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욕심의 탈을 쓰게 한다. 때로는(기분이 좋아진 두뇌가) 흥분과 열망으로 허세를 부리지만, 결국 허세는 허탈을 만든다.   허세를 이기고 자기 정체성을 찾으려면 두뇌의 판단을 넘어서야 한다. -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안정된 실체가 있을 것이다.- 허세는 산 닭을 주고 죽은 닭은 먹는 꼴이라면, 자기 정체성은 산 닭으로 알을 낳게 하는 행동이다.




정체성과 내실이 만드는 진정한 행복을 위하여!

이 세상에 요행도 그냥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업적과 실력이 자기를 대변한다. 자기 분야에서 승리의 월계관을 쓰면 초라한 외모도 왕처럼 보이고 대접을 받는다. 비싼 보석일수록 강도가 높아 열에 녹지 않듯, 내실을 기하는 자는 현실 인식 능력과 통찰력이 강해서 싸구려 평판에 흔들리지 않는다. 실력과 업적으로 진짜 영웅이 되면 존중받는다. 허세는 일시적인 바람처럼 형체가 없고, 공사비 부족으로 짓다가 만 건물처럼 흉하지만, 내실은 태산처럼 장엄하고, 언덕 위의 하얀 집처럼 고고하다. 이제 에너지만 낭비하는 허세를 버리고 자기 모습으로 돌아가 당당하게 살아야 한다. 당당한 모습에 행복도 깃든다.




자기 정체성과 내실을 통한 행복 유지 법 (우화 법률 102조9항)
1. 세상에 나보다 소중하고 고귀한 존재는 없다. 내가 곧 우주다. 상대를
    의식하고 세상의 힘의 방향을 살피더라도 자기 주체성까지 내주면
    안 된다.

2. 예절 외에는 남을 의식하지 마라. 남을 의식하면 나라는 고유한 삶은
   없다. 항상 자기로 살고, 자기로 행세하며, 자기답게 죽어야 한다. 

3. 남의 눈과 제도적 규정을 너무 의식하지 말고 자기 개성과 특성을
   살려라.  자기 개성과 특성만이 자기를 차별화시키는 약(藥)이다.

4. 진정한 자기(自己)로 살면 두려움도 고독도 없다.  있는 그 자체로
    살기 때문이다. 삶이 진지하면 죽음도 두렵지 않다.

5. 태양이 떠오르면 별 빛은 사라지지만, 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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