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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 성탄제

친 (親: 어버이)                             – 성탄제



명심보감 효행편에 보면 태공왈 (太公曰) 효어친 (孝於親)이면 자역효지(子亦孝之)하나니 신기불효(身旣不孝)면 자하효언(子何孝焉)이리오라는 구절이 있다. 이 뜻은 자신이 어버이에게 효도하면 자식이 또한 나에게 효도한다. 자신이 어버이에게 효도하지 않는다면 자식이 어찌 나에게 효도하겠는가 ? 라는 뜻이다.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다. 크리스마스하면 대부분 크리스마스트리, 캐롤송, 성당이나 교회, 뭐 그런 것들이 생각날 것이다. 20대 무렵에는 친구나 애인과 재미있게 보내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는 가족들과 함께 저녁이라도 먹으려고 한다. 나이에 따라서 조금씩 삶의 패턴이 달라지는 것 같다. 

그런데 요즘 다양한 종류의 가정이 나타나고 있다. 다문화 가정, 혼자 사는 가족, 편부 편모 슬하의 가족 등 그래서 드라마에서도 가계도가 참 어지러운 드라마가 많이 나온다. 그런 것들을 보면서 극적 흥미를 위한 하나의 이야기거리라고 하기에는 이미 너무 그럴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그래도 참 신기한 것은 사람들은 어쨌든 가족을 이루고 살려고 노력을 한다. 아마 기본적으로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런 가족들을 이어주는 기본적인 윤리가 바로 효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명심보감의 여러 구절에서 효도에 대해 그렇게 강조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성탄제

                                                         김종길

어두운 방안엔
빠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것이라곤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흐르는 까닭일까.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가 중학교인가 고등학교 때로 기억하는데 참 재미없는 시였다. 가난하고 시골이고 눈이 오는 날이라 병원을 가기가 어려운 것은 이해가 되지만 왜 아버지는 아이가 아픈데 산수유 열매를 따러 갔는지, 그리고 그것에 대한 기억이 어른이 되어서도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는지 잘 몰랐다. 근데 나중에 산수유가 해열 성분이 있는 열매이고 가을에 피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지금은 마치 한편의 영화같다는 느낌이 드는 시이다. 어린 아이가 방안에서 앓고 있고 거기에는 숯불이 피어있고 할머니가 정말 사랑과 연민과 애타는 마음으로 그 아이 옆을 돌보고 있는데, 아버지가 산수유 열매를 찾아와 아이를 살리는 것이다. 아버지는 그 겨울 눈이 많은 곳에서 산수유 열매를 찾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닐텐데 정말 아이에 대한 사랑으로 찾아왔을 것이다. 그날 밤이 아마도 성탄제의 밤이고 아버지는 아이에게 구세주와 같은 역할을 한 것이다.

그렇게 아버지의 사랑으로 살아난 내가 어른이 된다. 그 때의 아버지만큼 나이가 되어서 눈이 내리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서 그 눈을 보면서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것이다. 아버지의 사랑이 있고 할머니의 사랑이 있었던 때를 기억하며 지금의 서럽고 힘든 시절을 견딜 수 있는 힘을 받는다는 내용이고 그러면서 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을 그리워하는 시이다. 그리고 이 시의 배경이 되는 때는 크리스마스때였기에 아버지의 사랑이 구세주의 사랑과 마찬가지로 그 사랑의 크고 넒음을 설명해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어버이에게 효도를 해야 하는 이유를 이것보다 더 자세히 설명한 시도 없는 것 같다. 정말 모든 것을 다 주셨던 그 분들, 그래서 지금이 힘들어도 우리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되어주고 그리고 이것이 내가 그냥 받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자식들에게도 내가 어떤 자세를 보여주어야 하는지 무엇을 가르쳐 주어야 하는지 설명을 해 주는 시인 것 같다.

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했고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가족모티프와 근대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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