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끼와 다람쥐 - 미래 대비

입력 2010-11-23 12:59 수정 2010-11-23 12:59




새들도 쉬어서 넘는다는 문경 새재에,
산토끼와 다람쥐가 형제처럼 살았지.
산토끼와 다람쥐는 원래 같은 동족이었어. 동물 분류법에서 근거를 찾아 볼 수 없지만... 산토기와 다람쥐가 형제였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고대 산토끼들의 진화 역사를 추적해보자.



처음부터 산토끼는 뛰고 달리는 재주는 뛰어났지만 비상식량을 저장했다가 겨울에 먹는 비축 본능이 없었지. 산토끼들은 한 겨울에도 밥벌이를 위해 나무 둥지를 갉아야 했고, 눈이 오면 눈 덮인 산을 온통 헤매면서 먹이를 구하다가 눈구덩이에 빠져 죽거나, 솔개의 먹이가 되곤 했지. 산토끼들은 배고픈 겨울을 이기기 위해 3가지 부류로 진화했다.(처음과 끝을 알 수 없을 때는 과학보다 상상이 더 정확할 수 있다.)



참을성이 부족하고 약한 산토끼들은 한 겨울에 배고픔을 참지 못해 원시인들의 토막집까지 내려 왔다가 인간에게 붙들려 야성을 잃고 길들여져 집토끼가 되었고, 환경 변화에 적응하려고 했던 영리한 산토끼는 자기 몸뚱이를 줄이고, 먹이 저장 기술을 익혀 다람쥐로 진화했고, 우직한 산토끼들은 야성을 지키며 어렵게 대를 이어가면서 지금의 산토끼로 남았지. 각자 자기의 적응 능력과 노력으로 진화를 했던 셈이지. 집토끼는 인간에게 길들여 사느라 산토끼 족보에서 지워졌고, 산토끼와 다람쥐는 먹이 저장방식과 겨울나기 방법이 다르지만 야성의 동지로 남았지. 다람쥐는 산토끼를 만나면 형제의 입장에서 잔소리를 한다.
“형제 산토끼여, 한 겨울에 눈밭을 헤매다 죽지 말고, 먹이 많을 때 먹이를 모아 토굴에 저장해. 작년에도 겨울을 나지 못하고 죽은 산토끼가 몇 마리야?”



다람쥐의 잔소리에 산토끼는 자기변명을 한다.
“형제여, 산토끼들의 안위(安危)까지 생각해주어 고맙소. 먹이를 저장하지 않는 산토끼들은 겨울을 통해 더 강해졌고, 어떤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는 우수한 동물로 발전했소. ‘산토기의 미래생존 방식 연구서’에 의하면, 인간들이 이제 벌목하지 않기에 겨울에도 먹이는 충분하고, 산토끼들의 천적인 야수들은 조만간 다 멸종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두고 보라. 야수가 사라진 미래의 산은 산토끼들의 광장이 될 것이다. 이 야산을 지킬 마지막 동물은 야성을 지닌 산토끼가 될 것이다. 하-하~~”



산토끼는 다람쥐의 조언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기 생존 방식을 바꿀 생각을 못했고, 자기 위주의 환상적 미래를 예측하면서 가난하고 고달픈 겨울을 지내야 했어.



산토끼가 야산의 마지막 동물이 될 거라는 예언은 빗나갔다.
인간들이 환경 복원을 위해 야생 곰, 살쾡이, 늑대, 호랑이까지 복원하여 숲속에 풀었다. 먹이 사슬이 새로 정립되면서 산토끼들은 야생 동물들의 주식(主食)이 되었다. 다산(多産)으로 대를 이어가던 산토끼들의 생존법에 문제가 생겼어. 숲이 우거진 가을까지는 산토끼들은 몸을 감추면서 생존했지만 낙엽이 진 겨울에는 쉽게 노출당하여 대량으로 죽어갔다. 다람쥐의 조언대로 산토끼도 비상식량을 비축했더라면 피할 수 있는 위험인데도 어설프게 미래를 예측하고 자기 방식을 고집하다가 멸종이 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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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살아있는 현재가 가장 중요하지만 미래를 위해 현재를 진단하고 제어할 필요가 있다. 시간이 갈수록 생산력이 떨어지는 것이 인생의 공통 사항이다. 갈수록 소득이 준다면 생산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누구나 최악의 미래 상황을 상정하고 대비해야 한다. 기력이 떨어지고 경제력이 빈곤해지는 인생 겨울을 피하려면 젊은 시절에 건강과 에너지를 비축해야 한다. 다 아는 상식이지만, 실천이 어려운 것이 미래 준비다. 아름답게 지는 꽃은 어디에도 없다. 다만 깨끗하게 지는 꽃이 되기 위해 꽃잎 속에 수분과 양분을 품고 있어야 한다.



현재의 노력은 미래에 돌아온다.

세상에 공짜 없고, 선에서 악으로 바로 건너뛰는 것도 없다. 미래를 읽고 현재의 방향을 잡는 것은 현자의 영역이지만, 사랑을 받고 미래 쓰임새를 얻기 위해 자기계발을 하는 것은 모두에게 해당되는 인생 과제다. 자기 분야에서 1인자가 될 때까지 한 방향 투자를 하면 이력서가 간단하지만 오라는 곳이 많지만, 자기계발 없이 철새처럼 옮겨 다니면 갈수록 외로워진다. 미래의 태풍을 미리 감지하면 결정적인 순간에 강할 수 있다. 고령화라는 고기압, 자산 가치 하락이라는 저기압, 저 출산으로 인한 소비력 감소라는 돌개바람, 불규칙한 환율과 금리의 난기류를 미리 감지하면 그는 경제의 신이다.



미래라는 단어 속에 숨어 있는 죽음을 의식하되 두려워마라.

죽음은 누구도 피해가지 못한다. 죽음은 기분 나쁘고 현재의 자아를 몸서리치게 만들지만, 죽음을 염두에 둘 때 현재가 진지하다. 남은 일들에 대한 자기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죽음에 대한 해석은 종교와 영혼의 어머니를 누구로 삼느냐에 따라 다르다. <죽으면 끝이다. 죽으면 살아서 지은 업보대로 다시 태어난다. 착하게 살다가 죽으면 구원받는다. 죽으면 몸의 위치만 바뀐다.> 등 죽음을 구원받는 과정, 새로 태어나는 과정, 자연으로 돌아가는 여행이라고 위로하지만 멀쩡한 실체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고통이다. 죽음을 삶의 종착역이 아니라 삶의 연장, 몸의 순환 과정, 새로운 몸을 받기 위한 위치 이동으로 받아들이면 두려움 없이 장엄하게 죽을 수 있다.



미래준비를 통한 행복 유지법 <우화 법률 102조 2항>
1. 미래 준비는 자기창조의 동기를 제공한다. 미래는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다. 현재의 여력을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에너지를
   저장하고 절제해야 한다.

2. 불쾌한 과거는 지우고, 벅찬 현재에 집중하되, 미래의 고난을
   상정하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 미래 속에 자아의 신화가 있기 때문이다.

3. 미래의 문제는 돈과 건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인생보람과 품위,
   행복감과 실존감을 느끼려면 평생 일거리와 평생 친구가 필요하다.

4. 인생의 최종 상태를 상정하고, 역으로 지금 해야 할 일을 찾아라.
    인생 최종 상태가 나의 가슴에 인식되면 현재가 진지해진다.

5. 책을 읽고, 책을 뒤에서 앞으로 다시 읽는 역행 독서를 해보라.
    많은 것을 깨닫는다. (인간 한계 수용, 관용, 대비)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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