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우화(1)- 광어와 도다리 (여유)

입력 2010-10-24 20:46 수정 2013-11-13 14:29







양식(養殖) 광어와 자연산 도다리가 횟집 수족관에서 만났어.
오늘 수족관에 입장한 양식 광어, 모래에 이끼가 낀 색깔의 양식 광어가 무엇이 불안한지, 어제 입장한 자연산 도다리를 제치고 앞으로 나가려고 자꾸만 자연산 도다리의 꼬리를 밀었어. 자연산 도다리는 화가 나 꼬리의 힘으로 양식 광어 눈을 찌르려고 하다가 거사를 중지했어. 행실이 불량한 광어와는 싸울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을 한 거지. 분노의 고비를 잘 참아낸 자연산 도다리는 우측 깜빡이를 넣고 우측으로 피하면서 말했다.
“수상의 군자, 광어 성군님! 그렇게 급하시면 하루 먼저 수족관에 들어왔어야지요, 저보다 늦게 와서 비켜달라고 남의 뒤태를 밀면 흉하죠? 사실 앞으로 나가봐도 더 갈 곳이 없어요. 여기는 바다가 아니라 수족관이거든요. 그래도 눈으로 봐야 직성이 풀릴 성군이시니 부디 앞으로 먼저 나가셔서 신천지(新天地)를 보소서!”



이렇게 해서 광어는 도다리를 추월하여 앞으로 나갔어. 광어가 추월한 지 5초 후에 광어는 비상등을 켜고 역주행을 하면서 급하게 돌아 나오고 있었어. 광어는 앞으로 나갔지만 더 갈 곳이 없자, 수족관을 돌아 나오며 도다리에게 성질을 부렸다.
“느림보 도다리야! 앞으로 가도 갈 곳이 막힌 벽뿐이라고 확실하게 미리 말을 해주었어야지. 수상의 군자인 광어를 욕보이다니! 이 큰 실수를 어떻게 갚을 거야?”



이에 자연산 도다리가 짧고 힘 있게 말했다.
“광어 성군님, 5초만이면 수족관 장벽을 확인할 수 있고, 5초만 지나면 모두 잊을 일인데 그렇게 화를 내시나요?”



도다리의 반격을 받은 광어가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광어를 닮은 사이비 도다리야, 내가 화를 내게 만든 것은 너야. 광어를 욕되게 하지 않으려면 눈 크게 뜨고 똑바로 살아. 사이비 자석아!”



광어에게 부당하고 불공정한 욕을 먹었지만 도다리는 조용히 말했다.
“광어 성군님, 광어와 도다리는 분명 다르답니다. 광어는 좌측에 두 눈이 쏠려 있고, 도다리는 우측에 두 눈이 쏠려 있고, 양식 광어는 인간이 주는 먹이로 살 수 있기에 이빨이 없어도 생존하지만, 자연산 도다리는 깊은 바다에서 사냥을 하던 톱니 이빨이라는 무기가 있죠. 양식 광어는 뱃살에 파리 똥 같은 점들이 있지만, 자연산 도다리는 바다 밑 바닥에서 낮은 자세로 배를 끌면서 살았기에 뱃살에 이물질이 붙지 않는답니다. 바다의 자연 생명을 기준으로 볼 때 누가 사이비인가요? 여유를 갖고 생각해 보세요.”



도다리의 지적에 광어는 눈을 깔면서 말했다.
“세상에 여유는 없어. 저마다의 생각과 의욕을 갖고 죽는 순간까지 활발하게 사는 게 우리의 운명이야 ···.”



양식 광어의 힘없는 말을 이어 자연산 도다리가 말했다.
“수족관 속에 갇힌 우리는 수족관을 뛰어넘지 못해요. 다만 죽는 순간까지 여유를 가져야 몸이 불타지 않고, 지방질을 보존하여 좀 더 오래 품위를 지키며 살 수 있답니다. 당신처럼 여유 없이 성질을 부리면 저기 전어처럼 머리를 아래로 처박으면서 흉하게 죽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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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어의 조급함은 인간 무대에서는 매일 일어난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물질적 욕망과 공명심 때문에 급하고 거칠고 흉하고 사납다. 사실 자장면 배달, 영화표 예약, 사이트 클릭 등은 빠를수록 좋지만, 대기만성, 뜸들이기, 숙성과 발효, 그리움과 사랑은 늦을수록 좋다. 늦을수록 고고하고 안정된 힘이 있고, 품위가 있는데, 구분 없이 빠름을 추구한다. 품위 없이 빨리 가봐야 먼저 볼 뿐이지, 먼저 차지하는 것은 아닌데 말이야.

빨리 빨리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생기는 조급증이다.

급할수록 빈틈과 허점이 생기고 실수만 늘어난다. 노력과 정성 투자 없이 결과를 기대하고, 클릭했는데 3초 이내에 열리지 않으면 사이트 입장을 포기하고, 곡선으로 돌아갈 줄 모르고 빨리 가는 직선만 고른다. 빨라야 5분이라고 하면서도 뒤차가 앞지르기하는 것을 용서 못하고, 누가 나보다 앞서가면 배탈이 나고, 휴식 시간에도 머리를 굴리다가 걱정과 근심만 더 만든다. 여유가 없으면 영혼과 걱정이 합선되어 몸도 마음도 모두 타버린다.



여유는 행복을 부르고 좋은 인연을 만든다.

인생은 여유로 풀어가는 게임이다. 인생은 서두르고 욕심을 낸다고 되는 작은 사업이 아니다. 반대편도 볼 수 있는 생각의 여백과 신중한 행동을 하게 하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인간은 더불어 사는 사회적동물이지만, 결국은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하는 독립된 개체다. 삶이 고달프고 어려움에 빠졌다고 여유 없이 행동하면 더 어렵고 고달파진다. 여유는 두뇌의 판단이 전부가 아닐 거라는 여백, 상대의 행동이 그럴 수도 있겠다는 광폭의 이해력으로 태어나 웃음을 짓게 하고 행동에 품위를 준다. 특히 조직의 리더나 힘(권력)을 지닌 사람일수록 여유를 가져라. 맡은 일이 무겁고 일이 복잡할수록 여유 속에서 동력과 지혜를 찾아야 한다. 리더의 조급함은 조직 전체를 고통 속으로 빠트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여유로 행복을 만드는 법 (우화 법률 101조 1항)



1. 여유는 차분하게 만들고, 전체를 보게 하며, 신의 불꽃을 바라보게 한다. 황당하고 당황스런 일이 생기면 3초간 생각하자. 그 3초가 3년을 벌게 할 수도 있다.

2. 상처 입지 않도록 마음의 여백을 만들자. 그 여백 속에 나의 생각이 무한대로 자라게 하고, 상대가 준 오만과 고통들도 마음껏 뛰어놀게 하자.

3. 달리는 기차 안에서 뛰어보았자 기차 안이다. 여유 있는 행동은 최소한의 평화와 행복을 주지만, 여유 없이 사납게 서두르면 항상 위태롭고 불행하다.

4. 패자는 이익 때문에 일에 쫓기지만, 승자는 사람을 얻기 위해 사랑의 향기를 뿜는다.

5. 여유 없는 원숭이는 뛸수록 먼지만 내지만, 여유 있는 인간은 절박할수록 본질을 보고자하고, 감성의 힘으로 독선을 제어한다.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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