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신통한 호랑이 - 마음의 중심


강원도 설악산에 죄인을 식별하는 신통(神通)한 호랑이가 살고 있었어.
토종 호랑이었지만 신기하게도 죄 짓지 않은 사람이 가면 나타나고, 죄를 지은 사람이 가면 나타나질 않는다는 소문이 돌았어. 그래서 동업을 준비하는 사업가와 결혼을 앞둔 사람들이 설악산을 찾아가 호랑이 점을 보았지. (호랑이가 출두하면 선남선녀, 나타나지 않으면 죄가 있는 사람)

결혼을 앞둔 차돌이와 심순이가 서로의 과거 죄를 알아보기 위해 호랑이가 나온다는 설악산으로 갔어. 그날은 찬바람이 불고 진눈깨비가 내리는 날이었어. 과거 죄가 켕기는 차돌이가 설악산 입구에서 말했다. “ 바람이 불고 날도 추운데 호랑이가 나오겠어? 다음에 가자.”

그 말에 오히려 의심 기운이 생긴, 심순이가 말했지.
“신통한 호랑이는 바람 불고 비오는 날에는 점을 더 잘 본대….”

심순이는 차돌이의 과거 죄를 확인하고 싶은 생각에, 차돌이 손을 잡고 호랑이가 나온다는 설악산 흔들바위에 도착했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호랑이가 나타나질 않았어. 순이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순간에 호랑이가 산 정상에서 미끄러지듯 나타났다. 순이는 합격자의 명단을 확인한 수험생처럼 얼굴이 환해졌고, 차돌이는 누명을 벗은 사람처럼 낯빛이 밝아졌다.

그런데 호랑이의 넋두리 소리가 들렸다.

“아 – 씨 – 바, 비가 오니 되게 미끄럽네.”하고 투덜거리며 다시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신통한 호랑이의 무대는 여기까지다. 남들이 웃을 때, 한 박자 늦게 웃는 이를 위해 해석을 단다. <신통한 호랑이가 차돌이의 무죄를 증명해 주려고 출현한 것이 아니다. 진눈깨비에 산길이 미끄러워서 내려 왔다는 것이다.>

우화는 짧고, 군더더기 없고, 단순하고, 우습다. 내용이 우스운 것이 아니라, 인간 죄의식의 뿌리, 상대를 통해 인정을 받으려는 인간의 나약함, 마음의 중심을 잃고 불안감에 잡히는 인간의 모습을 전하려고 억지 무대를 꾸미고 이야기를 만든 자체가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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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흔들리는 갈대다.
자연사물마다 저마다의 물성(物性)이 있듯, 인간에게는 마음이라는 본성이 있다. 그 마음이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면 마음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방향 없이 날뛰고, 시계추처럼 욕망과 이성 사이를 오고간다. 마음은 행동의 주체인 자신이 만드는 것인데도 상대 눈치를 보고, 상대의 반응에 휘둘리고, 안 좋은 일을 상상하며 흔들린다. 인간은 마음을 펴고, 감성을 생산하고,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노동자다. 자기실체인 마음이 중심을 잡으면 여유가 있고 강대하지만, 중심을 잃으면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 흔들리고 고통을 받는다. 마침표 없는 욕망에 잡히면 현실을 수용하고 이기는 정신의 면역성을 잃고, 작은 일에 집착하고 시험에 들면 허둥거리고 스트레스를 받고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 미신과 징크스에 잡히면 과학과 신앙의 힘을 잃고 주저한다.

마음은 중심 뿌리가 없는 부초(浮草)다.
인간은 불가능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의 소유자, 마음과 행동이 일치하면 고통도 기쁨으로 바꾸는 초인들이다. 그러나 마음을 관리하지 못하면 마음의 밭에 불안감의 잡초가 자라나 행동 리듬을 깨고 중심 없이 떠돌게 한다. 인생은 우연과 필연의 무대다. 우연히 다가온 고통도 밝은 무대에 올리면 즐거울 수 있는데, 굳이 필연적 결과도 어두운 무대로 보내면 불안감을 만든다. 스스로 만든 불안의식은 평온한 마음을 소비하고 에너지를 낭비하며 마음고생을 시킨다. 경쟁이 만든 불안의식은 더 많은 돈과 큰 집, 더 좋은 자리와 명예를 쫓으면서 행복을 잃게 하고, 죄의식과 위기의식이 만든 불안의식은 개인을 초라하게 만들고 자기 경영을 어렵게 한다.

마음의 중심으로 진정한 자유를 찾자.
우리가 살면서 작은 일로 마음의 중심을 뺏기고, 본심이 흔들리고, 불안감에 쫓기는 것은 비교의식 때문이다. 마음은 마음으로 절대자유를 누리고자 하지만, 마음이 비교의식에 빠지면 보다 나은 것을 추구하느라 무리한 행동을 하고 격에 안 맞는 소비를 한다. 비교의식과 능력에 맞지 않는 야망이 결합하면 고통이 배로 증가한다. 마음이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성역에서 나의 빛을 낼 때 나는 나로서 존재한다. 나를 세우기 위해 무리하게 따라가지 말아야 한다. 진정한 자유는 진실과 걸림돌 없는 행동이 만나는 진실한 자신감에서 생긴다.

마음의 중심은 죄의식을 극복한다.
죄의식은 영혼을 순수하게 하고 신을 노래하게 한다. 그러나 죄의식이 지나치면 행동을 위축시키고 마음의 자유를 박탈한다. 모기 한 마리 죽이고도 살생죄를 범했다고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사람을 음해하고도 웃는 사이코패스도 있다. 역사의 퇴적물을 뒤져보면 승자일수록 죄의식이 없었다. 성자일수록 고난의 길을 걸었지만, 다수를 살상한 악마는 부귀영화를 누렸다. 죄의식 없이 죄를 반복하는 것도 문제지만, 죄의식에 붙들려 블랙홀에 빠진 빛처럼 자신감을 잃고 죄인으로 사는 것도 문제다. 신은 인간이 죄의식 때문에 불행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신은 ‘죄의식은 행복의 출발선이다. 죄 지은 자여! 바로 일어서라. ‘ 라고 외칠 것이다.

마음중심으로 행복을 얻는 법 <우화법률 101조 10항>

1. 마음의 본성을 살펴라. 헛것의 굴레와 불안감을 해방시켜라.
   자기 억압의 고통과 사실적 근거 없는 신비감의 환상을 깨라.

2. 마음의 중심을 잡되 한 곳에 머무르지 말라. 세상은 변하고,
   환상은 깨지며, 비밀은 드러난다. 약점과 치명적 비밀은 누구하고도
   공유하지 마라. 관계가 나빠지면 순진한 고백은 죄가 되고
  구속하는 족쇄가 된다.

3. 법은 서로 살기 위한 최소의 언어다. 법망에 걸려들지 않도록 신중하게
   두드리고 살피고, 원칙이 아니면 행하지 말자.

4. 고정관념과 선입견의 울타리에 갇힌 소인이 되지 마라.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괘씸죄로 판결하고 상대의 기회를 빼앗지 말자.

5. 내 마음을 부단히 다듬고, 벼려서 내 마음을 지배하라.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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