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청한(一日淸閑: 하루라도 마음이 맑고 편안하다)

                                                                      - 산이 날 에워싸고

명심보감 성심편에 보면 일일청한(一日淸閑)이면 일일선(一日仙) 이라는 구절이 있다. 이것은 하루라도 마음이 맑고 편안하다면 그 하루는 신선이 되는 것이다 라는 뜻이다.

인생은 고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하루도 근심없는 날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라도 마음이 맑고 편안한 때가 있다면 그날이 바로 신선이 되는 날이라는 것이다.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 휴가철이 시작된다. 하루하루 바쁘고 정신없는 날들에서 한 번의 쉼표같은 시간이 휴가가 아닌가 싶다. 근데 가끔은 휴가도 일의 연장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는 것도 일이고, 못 간 사람은 못 간 사람대로 가족들에게 미안한 것도 같다. 그래도 살면서 휴가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록 멀리 짐을 꾸리고 떠나지는 않아도 때로는 휴가를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럴 때 가끔 읽어보는 시이다.

산이 날 에워싸고

                                               박목월

산이 날 에워싸고
씨나 뿌리며 살아라 한다.
밭이나 갈며 살아라 한다.

어느 짧은 산자락에 집을 모아
아들 낳고 딸을 낳고
흙담 안팎에 호박 심고
들찔레처럼 살아라 한다
쑥대밭처럼 살아라 한다

산이 날 에워싸고
그믐달처럼 사위어지는 목숨
구름처럼 살아라 한다
바람처럼 살아라 한다
이 시는 자연 속에서 평범하면서도 풍요로운 삶을 살고 싶어하는 시인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는 작품이다. 그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리며 가정을 꾸미고서 쑥대밭이나 들찔레처럼 순수하고 욕심 없는 삶을 꿈꾸는 것이다.

또한 이 시는 ‘산이 날 에워싸고’와 ‘살아라’ 한다는 구절이 반복한다. 이런 반복되는 상황은 일상적인 것에서 일탈하여 탈속의 공간으로 가서 평화롭고, 삶에 연연하지 않는 삶을 꿈꾸는 화자의 마음을 보여준다. 그런 마음이 바로 하루라도 마음이 평화로우면 그 하루는 신선이 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 잠시 한가롭게 쉰다는 것이 우리한테 필요한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박목월(1916~ 1978)

1916년 경상남도 고성 출생, 1940년 정지용의 추천을 받아 시《문장》에 〈길처럼〉을 발표하여 등단하였다. 1946년 김동리, 서정주등과 함께 조선청년문학가협회 결성했고, 조지훈, 박두진과 함께 《청록집》을 간행하여 청록파로 불린다. 1953년 첫시집 《산도화》를 간행하고, 1962년 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부임하였다. 이후 활발한 문학활동과 함께 1974년 한국시인협회 회장직을 맡는 등 문학단체에서도 활약했다.
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한 후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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