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따르는 자 - 참깨를 털면서

입력 2011-07-15 13:02 수정 2011-07-15 13:02


순천자(順天者: 하늘을 따르는 자 )

                                         -참깨를 털면서



명심보감 천명편에 보면 자(子) 왈(曰) 순천자(順天者)는 (존)存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亡)이니라 라는 구절이 있다. 이 뜻은 맹자(孟子)가 말하였다. “하늘을 따르는 자는 살고, 하늘을 거역하는 자는 망한다.”는 것이다.



과거에 동양에서는 선과 정의를 행하는 것을 천명에 순종하는 것으로 보고 악과 불의를 행하는 것을 천명에 거역하는 것으로 보았다. 쉽게 말해서 선과 정의가 바로 천도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에 혁명이 일어날 때마다 혁명에 성공한 자는 순천자로 자처하고 상대방을 역천자로 규정하였다.



대자연의 섭리는 선한 것이다. 역사를 통해서 악과 불의의 행동으로써 일시적인 성공을 거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와 같은 역천자는 곧 패망의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인간은 모름지기 선과 정의를 행함으로써 대자연의 섭리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경쟁사회, 능력 위주의 사회를 살고 있고 그래서 가끔 대박이나 로또 당첨 등을 꿈꾸면서 그것 때문에 위안도 받지만 그래도 그것은 한  여름밤의 꿈에 불과한 것이고, 나의 삶은 어려운데 남은 참 쉽게 인생을 산다는 생각도 해 본다. 남의 아이는 쉽게 크는 것 같고, 승진도 남은 쉽게 되는 것 같은데 내 일은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나에게 이 구절은 너무 많은 것에 욕심부리지 말고 순리대로 살아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해 주었다.



참깨를 털면서

                                                       감태준



산그늘 내린 밭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
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
한 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
세상사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
참깨를 털어 대는 일엔 희한하게 있는 것 같다.
한 번을 내리쳐도 셀 수 없이
솨아솨아 쏟아지는 무수한 흰 알맹이들
도시에서 십 년을 가차이 살아 본 나로선
기가 막히게 신나는 일인지라
휘파람을 불어 가며 몇 다발이고 연이어 털어 댄다.
사람도 아무 곳에나 한 번만 기분 좋게 내려치면
참깨처럼 솨아솨아 쏟아지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정신없이 털다가
‘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져선 안 되느니라.’
할머니의 가엾어하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 감태준, 참깨를 털면서, 창작과 비평사, 1977)





  이 시는 참깨를 털면서 느꼈던 것을 바탕으로 하여 쓴 시이다. 나는 도시에 살던 젊은 사람으로 그저 일을 빨리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일을 한다. 그래서 한 번을 내리치는데도 힘을 더해 많은 참깨를 털어낸다.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일확천금을 얻으려는 평소의 나의 삶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할머니는 이런 나와는 대조적으로 여유롭고 느긋하게 슬슬 막대기질을 한다.



그리고 할머니께서는 “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서는 안 되느니라.”라고 나를 꾸중하신다. 왜냐하면 모가지까지 털면 일을 다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모든 일을 성급하게 처리하지 말라는 뜻이며, 또 차근차근 순리에 따라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할머니의 지혜가 아닌가 싶다.



할머니의 참깨털기는 많이 터는 것이 아니라 참깨가 상하지 않도록 잘 터는데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런 자세가 선과 정의를 가지고 순리대로 노력하면서 살 때 모든 일은 잘 될 거라는 것을 보여주는 시가 아닐까 싶다.


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한 후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가상통화의 미래, 어떻게 생각하세요?

  • 현대판 튤립 투기이며 화폐로 인정받지 못할 것 802명 59%
  • 결제·지급 수단으로 인정받아 은행 대체할 것 554명 41%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