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빵꾸똥꾸 권고는 아주 씁쓸한 해프닝이다. 강제력이 없는 권고라 할지라도 방통위의 공식적인 조처라는 것은 유감이다. 방송에 대한 의견은 개인적으로 다를 수 있고, 사람에 따라선 호불호도 나눠질 수 있다. 그렇지만 방통위의 공식 조처는 신중했어야 한다. 일관성과 형평성도 필요하다. 빵꾸똥꾸에 대한 권고가 정당화되려면 우리나라 방송의 절반 이상은 권고 투성이가 될 것이다. 오히려 더 심한 막장 드라마는 이미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잡아 버렸다. 막장 드라마에 나온 정말 말도 안되는 상황은 빵꾸똥꾸에 비해선 수백배나 더 반사회적이고 비윤리적이고 위험하다.

참고로 앞서 말한 해프닝이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 시트콤에 나온 해리(진지희 역)의 "왜 때려, 이 빵꾸똥꾸야", "먹지마! 어디 거지같은 게 내가 사온 케이크를 먹으려고", "내 방에서 당장 나가" 등의 대사가 방송법 제 100조 1항을 위반했다며 권고조치를 내린 일이다. 이미 15세 관람가인 시트콤의 버릇없는 아이 캐릭터에 대한 수정을 권고하는 조처를 내린 셈인데, 이 자체가 시트콤인 듯 하다. 시트콤을 코미디로 보지 않고 너무 진지하게 봤나보다. 그리고 15세 관람가라는 것 자체가 15세 미만의 아이는 부모의 지도하에서 보게 한다는 것인데 부모들의 지도 능력 자체도 의심하고 있나보다. 아마 이런 사람들의 눈이라면 다른 코미디나 오락 프로그램 중에도 권고 내릴 구석이 꽤 많을 것이다. 빵꾸똥꾸 정도의 수준으로 권고를 내린다면 수많은 권고가 남발되어져야 한다.

백번 양보해 그들을 이해해보려 했다. 아마도 방통위는 시트콤을 너무 진지하게 보고, 극중 버릇없는 해리의 말버릇과 행동을 고쳐주고 싶었나 보다. 혹시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오'와 같은 프로그램과 혼동한 것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버릇없고 이기적인 애들은 요즘의 애들의 전형적인 모습 중 하나다. 하나밖에 없는 아이를 금지옥엽으로 키우다가 버릇없는 애들로 만들어내는 것은 이미 현실인 것이다. 시트콤에서 버릇없는 해리가 나온 것은 이미 시대상의 반영이다. 시트콤에서의 해리의 캐릭터를 바꾼다고 아이들의 버릇없음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버릇없는 아이는 억지가 아닌 이미 현실이고, 시트콤에서의 빵꾸똥꾸는 그것을 과장하여 보는이로하여금 웃지만 되돌아보게 만드는 것일 거다. 정말 착하던 아이들이 빵꾸똥꾸 때문에 버릇없는 아이가 되버리겠나? 캐릭터가 착해진다고 버릇없던 아이들이 착해지겠나?

방송에선 그동안 수많은 막장 드라마와 리얼과 재연으로 포장된 거침없는 프로그램들, 심지어 막장보다 더 심한 정치권 뉴스도 더욱 거침없이 나온다. 이들 중에선 권고를 받아도 무시하고 계속 나오는 경우도 있고, 권고보다 더한 시정조치나 사과명령을 받기도 했을텐데 별로 달라진건 없다. 오히려 더욱더 막장 드라마가 넘친다. 빵꾸똥꾸는 그나마 재미라도 있고 말이라도 되지, 막장 드라마의 설정은 도무지 말도 안되는거 아니던가.
그리고 뉴스에선 국회에서 싸우는 것이 워낙 익숙하다보니 지방의회에서도 그걸 봤는지 잘 싸운다. 경기도 의회의 몸싸움 장면을 보고 처음엔 국회인 줄 알았다. 그런데 경기도 의회임을 알고 나선 더 씁쓸했다. 배울게 없어서 저런것도 잘 배웠구나 싶어서다. 의회 공간에서 모여서 몸싸움하는 것만큼이나 나쁜 영향을 줄 방송이 또 어디있을까?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부정이자 대화가 아닌 주먹과 힘으로 다투는 모습은 절대 애들에겐 보여줘선 안된다. 아주 비교육적이다. 그런걸 보는 아이들에겐 어른들 말이 먹히기나 할까. 아마 속으론 애들이 어른들보며 '니들이나 잘해라' 할지도 모르겠다. 너무 많이 봐서 무감각해질 정도인데 그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이젠 뉴스에도 15세 관람가 이상을 붙이거나, 정치권 뉴스에 대해선 권고도 수시로 내려야 한다. 지금의 방통위 라면 그래야 더 설득적이지 않겠나. 그러려면 방통위 참 바빠지겠다.
빵꾸똥꾸 해프닝과 레트로 트렌드의 묘현 결합을 상상해본다. 레트로는 패션과 유행이 재유행된다는 말로서, 과거의 향수와 추억이 묻어나는 상품이나 스타일이 다시 관심을 받는 것을 말한다. 이른바 복고 유행인 셈인데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이 많나 보다. 최근 몇해간 대중문화에서나 마케팅에서나 레트로는 주요한 트렌드가 되고 있다. 경기침체시기에 지금보다는 좀더 좋았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의 심리적 회귀욕구도 복고풍을 부추겼다.
요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도 레트로 트렌드를 따르려고 했는지 하나의 해프닝을 만들어냈다. 과거엔 시시콜콜한 방송심의가 많았고, 한때 방송검열도 존재했었다. 그 아련한 기억을 누군가는 그리워했는지 모르겠다. 더 앞으로 나가지는 못하더라도 뒤로 물러나선 곤란한데 이번 방통위의 해프닝은 좀 씁쓸하다. 코미디는 코미디로 봐야지, 넘 진지한건 아닌가 싶다.

저러다가 모범생들만 등장하는 드라마나 시트콤만 나오고, 코미디에서 정치나 시사적인 얘길 꺼내는 것이 다시 금기가 되는건 아닌지 하는 말도 안되는 걱정도 해본다. 너무 경직된 태도이자 시시콜콜한 개입을 하려는 사람들이 있는한 말도 안되는 걱정도 걱정이 된다. 그냥 이 모든걸 레트로 트렌드 탓으로 돌리고 싶다. 왜냐면 예전에는 그랬으니까. 예전에는 정말 그런 시절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것이 편하겠다. 레트로 트렌드에 책임을 떠넘기는게 속편하겠다. 그래야 말도 안될 웃기고 씁쓸한 해프닝을 그나마 쿨하게 넘기지 않겠나. 에잇!! 레트로!! 다 네탓인거다! 억울해도 그냥 그렇게 알고 있어라!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www.digitalcreator.co.kr)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에서 연구와 저술, 컨설팅, 강연/워크샵 등 지식정보 기반형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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