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하늘에 있다. - 수선화에게

재천(在天: 하늘에 있다.) – 수선화에게

명심보감 순명편에 보면 자왈(子曰) 사생(死生)이 유명(有命)이요 부귀(富貴)는 재천( 在天)이라는 구절이 있다. 이 뜻은 죽고 사는 것은 명에 있고 부하고 귀하게 되는 것은 하늘에 있다는 뜻이다.

올해도 벌써 한 해가 다 저물어 간다. 새해가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 그리 오래 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벌써 연말이다. 이맘 때 이 구절을 들으면 좀 위로가 된다. 올해 돈 많이 못 번 것도 내 탓은 아니고,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다 못해도 그건 다만 운명이 내 편이 아니라서 그런 것뿐이지 내 탓은 아니라는 위로가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이 외로운 것은 사실이다. 

근데 얼마 전에 서점에서 보니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라는 책도 나와 있는 것을 보고 모두가 그렇구나하는 생각을 한참을 했다.

정호승님의 시에도 그런 시가 있다.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이 시는 수선화에게 울지 말라고 하는 말로 시작을 한다. 수선화는 외로움에 가슴 아파하는 모든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그들을 위로하는 시이다. 또한 눈, 비등의 시어는 다른 시와 같이 고난과 역경을 나타낸다.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는 말을 통해 주어진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라는 자세를 나타내준다. 그리고“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는 구절을 통해 하느님이라는 절대적 존재 역시 외로움을 느끼고, 슬퍼한다 라는 의미로 외로움은 피할 수 없는 삶의 본질임을 토로하고 있는 시이다.

그런데 왜 수선화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연못에 비친 자기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물속에 빠져 죽고 그곳에서 수선화가 피었다는 그리스 신화 속에 나오는 나르시스라는 청년의 이야기에서 시상을 떠올린 것 일텐데,  왜 그 신화속의 이야기에서 출발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건 자기한테만 빠져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보다도 가장 외로운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작가는 하지 않을을까 생각해 본다.

 노력을 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 그래서 외롭다. 일이 잘되어도 열심히 일하다 문득 돌아보면 이것이 무언가 싶을 때가 있다.  혼자 늦은 저녁을 먹고, 때로는 사랑하는 가족에게 전화 와도 “나 바뻐. 나중에 이야기 해” 하면서 또 혼자 일하고 늦은 밤 귀가하는 모습.  이건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명심보감의 이 구절처럼 다 하늘의 문제일 수도 있으니  외롭지 않게 나뿐인 사람이 아니라 얼마 남지 않은 올해 외로움에 가슴 아파하는 사람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조금은 되어주는 것도 괞챦지 않을까 생각한다.

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한 후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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