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살펴보라 -만순이

찰(察: 살펴보라)-만순이

명심보감 성심편 제 9장에 보면 욕지미래(慾知未來)커든 선찰이연(先察已然)이니라는 구절이 있다. 이것은 무엇인가 미래를 알고자 하면 먼저 지나간 일을 살펴보라는 뜻이다.

며칠 전에 우리가 잘 알고 있듯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난 것을 기념하고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경축하는 날인 광복절이었다.  지나간 그 시간들의 의미를 되새김으로써 우리나라가  영원히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날이다.  

 

만순이

                          고은

얼굴에 참깨 들깨 쏟아져
주근깨 자욱했는데
그래도 눈썹 좋고 눈동자 좋아
산들바람 일었는데
물에 떨어진 그림자 하구선
천하절색이었는데
일제 말기 아주까리 열매 따다 바치다가
머리에 히노마루 때 매고
정신대 되어 떠났다
비행지 꼬랑지 만드는 공장에 돈벌러 간다고
미제부락 애국부인단 여편네가 데려갔다
일장기 날리며 갔다
만순이네 집에는
허허 면장이 보낸 청주 한 병과
쌀 배급표 한 장이 왔다
허허 이 무슨 팔자 고치는 판인가
그러나 해방되어 다 돌아와도
만순이 하나 소식 없다
백도라지꽃 피는데
쓰르라미 우는데


만순이라는 특정인물의 비극적 삶을 조명함으로써 민족사의 상처를 표현한 작품이다. 얼굴에 주근깨가 있지만 순수하고 곱게 생긴 만순이는 일제말기 비행지 꼬랑지 만드는 공장에 돈 벌러 가는 줄 알고 가지만, 정신대가 되어 끌려간다. 집에서는 그런 줄도 모르는데 면장은 만순이가 떠나간 것 대신으로 청주 한 병과 쌀 배급표 한 장을 보내온다. 그러나 해방이 되어도 백도라지꽃이 피어도 만순이의 소식은 없다는 내용의 시이다.

그런데 이것은 시 속의 이야기도 과거의 지난 이야기도 아니다. 지금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한국정신대 문제 대책협의회 등이 모여 지난 1992년 1월 처음으로 시작된 수요집회가 열리고 있다. 그리고 일본대사관 앞에는 시민들이 모금한 돈으로 위안부 소녀를 형상화한 동상이 세워져 있다.

소녀상을 제작한 조각가 김운성씨는 이번 광복절날 서울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035번째 수요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하루종일 장대비를 맞으며 집회를 했지만 할머니들의 넋을 달래고 위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며 “앞으로도 생존해 계신 할머니들이 오래도록 건강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고 한다. ( 자료출처 :강원도민 일보 2012.8.16)

                                      ▲ 일본 대사관 앞에 세워진 위안부 소녀상
                                     연합뉴스

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한 후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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