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살펴야 한다. - 하급반 교과서

입력 2012-04-11 17:11 수정 2012-04-11 17:20


필찰언(必察焉: 반드시 살펴야 한다)

-하급반 교과서



명심보감 정기편에 보면 자왈( 子曰) 중(衆)이 호지(好之)라도 필찰언(必察焉)하며 중(衆)이 악지(惡之)라도 필찰언(必察焉)이니라 는 구절이 있다. 이 뜻은 뭇사람이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살펴야 하며 뭇사람이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한때 유행했던 광고 중에 '모두가 '예'라고 말할 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좋습니다.' '모두가 '아니오'라고 말할 때 '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좋습니다.' 라는 광고가 있었다. 아마 그때 그 광고는 주식에 관련된 광고였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이 명심보감의 구절과 같은 뜻의 광고가 아닌가 싶다. 즉 무슨 일이든 자신이 냉철하게 살피고 판단함으로써 현명한 길을 갈 것을 강조하는 것에 대한 교훈을 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하급반 교과서



                 김명수








아이들이 큰 소리로 책을 읽는다.

나는 물끄러미 그 소리를 듣고 있다.

한 아이가 소리 내어 책을 읽으면

딴 아이도 따라서 책을 읽는다.

청아한 목소리로 꾸밈없는 목소리로

"아니다 아니다!" 하고 읽으니

"아니다 아니다!" 따라서 읽는다.

"그렇다 그렇다!" 하고 읽으니

"그렇다 그렇다!" 따라서 읽는다.

외우기도 좋아라 하급반 교과서

활자도 커다랗고 읽기에도 좋아라

목소리 하나도 흐트러지지 않고

한 아이가 읽는 대로 따라 읽는다.







이 봄날 쓸쓸한 우리들의 책 읽기여

우리나라 아이들의 목청들이여




이 시는 하급반 교과서를 한 아이가 읽으면 아무 생각없이 딴 아이들이 따라 읽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런 모습을 나는 연민과 안타까움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다. 이것은 지배 권력에 의해 획일화된 삶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민중들의 모습을 풍자한 시라고 한다.



이 시도 앞의 광고처럼 그냥  다른 사람을 따라 읽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시이다. 남들이 한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그 문제의 본질과 향후 방향에 대해서도 따져보고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그것이 다른 사람과 달라도 그 다름이 나쁜 것은 아니다. 오늘날 대중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에 살다보니 남과 다름에 대해서 우리는 때로는 걱정을 한다. 그러나 남과 다르냐 아니냐가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그것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해봤고 아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명수(1945년~ )는 시인 아동문학가

경상북도 안동에서 출생 태어났으며 대구사범학교·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하고, 독일프랑크푸르트대에서 수학하였다. 197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었고, 1980년 첫 시집 《월식》을 펴냈으며, 절제된 문장으로 뛰어난 서정시를 많이 발표하였다.

제3회 신동엽창작상을 수상하여, 오늘의 작가상, 만해문학상, 해양문학상을 받았으며, 반시> 동인이다




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한 후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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