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있는 그대로의 행복 - 무욕의 행복

성묘를 하고 오면서 고향의 유명한 도공을 만났다. 성공 비결을 묻자,
“성공도, 인생도, 별거 아니야.”
‘아니!’ 내가 의아해 하자,
“있는 그대로 살면 자기가 지은만큼의 복을 받는 것 같아.”

도공의 말은 간결했다. 거창한 화두를 기대했던 나로서는 약이 오르기도 했고, 부럽기도 했고, 도공의 이야기 속에 뭔가의 인생 비밀이 있을 거라고 판단하고 다시 성공의 비밀을 묻자, “인생 별거 아니여!”

내가 조바심을 내며 ‘흙이 주는 교훈은 뭔가요?’라고 범주를 좁혀서 묻자, 도공은 하던 일을 멈추고 이야기 했다. “흙과 60년 살면서 배운 건데, 흙은 있는 그대로 표현을 해. 모양을 만드는 대로 형상을 만들고, 구우면 굽는 대로 빛을 낸다. 도자기는 흙과 마음의 결합물인데, 있는 그대로의 마음으로 만들면 좋은 물건이 나오고, 도자기를 제대로 만들겠다고 욕심내면 금이 가고, 긴장이 풀려 되는 대로 만들면 꼭 틀어지거나 빛이 흐렸어. 그런데 흐트러진 도자기는 모두 깨트렸지. 흐트러진 도자기를 받아들이면 복이 달아났지.”

………..

있는 그대로는 수용(受容)의 언어다.
도공과 만나고 오면서 ‘있는 그대로’ 화두에 잡혀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있는 그대로 살고 싶으면서 상대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지 못하여 많이도 싸웠고, 있는 그대로에 행복이 있는데 새로운 그 무엇을 잡으려다 불안에 쫓기는 나의 모습을 보았다. 있는 그대로를 피상적으로 이해하면, 자연주의와 순정주의, 긴장이 풀려 한 템포 처진 상태, 도전의식이 없어 보이고 빈곤하게 정체된 언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패자의 언어로 보이지만,

있는 그대로의 참 의미는 1) 현상과 사물을 온전하게 보고 만족하는 동사, 2) 현재 상태를 받아들이는 포용의 명사형 동사, 3) 뭔가 부족하지만 일단 시작하자는 전진의 언어, 4) 까다롭게 굴지 않고 여유와 넉넉함으로 서로 어울려야 한다는 지혜가 담긴 인생 동사다.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지 못하면 스스로 장애물을 만든다.

있는 그대로를 확신하지 못하면, 문을 잠그고도 몇 번씩 다시 흔들어보는 결벽증에 걸리고, 상대의 잘 난 꼴(공주병, 왕자병)을 봐주지 못해 시비를 걸고 비판하는 싸움꾼이 되고, 마음에 안 든다고 불쑥불쑥 이야기 하다가 자기 복을 잃고, 자기 하는 일이 마음에 차지 않으면 애끓이(집착)하는 인간이 되고, 하나라도 걸리면 예민하게 반응한다. 있는 그대로에 만족하지 못하면, 꽃으로 꽃을 꾸미려고 하고, 남의 힘을 빌려서라도 일을 성사시키고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고, 소유와 명예에 허기가 져서 뭔가 쫓기듯 살고, 이 순간의 소중성을 잃고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자기 기준에 맞추라고 강요한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스스로 장애물을 만들어 평상심과 발판을 잃는다.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여 행복을 유지하는 방법을 보자.

1) 나 중심으로 굳은 마음의 시각을 교정하자.

