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비행하는 흰나비가 있었지.

어느 정도로 빠른가 하면, 꿀벌 정도로 빨랐고, 일반 나비처럼 나불 ~ ~ 나불 나는 게 아니라 색-색 거리며 날았어. 하루는 비행 속도를 줄이고 낮게 비행하다가 옆구리가 터져 신음하는 장수하늘소를 보았다.

아니! 이 흰나비, 자기 밥벌이도 바쁠 텐데 ..

흰나비는 지체 없이 하늘소 옆으로 착지했다. 하늘소가 기력을 잃은 것을 확인하고는 자신의 꿀을 토해내어 장수하늘소에게 먹여주고 떠났다. 흰나비에게는 ‘베풀면 복을 받는다.’는 믿음 따위도 없을 터인데, 그 자상함과 희생에 하늘의 눈도 감동하여 눈물 찔끔 흘릴 정도였지.

흰나비는 잠시 지체했음인지 아주 빠르게 돌진하다가. 무엇에 걸렸다는 촉감을 느꼈다. 거미줄에 처박힌 것이다. 일단 벗어나고자 날개를 파닥거렸지만 파닥거릴수록 거미줄 속으로 몸과 마음이 조여들었다.

<아, 빠른 비행이 불행이 될 줄이야, 조금 더 신중했어야 했는데...>

후회와 동시에 물체가 다가왔다. 독거미였다. 독거미는 슬그머니 다가와 자신의 꽁지에서 거미줄을 뽑아내어 흰나비를 칭칭 감아 놓고는 다시 가장자리로 물러나, 자는 척했다. 독거미는 나비가 죽기를 기다리는 최소의 예의를 취했던 것이다.

시간이 흘렀다. 밤이 되었다. 바람이 불었다.

거미줄이 흔들렸고, 거미줄에 붙들린 나비도 흔들렸다. 나비의 겹눈에 산위에 걸린 별이 보였다가 꺼지고 꺼졌다가 다시 보이기를 반복했다. 거미줄에 밤이슬이 맺혔다. 이슬이 뭉쳐서 물방울이 되었다. 무게를 갖춘 물방울은 아래로 쳐지면서 거미줄을 포물선으로 만들었고, 아래로 모여진 물방울이 나비의 머리 쪽으로 굴렀다. 흰나비는 기적이 생길 징조라고 믿으며 빨대를 뻗어 물방울을 흡수했다.

흰나비가 배를 축이고 생기를 얻어 꿈틀거리자 독거미가 다가왔다. 독거미는 작고 검은 눈으로 힐끔 (욕망이 이성을 통제하는 동작)거렸고, 음흉한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형체, 징그러운 발, 잘록한 허리, 몽땅한 배가 보였고, 독거미의 이빨이 가까이 다가왔다. 독기를 뿜으며 분해할 자세를 취했다. 나비는 독거미의 이빨보다 깊고 예리한 고통을 느끼면서도 기적이 생긴다는 믿음을 놓지 않았다. 나비는 독거미의 이빨을 피하려 하다가 정신을 잃었다.

통상 이런 장면은 약자인 나비가 죽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나비는 독거미의 야식(夜食)에 응하지 않았다. 장수하늘소가 다가와 흰나비를 먹으려는 독거미를 덮쳐누르고, 날카로운 턱으로 두 동강을 내버린 것이다.

- 아니, 갑자기 하늘소가 나타나 2류 이야기로 추락시키느냐?

사실은 이랬다.

옆구리가 터진 장수하늘소는 흰나비가 뱉어준 꿀을 먹고 살아나, 집으로 가던 중,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나비의 향기 냄새, 내면에 사무치게 자리를 잡은 나비 냄새가 나는지라 기어서 왔더니 자기를 구해준 흰나비가 위기에 처해있는 게 아닌가. 하늘소는 지체 없이 나비를 구해주면서 은혜를 갚았던 것이다. <은혜도 가끔 실종되지만 그래도 은혜는 심장의 장부에 기록되어 있어 언젠가는 갚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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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란 확정적으로 받아들여 전혀 의심이 없는 마음이다.

믿음은 엄마는 자기만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아기의 믿음부터, 능력과 행운이 있어 반드시 성공한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 신(神)이라고 믿는 신앙적 믿음까지 유형은 다양하나 모든 믿음은 영혼을 편안하게 하고 힘과 용기를 준다. 믿음의 중심체는 영혼이다. 영혼은 자아의 뿌리, 존재의 근거, 몸은 바꾸어도 영성을 대물림하는 핵심 에너지다. 지금 나의 현실은 고난의 연속일지라도 다 나의 뜻대로 이루어진다고 밝게 믿으면 좋은 일들이 생긴다. 내 영혼의 고고함을 믿을 때 자유롭고, 상대에게 도움주면 그도 나와 함께 할 것이라고 믿을 때 평화롭고, 신은 나의 밝은 영혼을 보호해 줄 것이라고 믿을 때 힘이 생긴다.

믿음은 조건 달지 않는다.

웃음에 조건이 없듯, 진정한 믿음에는 조건이 없다. 그냥 믿는다. 신을 믿고, 가까운 인간을 믿고, 조건 없이 행하면 복이 온다는 것을 믿는다. 누가 조건을 달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믿음이 아니라 거래다. 나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여유가 없고, 상대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작은 일로 다투게 되고, 생명의 근원을 신의 영역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의문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겉돌면서 혼돈만 누적된다. 신을 믿는 눈은 세상을 온전하게 보지만 신을 불신하는 눈은 악마만 본다. 만들어진 신이라도 믿는 것이 정신건강에 유리하고 믿음은 사랑의 기적을 부른다.

믿음은 기적을 부른다.

영혼은 따듯함과 믿음을 만드는 근원지다. 영혼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불가능도 때로는 기적을 만들고, 마냥 행복할 수 있다. 믿음이 있으면 영혼을 완전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자기를 속이지 않는다.(모든 문제는 자기를 속이기 때문에 생긴다.) 경쟁과 성취에 지친 마음을 영혼으로 치유하고, 본디 아닌 것을 버리고, 내려놓고, 포용하여 영혼을 고고하게 발전시켜야 한다. 더불어 사는 사회는 남에게 따뜻함과 믿음을 주려는 영혼들이 많고, 지옥사회는 남으로부터 뭔가를 가져가려고 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다.
믿음으로 행복을 유지하는 법 <우화 법률 101조 6항>

1. 믿음은 논리적 분석을 거치지 않고 바로 평화로 직진하고,
   의심은 눈앞의 보이는 사실마저 부정하면서 불행을 만든다.
2. 믿음은 인간이 존재하게 하는 최후의 방어선이다. 
   스트레스는 믿음과 신뢰가 깨진 곳에서 시작된다.
3. 두뇌는 사전에 주입된 것만 읽고 보는 반쪽이다. 감성과 정감은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도 보고 듣는 온전한 기운이다.
4. 사람에 대한 믿음 부족은 몸을 피곤하게 하고,
    정신세계에서 믿음 부족은 불행을 만든다.
5. 피상적인 믿음은 꽃병 속의 꽃이며, 깊고 바른 믿음은 향수를 만드는 꽃이다.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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