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뫼비우스'로 다시 베니스 영화제 초청받은 김기덕 감독.
"불구영화를 보여드려서 죄송합니다"

지난 8월 30일. 김기덕 감독이 영화 '뫼비우스' 기자회견장에서 처음 내뱉은 말이다. 지난해 영화 '피에타'로 '제69회 베니스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이 또 한 편의 문제작(?) '뫼비우스'를 공개했다. 개봉하지도 않은 작품이 영화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 심의 결과 '제한상영가'를 받았다. 제한상영관 하나 없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이같은 판정은 영화를 폐기하라는 것과 같은 것이다. 김 감독은 3분 가까이 영화를 잘라내며 3번의 심의 끝에 결국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고, 영화를 개봉하기에 이르렀다.


김기덕 감독의 원조 페르소나. 배우 조재현여기서 영등위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영등위는 영화, 영상콘텐츠, 공연물, 광고 등에 대해서 선정성, 폭력성 등 여러 기준에 의해 심사를 하고 등급을 나누는 곳이다. 영등위 홈페이지에는 이런 내용이 적시됨과 동시에 가장 윗부분에 '공익성과 공정성을 원칙으로 하되, 작품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한다고 쓰여있다. 과연 '뫼비우스' 삭제도 올바른 판단이었을까? 영등위는 시사회가 있기 이틀 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본 간담회의 목적은 다른 데 있었으나, 모든 관심은 '뫼비우스'에 쏠려 있었다. 박선이 위원장은 "영화를 보면 제한상영가 판단이 이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정말 '제한상영가'가 나와야 하는 영화일까? 시사회 당일, 기자는 아무런 사진지식 없이 영화를 관람했다. 선입견을 최대한 버리고자 기사를 통해 알려진 기본적인 사실들 외에는 어떤 정보도 없는 상태였다. 사실 일반 대중에게 김 감독의 영화는 불편한 영화다.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적나라한 표현들이 보기에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배우 김은우. '뫼비우스'에서 1인 2역을 소화했다. 같은 인물인지 모를 정도로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영화는 충격이었다. 잔인하고 선정적이라는 의미의 충격이 아니라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 영화는 끝까지 대사 한마디 없이 진행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바닥에 있는 감정을 모두 끄집어냈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사가 없다는 부분이 오히려 감정을 전달하는 데 도움을 줬다. 김 감독은 대사가 없는 것에 대해 기자회견에서 "대사가 없는 것은 시나리오상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며 이 부분을 자기 나름대로 작은 시도라고 말했다.영화를 보니 대충 잘려나간 부분을 알 수 있었다. 영화에서 3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김 감독은 "잘려나간 부분은 사람 몸으로 치면 심장과 같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가 달리는 기차라면 종착역이 있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종착역 마지막 도달하기 직전에 기차가 고장 난 그런 느낌을 지금 버전이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강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잘려나간 부분에는 결코 직계간 성관계만 있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추측할 뿐이었다.


배우 서영주. 어린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연기를 해냈다.영화를 보고 기자는 박선이 위원장의 발언에 의구심을 가졌다. 박 위원장의 말대로라면 이 영화는 단순 '직계간 성관계'를 다룬 영화였다. 그러나 기자가 본 시각에서는 인간의 바닥에 있는 감정들...질투, 쾌락, 욕망, 분노 등을 대사 한마디 없이 관객에게 전달한 훌륭한 영화라고 봤다. 물론 눈을 질끈 감게 만들 장면들도 있었다. 그 장면이 나올 때는 주변의 반응도 비슷했다. 오히려 '잘려나간 부분의 내용보다 그 부분(눈을 질끈 감게 했던 부분)이 더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김 감독도 "영등위에서 말한 부분은 유치하다"고 꼬집으며 "스킨 마스터베이션, 그 부분이 많이 생각해봐야. 그런 부분들이 더 두려웠다."고 말했다. 영등위의 판단에 따라 '뫼비우스'의 원본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이제 볼 수 없게 됐다. 김 감독은 "이 영화가 여러 곳에서 초청을 받고 있고 무삭제판을 원하고 있지만, 베니스만 오리지날 버전이며, 이후 영화는 한국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 파는 문제는 바로 TV 방영권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복사, 불법유통 때문에 극장에서 보는 것이 의미가 없어진다"고 밝혔다. 또 "오리지날을 보고, 안보고가 문제가 아니라, 이런 과정으로 통해 우리가 자른 자들과 보고 싶은 사람들이 그 지점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만들어버린 불구 영화가 전 세계로 나가는 현실을 만들었다.


김기덕 감독.김기덕 감독의 영화가 일반적으로 보기 불편하고 자극적이라는 부분은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전검열에 버금가는 소수 영등위 위원들의 판단이 작품을 보고 싶어하는 대중들에게 과연 적절한 부분인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임이 틀림없다. 영화를 보고 '원본을 보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이 '나' 뿐은 아닐 것이다.

한경닷컴 변성현 기자 byun84@hankyung.com


주로 연예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사진에 보이지 않는 오해와 진실들...그리고 단순히 지나쳐버리기엔 조금 문제가 있는 부분을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에 칼럼을 만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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