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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과 전위일까? 프리우스 V

토요타의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차량 프리우스의 새 모델이 등장했다. 양산형 하이브리드 차량으로써는 아마도 가장 긴 역사(?)를 가진 모델이 바로 프리우스 일 것이다. 1997년에 첫 모델이 나온 걸로 기억한다. 그러니 이제 거의 20년이 다 돼가는 것이다. 처음 나왔던 프리우스는 차체 비례가 조금 어색한 인상이었다. 물론 하이브리드 차량이라는 점 때문에 차체의 공기저항계수를 최대한 낮추어야 한다는 요구 때문이었겠지만, 3박스 세단의 구조를 가지면서도 마치 불룩한 물풍선 같은 차체 실루엣을 가지고 있어서 눈으로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었다. 그렇지만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의 프리우스는 21세기의 자동차의 방향을 보여주는 차였다. 그리고 2세대와 3세대 모델을 거치면서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가짓수도 늘렸다.
 
 
그런데 오늘 살펴보는 모델은 거의 소형 미니밴에 가까운 차체 형태를 가진 모델이다. 차체 길이도 4,645mm로 중형 승용차 정도의 크기이고, 높이는 1,600mm나 된다. 휠 베이스도 2,780mm이니 중형 승용차 길이에 높이는 소형 MPV 수준이다. 차체 폭도 1,775mm 나 되니, 일본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에 더 비중을 둔 크기라고 할 수 있다.
 
 

신형 프리우스의 센터 페이시아 디자인

이번에 새로 등장한 프리우스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필자가 몰아보았던  프리우스의 느낌은 자동차를 운전하기보다는 마치 전자제품을 다루는 느낌이었다. 그건 물론 전기 모드에서 엔진 음이나 진동이 전혀 안 들렸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소리로만 따진다면 사실 내연기관을 쓰는 고급승용차들 역시 엔진의 진동이나 소음이 없다. 그렇다고 해도 전자제품을 다루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프리우스는 그랬다. 게다가 시각적으로도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디자인과 계기류의 구성이나 그래픽 등등이 정말로 일본의 감각적 전자제품 같은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신형 프리우스 역시 그런 디지털 감성으로 충만하다. 그런 한편으로 신형 프리우스의 차체 디자인은 조금은 의아한 면이 있다. 헤드램프의 외곽 형상은 상당히 복잡하고 뾰족한 디테일을 가지고 있고, 또 그 디테일은 범퍼로 이어지면서 또 다른 범퍼 디테일을 만들어 낸다. 
 

1989년도 동경 모터쇼에 출품됐던 Toyota 4500GT

문득 1990년대를 전후로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이 동경모터쇼에 경쟁적으로 출품했던 ‘세기말적 경향’의 콘셉트 카들이 생각난다. 역사적으로 보면 18세기에서 19세기로 넘어오던 ‘세기말’과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오던 시기의 ‘세기말’, 그리고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오던 시기에는 구체적인 형식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세기말적 증후군’ 이라고 말할 정도로 특이한 양식, 혹은 매너리즘 경향의 예술 사조들이 나타나곤 했었다. 그런 사조는 탈 중심적이고 탈 이성적이며, 균형보다는 부분을 강조하는 감각주의적 양상을 띤다는 특징을 가진다. 한편으로 이런 요소를 전위적 예술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20세기 말에는 자동차들, 특히 일본 메이커들의 콘셉트 카에서 그런 현상이 보였었다.
 
그런데 새로 등장한 프리우스의 독특한 차체 디자인의 여기저기에서 마치 그런 ‘세기말적 증후군’ 같은 느낌의 디자인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이런 판단은 필자의 주관적 생각에 의한 것이니, 다른 분들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최근에 등장하는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의 신형 차량의 디자인에서는 공통적인 느낌 같은 것이 있는데, 그게 바로 이런 일종의 ‘세기말적 이미지’다.
 
물론 지금은 세기말도 아닌, 오히려 21세기 초반이다. 그러므로 필자의 ‘세기말’ 이라는 말은 시대착오적 표현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프리우스의 이런 탈 보편적 디자인에 더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건지도 모른다. 신형의 토요타 차량들(물론 다른 일본의 자동차 메이커들까지 거의 모두 비슷하게 그런 인상이지만)이 추구하는 방향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할수록 풀기 어려운 문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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