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이찰형(所以察形: 형상을 살필수 있는 것)

                                            - <껍데기는 가라>

명심보감 성심편에 보면 자왈(子曰) 명경(明鏡)은 소이찰형(所以察形)이요 왕자(往子)는 소이지금(所以知今)이니라는 구절이 있다. 이 뜻은 밝은 거울은 형상을 살필 수 있는 것이고 지나간 일은 이제를 아는 길이다는 것이다.

이 글은 밝은 거울이 얼굴을 살펴볼 수 있는 도구가 되는 것처럼 지나간 일은 미래를 알 수 있는 방법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시인 중에 신동엽이란 시인이 있다. 교과서에서 민족시인이면서 참여시인으로 배웠던 시인인데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라는 작품을 필두로 해서 1960년대에 활동했던 시인이다.

그가 1960년대 초에 발표한 산문에 <서둘고 싶지 않다>가 있다.  

내 일생을 시로 장식해 봤으면
내 일생을 사랑으로 채워봤으면
내 일생을 혁명으로 불질러 봤으면
세월은 흐른다 그렇다고 서둘고 싶진 않다

라는 구절이 있다. 이것을 보면서 누구보다도 그의 시의 화두는 시와 사랑과 혁명이었다고 할 수 있었던 시인이다. 그런 시인의 작품 중에 조동일이 참여시의 최고 단계라고 극찬했던 시가 있는데 「껍데기는 가라」이다.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이 시는 짧지만 우리나라의 근대에 있었던 역사적 사건들이 한꺼번에 다 나열되어 있는 시이다. 1연에서는 알맹이라는 단어를 통해 4.19의 순수한 정신을 추구하자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2연에서는 동학 혁명의 숭고한 정신을 추구하고자 한다.  3연에서는  아사달과 아사녀라는 인물들이 순수한 우리 민족의 모습으로 대변되어 허위와 가식을 벗어 버리고 순수한 모습으로 결혼이라는 모습을 통해 이념의 대립을 뛰어넘는 화합의 장을 형성하며 껍데기는 가라고 한다. 마지막 4연에서는 순수하고 깨끗한 민족애만 남아 쇠붙이 즉 민족 통일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을 넘어 분단 현실에 대한 극복을 소망한다는 시이다.

그러니까 이 시에서는 우리나라가 직면한 분단의 현실을 4.19정신의 순수함과 동학 혁명의 숭고한 정신이 바탕이 된다면 해결할 수 있다는 구체적 이야기를 하는 시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우리 역사가 다만 있었던 사실이 아니라 지금의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한 후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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