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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하게 묻다- 취화선

절문근사(切問近思: 간절하게 묻다 )
                                        -취화선

명심보감 근학편에 보면 자왈(子曰) 박학이독지(博學而篤志)하고 절문근사(切問近思)면 인재기중의(仁在基中矣)니라는 구절이 있다. 이 뜻은 널리 배우고 뜻을 도탑게 하며 간절하게 묻고 잘 생각하면 인은 그 속에 있다는 뜻이다.

취화선은 조선시대 단원, 혜원과 함께 조선시대 3대화가라고 일컬어지는 오원 장승업을 다룬 영화이다. 1850년대 김병문은 거지소굴 근처에서 거지패들에게 맞고 있던 어린 장승업을 구해주고 그의 재능을 알아보아 좋은 스승들을 많이 소개시켜준다. 그리고 그의 호를 지어주며 평생동안 그가 진정한 예술가가 되도록 조언과 도움을 준다.

오원은 화가로서 이름을 얻어 임금의 어명을 받아 궁궐에서도 그림을 그리지만 술에 취하여만 그 신기로 그림을 그리던 그는 결국 도망을 한다. 그리고 사랑했던 여인 매향과의 마지막 만남에서 장승업은 그녀가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볼품없는 그릇을 보며 깨달음을 얻고 도자기를 굽는 곳으로 가서 그 도자기 가마 속으로 들어가는데서 영화는 끝난다.

2008년 간송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을 본 적이 있다. 그때 그림에 대한 문외한이지만 그림을 보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아니라 참 좋다는 생각을 해 보았던 적이 있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그의 그림이 한층 더 이해가 잘되는 경험을 가졌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 명심보감의 구절에 있는 절문근사(切問近思)라는 뜻이 무엇인지 그때 알았던 것 같다. 절문근사(切問近思)는 간절하게 묻다는 뜻인데 처음에는 스승이나 아니면 그것에 관해 관련지식을 많이 아는 사람에게 자꾸 물어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장승업을 보면서 그 물어보는 대상이 바로 자기를 말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영화속에서도 보면 화가로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하자 어떤 사람이 장승업이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은 중국의 유명 화가들의 그림 그리는 방법 중에서 좋은 부분만 따서 그리기 때문에 당연히 잘 그린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오원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영화속에서는 한 에피소드로 술병을 들고 지붕위에 올라가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그의 고뇌를 표현하는데 그때 지나가던 선비가 “지붕위에 올라가서 그림이 되면 나도 올라가겠다”고 하며 한마디하고 지나가는 장면으로 처리되기도 한다. 또한 물 속에 뛰어 들어가는 것 등 자신만의 것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은 거의 광인과 같았다. 정말 자기한테 묻고 또 묻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한 획 또 한 획 그리고 또 그린다. 그런 그의 노력은 결국 자신만의 세계를 만든다.

또한 인재기중의(仁在基中矣)라는 뜻도 알 것 같았다. 화가로서 이름을 날리지만 그는 비천한 출신이고 배움이 짧았던 까닭으로 그림을 잘 그리는데도 불구하고 천시를 받는다. 왜냐하면 그 당시는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에 맞는 글을 함께 써 놓아야 그 그림이 가치를 인정받던 때이다. 그림이 단지 외형적 묘사가 아니라 마음속의 뜻을 그려내어야 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에도 굴하지 않고 정말 열심히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이런 노력과 함께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하는데 그런 그의 노력이 결국 미천한 출신이지만 벼슬도 받고 조선시대 최고의 화가로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적 영광뿐 아니라 그 당시는 일본과 청나라라는 열강 속에서 어지러웠던 세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지만 김병문의 말처럼  남의 힘을 빌어다가 만들려고 했던 세상이기에 실패로 끝났다. 또한  민중들도 벼슬아치들의 학정 속에서 고생하다가 동학농민운동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꿈꾸지만 결국은 실패로 끝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사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그의 그림은 희망을 주었고 즐거움을 주었다. 그것은 바로 인재기중의(仁在基中矣)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이 이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한 후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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