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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진짜 위기는 무엇인가?

이건희 회장 복귀에 이어서, 요즘 삼성전자의 주가는 파란불이고 1/4분기 실적에서도 사상 최고의 영업이익을 내놓고 있다. 덕분에 삼성전자에 대한 뉴스는 매스컴을 더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위기를 내세워 복귀한 이건희 회장의 위기론과 달리 실제 삼성전자는 아주 잘나간다. 사실 그 위기론도 실제 위기라기보다 겁주는 위기론에 가깝다. 그동안 삼성은 위기론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일도 많았다. 위기론을 통해 내부의 결속을 다지고, 외부로는 동정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위기와 아주 인연이 깊다. 과거로 거슬러가면 사카린 사건이란 위기도 딛고 일어섰고, 각종 정치적 격변이나 세계적 경제환경이 급변 시기도 잘 넘어왔고, IMF 구제금융 사태나 세계 금융위기에도 주춤거리긴 커녕 오히려 더욱 성장해왔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빠꾸라고 한지도 벌써 십수년이 지났다. 결과적으로만 보자면 위기일때 더 강해진다고 해도 된다. 사실 위기라는 것은 누군가에겐 기회다. 시장과 소비자가 사라지는 위기가 아니고서야 기업간 경쟁구도에서 한 기업의 위기는 다른 기업의 절호의 찬스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짜 위기는 외부의 위기가 아니다. 바로 내부다. 아무리 큰 조직도 내부의 균열에서 붕괴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삼성은 내부 결속도 단단하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고싶어하는 회사 1순위가 바로 삼성이고, 그중에서도 삼성전자다. 삼성의 직원들은 프라이드도 강하고, 남들에 비해 연봉이나 여러가지 대우도 좋다. 삼성의 관리와 통제가 그동안은 내부를 잘 지켜왔다. 하지만 관리와 통제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다. 시대가 바뀌었고 사람들이 바뀌었다. 파도에 맞서 싸우다간 물에 빠진다. 파도에 조응해서 몸을 맡겨야 물을 가르며 멋진 서핑을 즐길 수 있다.

세계 언론에서 이건희 회장의 복귀를 두고 ‘군주의 귀환’이나 ‘제왕적 경영의 위험성’ 이나 ‘한국의 친재벌정책’을 얘기하면서 다소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들이 보기엔 정말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삼성의 대한민국, 혹은 재벌의 대한민국으로 보여지는 것이다. 사실 보여지기만 하는게 아니라 실제로도 그렇다. 삼성이 우리나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경제적인 비중도 그렇지만, 사회적인 영향력도 엄청나다. 그렇다고 해도 삼성이 대한민국보다 중요한건 아니다. 그냥 하나의 기업일 뿐이다. 사실 삼성은 한국에서 한국인이 만든 기업이지만 분명 글로벌 기업이다. 애국심의 대상처럼 삼성을 비호할 이유는 없다. 삼성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무너지는 것처럼 위기론을 증폭시킬 필요도 절대 없다.
대신 중소기업 키울 생각부터, 아니 행동부터 해야 한다. 우리 반에 전교 1등만 있으면 뭐하나. 나머지 애들이 다 전교 중하위권이면 문제지 않겠나. 적어도 전교 상위권에 많은 수가 포진되도록 해야 한다. 사실 이 문제는 삼성의 탓이 아니라 정부의 탓이다. 물론 삼성을 비롯한 재벌의 영향력에 눌린 탓이고, 단기간의 경제성장을 위해선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젠 더 큰 성장을 위해선 재벌 위주에서 좀 벗어날 필요가 있다. 재벌은 돌보지 않아도 이미 잘 크고 있을 만큼의 큰 기업이고 세계적 경쟁력도 가진다. 이젠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을 더 돌볼 때다.

