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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귀는 운명에 말미암고 사람에 말미암지 않는다 -관상

산래유명불유인 (算來由命不由人: 부귀는 운명에 말미암고 사람에 말미암지 않는다)
                                                                              – 관상


명심보감 순명편 5장에 보면 열자왈( 列子曰) 치롱고아(痴聾痼瘂)도 가호부(家豪富)요 지혜총명(智慧聰明)도 각수빈(却受貧)이라 연월일시해재정(年月日時該載定) 하니 산래유명불유인(算來由命不由人)이니라는 구절이 있다.

이 뜻은 열자가 말하기를 어리석고 귀먹고 고질이 있고 벙어리라도 집은 매우 부유하고, 지혜있고 총명하더라도 도리어 가난하다. 운수는 생년월일시 즉 사주에 분명히 정해져 있으니 따지고 보면 부귀는 운명에 말미암고 사람에 말미암지 않는다는 뜻이다.

벌써 12월, 많은 생각들이 교차되는 시기이다. 다들 잘 된 일도 있고 못한 일도 있고 마지막으로 꼭 해야 할 일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정말 아쉽다. 그러면서 내년에 대한 생각도 해 보게 되는 때이다. 그런 의미에서 2014년 추석에 상영되었던 <관상>이라는 영화를 지금 상영하면 더 흥행성적이 좋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본다.

<관상>은 사람의 얼굴에는 세상 삼라만상이 모두 다 들어있소이다!라는 카피처럼 얼굴만 보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안다는 천재 관상가 내경이 처남 ‘팽헌’과 함께 기생 ‘연홍’의 제안으로 돈을 벌려고 한양으로 간다. 그러나 ‘내경’은 궁으로 들어가 단종을 페하고 왕이 되고자 하는 ‘수양대군’에 맞서 위태로운 조선의 운명을 바꾸고자 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속에서 보면 운수는 사람한테 정해져 있지 않고 하늘에 있다는 것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우선 내경은 아들 진형에게 공부를 못하게 한다. 관리가 되면 화를 입는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래도 세상을 구하겠다며 진형은 이름을 바꾸고 공부를 해서 관리가 되나 결국 화를 피하지는 못한다. 결국 사람의 운명은 바꾸지 못함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아들을 잃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내경은 파도만 보았을 뿐 파도를 일으키는 바람을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수양대군의 역모를 막으려던 내경의 노력은 바람을 미쳐 보지 못했기에 허무하게 끝을 본다. 그가 아무리 조선의 최고 관상가였지만 운명을 바꾸려 노력해도 한 번 정해진 운명은 바꾸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역사적 사실로서 이미 결말을 알고 시작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감독도 그 정해진 운명 너머의 이야기나 새로운 허구성을 끌고 와서 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인간의 노력이 결코 부질없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운명을 알고 있었던 내경이었지만 그래도 김종서편에 서서 세상을 바꾸고자 노력했다는 사실은 결말에 상관없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 아닐까도 싶다.

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했고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가족모티프와 근대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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