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자동차 메이커에게 스포츠카란?

투자 대비 효과가 적다고 포기 당한 PassoCorto

며칠 전 접한 뉴스는 조금은 힘 빠지는 것이었다. 그것은 국내 메이커가 해외 모터쇼에서 전시했던 스포츠카 콘셉트 차량을 개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이었다. 개발비를 투자해도 판매에 의한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었다. 사실 새로운 차량을 개발하는 것은 여러 해 동안 수 천억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고, 그렇게 거금을 투자해 개발한 차들이 시장에서 팔리지 않으면, 기업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경영적 판단을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조금은 아쉬웠다.
 
필자는 아직 스포츠카를 갖고 있지 않고 그저 꿈을 꾸는 자동차, 이른바 드림 카(dream car) 인 것이 현실이다. 아마도 상당 수의 사람들, 스포츠카를 꿈꾸고 갈망하는 사람들 역시 스포츠카에 대해 ‘드림 카’ 라는 것에 마음의 위안을 삼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떤 드림 카는 내가 노력해서 돈을 모으면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정말로 살 수 있는 ‘현실적인 드림 카’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슈퍼 카들은 ‘대기권 밖에 존재하는(?) 드림 카’인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슈퍼 카에 근접하는 성능과 패션을 가진 차를 스포츠카 라고 한다면, 그건 현실적인 드림 카 일 것이다.
 
대부분의 스포츠카들은 결코 많이 팔리는 차가 아니다. 스포츠카가 많이 팔리지 않는 것은 ‘멋’은 있지만, ‘실용성’이 적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말로 풀이하자면, 필요해서 타는 차가 아니라, 타고 싶어서 타는 차인 것이다. 그래서 스포츠카는 ‘선망의 대상’ 이다. 벽에 사진을 걸어두고 싶고, 그걸 위해 저축을 하게 만드는, 그런 차가 바로 스포츠카이다.
 

토요타 2000GT는 1964년에 나온 정통 스포츠카다

그런데 이웃 나라 일본만 하더라도 상당히 다양한 스포츠카들이 존재한다. 게다가 그들의 스포츠카 역사는 상당히 오래됐다. 일본이 만든 첫 스포츠카는 지금부터 51년 전인 1964년도에 나왔던 토요타 2000GT 다. 이 차는 직렬 6기통 2,000cc, 2,300cc 엔진의 정통 FR방식인 건 물론이고, 거의 차체 길이 절반에 이르는 늘씬한 롱 후드(long hood)를 자랑한다. 일본 메이커가 이런 멋진 차를 만들었나 싶을 정도이다. 이 차는 그 당시에는 꽤 고성능이었고, 우아한 자태로 인해, 심지어 007 시리즈에서 ‘본드카’ 로도 나왔었다. 그렇지만 이 차는 900 여 대밖에 팔리지 않았다. 양산 메이커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턱없이 적은 양이고 수익성은 기대하기 어려운 양이다. 하지만 이 차는 ‘Japanese Classic’이라는 대접을 받고 있다. 토요타가 이 차를 개발할 때 많이 팔 생각을 하지 않았음은 자명하다. 그렇지만 그들은 자신의 손으로 역사에 남을 명차(名車)를 만들고자 했을 것이다. 필자는 일본 기업을 두둔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장인정신’을 이야기 하고 싶다.
 

하코스카 라는 별명을 얻은 차도 1969년에 나왔다

물론 이보다 더 ‘싼 가격(?)’의 ‘일본 스포츠카도 있었다. 일명 ‘하코스카’라고 불리는 1969년형 스카이라인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차는 지금도 미국이나 유럽에 애호가들이 상당히 있다. 그 혈통 속에 닛산의 페어레이디 300Z가 있고 GTR도 있다.
 

디자인이 멋졌던 300Z도 시대를 풍미한 스포츠카다

최근의 모델로는 혼다의 경 스포츠카 비트(BEAT) 역시 빼 놓을 수 없다. 혹자는 고작 660cc 배기량이 무슨 스포츠카냐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비트는 모든 구성부품이 실용성이 아니라, 달리는 것을 어떻게 즐길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진 한치의 모자람 없는 스포츠카이다. 스포츠카는 반드시 큰 엔진이어야 하는 건 아니다. 한 때 국내에서도 생산됐던 엘란(ELAN) 역시 오리지널은 1,600CC 터보의 이스즈 엔진이었고, 기아에서는 1,800cc DOHC 엔진을 얹었었다.
 

혼다 BEAT는 660cc 배기량이지만 스포츠카이다

우리에게도 96년부터 99년까지 엘란이 있긴 했었다

 

돈을 벌 목적으로 음식을 파는 식당과, 자신의 요리 솜씨에 긍지를 가지고 맛있는 음식을 내놓고자 하는 쉐프가 있는 식당의 차이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맛있는 식당은 줄을 서서 기다려서라도 먹지만, 이익을 남기기 위해 싼 재료로 만든 음식을 파는 식당은 아무리 값을 깎아준대도 두 번은 가지 않는다. 자동차 메이커가 스포츠카를 만든다는 건 쉐프가 자신의 요리솜씨에 긍지를 가지고 손님을 대접하는 것에 비유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자동차를 매개로 돈을 번다는 경영 마인드와 좋은 차를 만들겠다는 경영 마인드의 차이가 식당의 비유와 비슷할까?
 

포르쉐는 많은 이들의 영원한 드림카다

스포츠카는 실용성이 적은 차인 건 맞지만, 역설적으로 사람들이 그 브랜드에 충성심을 갖게 하는 알 수 없는 힘이 있다. 어느 브랜드의 스포츠카를 좋아하고, 그 차를 사고 싶어하거나, 혹은 사서 타고 다닌다면, 그 브랜드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열렬한 ‘팬’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바로 이런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게 바로 스포츠카의 힘이라면 충분히 가치 있는 투자가 아닐까? 투자 대비 효과가 적다고 생각하는 건 왜일까?
 
출퇴근용으로, 혹은 생업을 위해 현실에 맞추어 ‘어쩔 수 없이 사는 차’가 아니라, ‘정말로 갖고 싶은 차’를 만드는 메이커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건 너무나 당연한 진리이다. 그런데 토요타는 놀랍게도 이미 51년 전에 그걸 했다.
만약 이 땅에 자긍심을 가진 쉐프가 정말로 없다면, 계속 꿈만 꾸어야 하는 한국의 스포츠카 애호가들은 너무나 불쌍하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