나는 세상의 중심, 우주의 주인공이지만, 나 혼자 사는 것은 아니다. 서로 살기 위해 상대의 모순과 노는 꼴을 일단 인정하고, 어울릴 수 있는 번지수를 찾아야 한다. 나만의 질서, 나만의 생각에 묶이면, 있는 그대로의 운명을 수용하지 못해 불편해 하면서 고통에 잡힌다. 마음은 천하를 뛰어 넘는 위력이 있지만, 여유결핍으로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지 못하면, ‘제대로 병과 ‘되는 대로’ 질병에 걸린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없으면 ‘제대로’ 라는 욕심에 젖은 마음이 생겨, 저 높은 미래를 향하다가 추락하기 쉽고, 있는 그대로의 마음이 부서지면 ‘되는 대로’라는 방향도 긴장감도 없는 흐트러진 마음이 튀어나와, 요행수를 부리다가 막다른 골목에서 포기를 한다. 행복하려면 나 중심으로 굳어 있는 마음의 시각을 교정하여 상대의 자유가 만든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여 함께 나가야 한다. -공주가 되고 싶은 이는 공주로 키워주자.

2) 시간과 공간은 즐거운 삶의 무대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이윤과 효율’이라는 짜릿한 쾌락에 빠져 있었다. ‘시간과 공간은 돈이다.’라는 마법은 인간을 흥분시켰고, 있는 그대로의 안정감을 제거했다. 시간을 돈으로 인식하면 여유를 잃고 자발적인 돈의 노예가 된다. 돈의 노예는 새로운 부를 추구하기에 있는 그대로를 예쁘게 볼 수가 없고, 돈이 되는 일만 가치로 보인다. 돈이 되지 못하는 일은 시간의 적으로 인식하고, 돈이 될 수 없는 대상을 쓰레기 취급을 한다. 행복하려면 시간과 공간은 돈이 아니라 즐거운 삶의 무대가 되어야 한다. 시공을 삶의 무대로 삼으면 마음속에 깊게 자리 잡은 돈의 욕심이 녹고, 마음은 곱게 평정을 찾는다. – 시간과 공간은 저축할 수 없는 삶의 무대다.

3) 습관적인 바쁜 삶을 구조조정하자.

세상은 선과 악의 놀이터, 욕망과 이성이 전투를 하기에 생존하려면 바쁠 수밖에 없다. 욕심이 불러들인 무리수에 속으면 자기를 잃고, 기준과 비교의식에 속으면 자기가 없는 허상을 만든다. 불행한 일이다. 지금 하는 일이 즐겁지 못하거나, 몰입을 못 한다면 운명의 번지수가 틀렸거나 능력에 부치는 일을 한다는 증거다. 능력보다 한 발 앞서가느라 바쁘고 불안하다면 일이 자기 능력에 맞도록 일을 구조 조정해야 한다. 습관적인 여유 상실증에 걸리거나, 바쁘게 살아야 좋다는 기존 가치관에 길들여져 있으면 몸은 골병이 들고 오래 살지 못한다. 한 박자 쉬면서 느리게 살자. – 일은 행복을 위해 즐거워야 한다.

4) 용서할 수 없는 ‘있는 그대로’도 있다.

도공이 흐트러진 도자기를 깨트리듯, 용서를 할 수 없는 있는 그대로도 있다. 1) 노력과 정성 부족이 만든 초라한 결과, 2) 남에게 피해를 주고, 남의 가치관에 시비를 걸고, 남의 심성을 상하게 하는 행위, 3) 시간이 흘러도 변화가 없고, 있어야 할 그대로에 미치지 못하는 퇴보, 4) 사실과 다르게 노출된 기사, 잘못 설명된 사적지 안내 간판, 잘 못 표기된 역사 기록물, 5) 선을 표방하면서 속으로 악을 행하는 짓들은 있는 그대로를 그대로 봐 주면 안 된다. 흐트러진 도자기가 복을 앗아가듯, 용서할 수 없는 있는 그대로를 방치하면 함께 힘든 세상이 된다. – 고쳐야 할 것은 고쳐야 한다.

# 지금 둥근 보름달을 보면서,
    나의 눈은 보름달을 있는 그대로 온전하게 볼 수 있는지?
    보름달을 보름달로 보듯, 이미 행복한 일을 행복으로 느끼고 있는지?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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