일본이 늘 얘기하는 것은 한국에는 삼성같은 기업은 손에 꼽을 만큼밖에 안되지만, 일본에는 세계적 수준을 가진 기업의 수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다. 아주 큰 덩치 한명에 아주 작은 잔챙이들만 잔뜩 있는 조직이라면, 일본은 아주 큰 덩치와 웬만큼 큰 덩치들이 잔뜩 있는 조직이다. 우린 삼성이나 LG 등 대기업 몇개에서는 분명 일본에 앞서지만, 전체적인 기업 경쟁력에선 일본에 우위가 아니다. 특히 우린 대기업만 강하고 중소기업은 너무 열악하다. 일본은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 적정 수준이상의 경쟁력을 가진다. 언제든지 대기업 수준으로 올라설 중소기업이 엄청난 숫자가 포진하고 있다.
이는 한국과 일본의 프로야구와도 같다. 분명 올스타끼리 모아서 단기전으로 싸우면 비슷하다. 한국이 일본을 이기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장기전으로 싸우면 일본에게 이기기 쉽지 않다. 평균적인 야구수준에서도 일본을 이기기 쉽지 않다. 우린 탑클래스에 해당되는 선수들을 모아서 한팀 정도 꾸릴 수 있다면, 일본은 탑클래스 급 선수들도 여러개 팀을 꾸릴 수도 있다. 저변에 깔린 기반이자 자원 면에서 상대가 안된다. 우린 늘 되는 놈만 몰아주기를 잘한다. 그러다보니 대기업만 몰아주면서, 재벌의 제왕적 경영을 암묵적으로 지지해주고 있는 것이다.
갑자기 삼성얘기에서 정부 정책 얘기로 살짝 넘어갔었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사실 정부나 삼성 둘다 뭔가 좀 아쉽다. 그들을 비판하는 것은 애정이 있어서라고 해두자.

분명 삼성에 위기가 있다. 이건희 회장이 말한 위기와는 다를 수 있어도 분명 위기가 있다. 삼성의 가장 큰 문제는 소통이다. 아니 언론플레이를 그렇게 잘하고, 대외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그렇게 좋은데 무슨 소통의 문제냐 하겠지만 삼성은 꽤 폐쇄적인 곳이다. 열린 소통, 상호작용이 아니라 삼성에서의 일방적 소통이 주류를 이룬다. 가족경영이나 재벌체제가 주는 최고의 장점은 과감한 결단성이지만 최고의 단점은 폐쇄성과 소통의 한계다. 이건희 회장이 토요타의 위기를 핑계삼아 경영복귀를 했지만, 사실 그런 재벌 경영 환경을 확인시켜주는 복귀라는 것이 결국 토요타의 위기에서의 진짜 위기 이유는 간과해서다.
사실 토요타건 애플이건 그런 이유들을 들면서 삼성의 위기를 말했지만, 만약 그런 기업이 없었다면 다른 기업 이름을 대면서 삼성의 위기를 말했을 것이다. 법적인 사면을 받고 나서 경영 복귀는 예상된 수순이었으니까. 물론 예상보다 너무 빠르긴 했지만, 위기라는 적당한 핑계가 있는데다 한국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위상을 이용하는데 빠른 시기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듯 하다. 삼성전자는 주주들의 이익을 도모하는 주식회사다. 그런데 회장의 복귀에서 이사회 승인 과정을 거치지도 않았다. 재벌경영의 장점이 이런거다. 절차의 하자나 폐쇄성이 있다해도 누가 반기를 들 수 있겠나. 오히려 해외 언론에선 이건희 회장의 복귀를 비판적으로 보는 경향이 많은데 반해, 국내 언론에서 삼성에서 보도자료 뿌린 내용에 근거해서 삼성의 위기론만 부추기며 이건희 회장의 복귀를 환영하는 듯한 기사 일색이니 말이다.

토요타의 진짜 위기는 기술의 위기가 아니었다. 자동차의 결함이 위기의 주범이 아니다. 어떤 기술이건 결함없을 순 없다. 그리고 방대한 세계경영에서 빚어진 관리의 문제도 아니다. 어떤 기업이든 관리의 시행착오나 오류도 발생할 수 있다. 물론 토요타의 위기에서 미국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미국의 자국 자동차 산업의 이해관계 등과 얽힌 복잡한 관계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진짜의 위기는 따로 있다. 토요타의 진짜 위기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소통 방식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소통 방식이란 정직이다. 더이상 과실을 숨겨서 넘어가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만큼 눈도 많고 귀도 많아서 세상에 비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토요타가 자동차 결함을 숨기지 않고 처음부터 미리 밝히고 리콜을 적극적으로 했다면 어땠을까? 지금처럼 위기가 증폭되었을까? 삼성도 꽤나 자존심이 높은 회사이고, 꽤 잘 관리하고 통제해오고 있음을 자부하는 회사다. 삼성도 자신의 과오를 밝히기는 꺼리는 회사다. 삼성이 맞을 위기는 소통 문제로 인한 위기가 많을 것이다. 시장에서의 경쟁자들과의 기술과 마케팅 경쟁에서 밀리는 위기는 별로 없을 것이다. 삼성이 그리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의 도덕적, 사회적, 법적인 과오들이 발생할때마다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서 삼성의 위기가 발생할지 아니면 그렇지않을지 결정될 것이다. 결국 삼성의 위기의 근원은 내부에 있다. 진짜 위기는 소통의 문제다.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www.digitalcrea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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