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폐공장을 카페로 재활용한 곳을 다녀온적이 있는데요. 마침 서울에 그런 곳이 있더라구요. 합정동에는 화력발전소도 있고 그 주변에 아주 오래된 작은 공장들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의 공장을 기존의 공장 건물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채, 실내 공간만 일부 꾸며서, 버려진 폐공장을 젊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핫 플레이스로 만들어놓은 겁니다. 겉으론 여전히 폐공장처럼 보여, 여기가 정말 카페가 맞을지 의심스럴 정도의 외관입니다. 미리 알고 온게 아니라면 그 앞에서 헤맬 수도 있을 정도로 카페처럼 생기진 않았거든요.
즉 특별히 꾸며서 재개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공장에 가치만 새롭게 부여한 셈이지요. 공장을 카페로 만들었으니, 일종의 커피 공장이라고 할 수 있을테고 독특한 분위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다른 카페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함이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셈이지요.

폐공장의 재활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활용의 경제적 가치를 얼마나 누리느냐인데, 제가 찾은 그곳은 장사가 꽤 잘되고 있었습니다. 폐공장 재활용이 환경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그리고 사회문화적으로도 관심가질 트렌드가 될 수 있음을 서울에서도 확인한 셈이지요.

폐공장이나 폐건물을 재활용한 사례가 선진국에선 많지요. 유럽이나 미국에선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폐공장 재활용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런던의 랜드마크가 된 테이트모던 뮤지엄은 원래 화력발전소였습니다. 부수고 새로 지은게 아니라, 미술관 안에는 발전소 터빈도 그대로 있고 높은 굴뚝도 그대로 있습니다. 외관으로는 발전소 그대로지만, 내부를 재활용해서 세계 최고의 미술관 중 하나로 만들어놓은 겁니다. 산업혁명과 증기기관, 화력발전을 통해 영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역사와 사회문화적 가치를 그대로 유지시킨채, 최고의 현대미술관을 만든 것이지요. 덕분에 현대미술만 보는게 아니라, 영국의 역사와 문화도 자연스레 느끼게 됩니다.

이곳은 템즈강변에 바로 붙어있는데다 지리적으로는 런던 한복판이라 해도 될 정도로 아주 좋은 위치입니다. 서울로 치면 반포지구 정도라 해도 될텐데, 과연 우리라면 그 위치에 화력발전소가 있었다면 부수고 화려한 유리건물을 지을 확률이 높지 않았을까요? 중요한 것은 선진국에선 폐공장과 폐건물을 단지 경제논리만으로 판단하여 재개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고, 그것이 보편적 선택이자 트렌드로 자리잡았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땅값비싸기로 유명한 뉴욕에서도 있지요. 뉴욕 맨하탄의 핫플레이스, 즉 가장 뜨는 지역 중 하나가 첼시 마켓입니다. 원래 비스킷 공장 건물의 아래층을 터서 시장의 긴 거리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맨하탄에서 가장 큰 건물 중의 하나로서, 실내 시장의 길이도 꽤 깁니다. 그리고 비싸고 좋은 식자재와 먹을거리로 유명한 시장이라 많은 사람들이 옵니다. 관광객에겐 필수 코스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재래시장과 달리, 비싸고 좋은 것들로 가득하고 폐공장 안에 조성되어서 분위기도 독특하고 아주 매력적인 공간입니다. 전세계 유통업계에서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첼시 마켓 바로 옆에는, 서울의 가로수길처럼 맨하탄에서 패션과 소비의 새로운 중심지가 된 미트패킹 디스트릭트가 있는데, 우리말로 하면 정육점 골목이라 해도 되겠지요. 오래전부터 육가공 공장이 밀집한 지역이었는데, 공장이 하나둘 사라지자 폐공장들에 유명 디자이너의 패션매장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오래된 폐공장에 새로운 가치가 부여되기 시작하더니 이젠 최고의 패션과 최고의 레스토랑들이 들어선 뉴욕 최고의 핫플레이스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미 몇해전부터 미트패킹 디스트릭트는 뉴욕 방문자들의 필수 코스가 되어버렸지요.
땅값 비싼 뉴욕에서 재개발보다 폐공장, 폐건물의 재활용이 더 매력적인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니, 마찬가지로 땅값 비싼 서울에서도 참고해봐야겠지요.
뭐든 새로 부수고 화려한 건물을 짓는게 좋은게 아닙니다. 건물도 사회문화적 가치를 가진 유물이 됩니다. 하지만 뭐든 다 부수고 새로 짓는다면 역사도, 사회문화적 흔적도 다 사라질 수밖에 없겠지요. 그래서 기존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그 속에서 새롭게 재활용을 통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려고 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지나친 재개발 논리가 가져올 환경적 파괴를 줄이기 위함도 있습니다. 일종의 자원 재활용이란 측면에서 무분별한 개발 대신 재활용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게 되지요. 거기다가 개발로서의 채산성이 떨어지는 경우, 이를 방치하는 대신 재활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도 관심가질 대목이지요.

대개의 폐공장은 더 이상 그 지역에서 공장으로서의 가치를 유지하지 못해서 발생하게 됩니다. 과거에는 공장지대였으나, 산업흐름이 재편되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공장들이 속속 사라지는 지역도 늘어나고, 산업지대로 조성했으나 성과가 미미하거나 소외된 지역도 생겨나지요. 특히 도심에선 환경 문제 때문에 공장을 가동하는게 쉽지는 않아 폐공장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선진국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그러니 과거에 도심에 존재했던 공장들이 폐공장이 되면 그것을 부수던지, 아니면 재활용하여 새롭게 가치를 부여하는 선택을 해야할 일은 꽤 많아지는 것입니다.

서울 내에서도 꽤 많은 크고작은 공장들이 있고, 재활용이나 재개발이냐를 두고 선택해야할 일은 늘 발생할 겁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재개발도 쉽지 않고, 그렇다고 기존의 공장지대의 경제성도 취약해서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인 경우도 많습니다. 공장의 재활용을 통해 도심의 공장지대를 새롭게 변신시키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은 앞으로 관심가져볼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쩌면 문래동 공장지대가 서울의 새로운 핫플레이스가 되지 말란 법도 없겟지요. 문래동 뿐 아니라 폐공장과 폐건물이 오히려 핫플레이스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조건이 될 수도 있지요.

요즘 젊은 소비자들에겐 무조건 새것이 멋진게 아니라, 낡은 것이라도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게 멋진 것으로 인식됩니다. 빈티지나 엔틱의 가치에 열광한 사람들이, 이젠 폐공장이나 폐건물의 재활용에도 같은 맥락으로 관심을 가지는 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위기에서 기회가 나온다는 말은 트렌드를 잘 읽고, 창조적으로 문제를 푸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선물 같은 것입니다. 경제적 가치를 다한 것 같은 폐공장과 폐건물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할 것이고, 무조건적인 개발보다 더 경제적인 선택이 될 수 있음을 관심가져봐야 겠지요.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www.digitalcreator.co.kr

* KBS 1R '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 수요일 코너 '트렌드 탐구생활'을 제가 하는데, 방송에서 다뤘던 내용을 재정리 해서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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