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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놀러 가지 않는다 - 늦게 온 소포

불원유( 不遠遊- 멀리 놀러 가지 않는다)

늦게 온 소포

명심보감 효행편 3장에 보면 자왈( 子曰) 부모재( 父母在)어시든 불원유( 不遠遊)하며 유필유방( 遊必有方)이나라는 구절이 있다. 이 말은 부모가 살아 계시면 멀리 놀러 나가지 않으며 놀러나감에 반드시 방소가 있어야 한다. 는 뜻이다.

의려지망( 倚閭之望)이란 말이 있다. 즉 어머니가 자식이 돌아오지 않으면 문에 의지하여 기다린다다는 뜻이다. 또 자식도 부모님이 어려서는 절대적이었지만 나이가 들면 부모 품을 떠난다. 하지만 그래도 늘 걱정된다.

누군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아는 이 마음에서부터 타인에 대한 사랑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서 효가 지금에 와서도 빛을 바라지 않는 것이 아닐까? 내일이면 벌써 오월이고 어버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많은 사람들이 선물 때문에 고민일 것이다. 이런 시가 있다.

늦게 온 소포

고두현

밤에 온 소포를 받고 문 닫지 못한다.
서투른 글씨로 동여맨 겹겹의 매듭마다
주름진 손마디 한데 묶여 도착한
어머님 겨울 안부,남쪽 섬 먼 길을
해풍도 마르지 않고 바삐 왔구나

올타리없는 곳에 혼자 남아
빈 지붕만 지키는 쓸쓸함
두터운 마분지에 싸고 또 싸서
속엣것보다 포장 더 무겁게 담아보낸
소포 끈 찬찬히 풀다 보면 낯선 서울살이
찌든 생활의 겉꺼풀들도 하나씩 벗겨지고
오래된 장갑 버선 한 짝
해진 내의까지 감기고 얽힌 무명실 줄 따라
펼쳐지더니 드디어 한지 더미 속에서 놀란 듯
얼굴 내미는 남해산 유자 아홉 개

「큰집 뒤따메 올 유자가 잘 댔다고 몃 개 따서
너어 보내니 춥울 때 다려 먹거라. 고생 만앗지야
봄 볕치 풀리믄 또 조흔 일도 안 잇것나.사람이
다 지 아래를 보고 사는 거라 어렵더라도 참고
반다시 몸만 성키 추스리라 」

헤쳐 놓았던 몇 겹의 종이
다시 접었다 펼쳤다 밤새
남향의 문 닫지 못하고
무연히 콧등 시큰거려 내다본 밖으로
새벽 눈발이 하얗게 손 흔들며
글썽글썽 녹고 있다

밤에 고향에서 어머니로부터 소포가 온다. 그 속에서는 유자 아홉 개가 들어 있었고 어머니로부터 온 사연이 함께 들어있다. 시인은 소포를 풀며 그동안 혼자 쓸쓸히 사시는 어머니에 대한 걱정과 서울살이의 고달픔을 하나씩 풀어낸다. 또한 편지에는 자식이 마음 고생하지 않고 몸 건강하기를 바라는 어머님의 마음이 들어있었다. 그것을 보면서 밤새 잠 못자고 어머님 생각에, 어머님 사랑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 보이는 시이다.

선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머님의 마음을 잊지 않고 늘 생각하면서 사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어떻게 사시나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 현대인들은 명심보감의 구절처럼 먼 곳에 가지 말라고 했는데 그것은 좀 어렵다. 그래도 어디를 가든 그 장소를 알려서 부모의 근심을 덜어드리는 동시에 언제든지 연락이 닿게 해야 해야 하지 않을까. 늘 전화라도 자주 드리자.

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한 후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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