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념농부지고(每念農夫之苦: 농부의 노고를 생각하라)

                                      - 이 사진 앞에서




 명심보감 성심편에 보면 고종황제어제왈(高宗皇帝御製曰) 일성지화(一星之火)도 능소만경지신(能燒萬頃之薪)하고 반구비언(半句非言)도 오손평생지덕(誤損平生之德)이라 신피일루(身被一縷)나 상사직녀지로(常思織女之勞)하고 일식삼손(日食三飱)이나 매념농부지고(每念農夫之苦)하라 구탐투손(苟貪妬損)이면 종무십재안강(終無十載安康)이요 적선존인(積善存仁)이면 필유영화후예(必有榮華後裔)니라 복연선경(福緣善慶)은 다인적행이생(多因積行而生)이요 입성초범(入聖超凡)은 진시진실이득(盡是眞實而得)이니라




 ≪고종황제어제(高宗皇帝御製)≫에 말하였다. “한 점의 불티도 능히 만경(萬頃)의 숲을 태우고, 한 마디 그릇된 말이 평생의 덕을 허물어뜨린다. 몸에 한 오라기의 실을 걸쳐도 항상 베 짜는 여자의 수고를 생각하고, 하루 세 끼니의 밥을 먹어도 농부의 노고를 생각하라. 구차하게 탐내고 시기하여 남에게 손해를 끼친다면 마침내 10년의 편안함도 없을 것이요, 선(善)을 쌓고 인(仁)을 보존하면 반드시 후손들에게 영화가 있으리라. 행복과 경사는 대부분이 선행(善行)을 쌓는 데서 생기고 범용을 초월하여 성인(聖人)의 경지에 들어가는 것은 모두 진실한 데서 얻어진다는 뜻이다.


이것은 세상은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님을 가르치는 구절이 아닌가 싶다. 하루 세 끼니의 밥을 먹으면서도 농부들의 공과, 옷을 입어도 그 옷을 만든 사람들의 수고를 생각하면서 모두가 선하고 어질게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구절이라고 생각한다.




 이승하 시인의 시 중에 이런 시가 있다.






식사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교인을 향한
인류의 죄에서 눈을 돌리는 죄악을 향한
인류의 금세기 죄악을 향한
인류의 호의호식을 향한
인간의 증오심을 향한
우리들을 향한
나를 향한

소말리아
한 어린이의
오체투지의 예가
나를 얼어붙게 했다
자정 넘어 취한 채 귀가하다
주택가 골목길에서 음식물을 게운
내가 우연히 펼친  『TIME』 지의 사진
이 까만 생명 앞에서 나는 도대체 무엇을





 이 시는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이웃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무관심과 이기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또한 그러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반성하는 시이다.


 사진이 없었다면 이 시가 그렇게 강한 메시지를 전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사진속의 아이는 마치 절하는 것처럼 보이는 데, 그것은 굶주려서 기진한 모습이다. 그리고 역시 굶주린 어른의 손이 아이를 일으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손은 보면 마치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인은 이 사진을 글로써 다시 한번 사람들의 위선과 고통받는 이웃을 외면하는 이기주의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인류에서 우리들에게서 나로 향하면서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의 문제이고 그래서 그것에 대해 더욱 반성하고 참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이 세상은 함께 사는 세상이라는 것, 모든 것이 다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라는 것, 그래서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나를 잘 살게 한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승하 ( 1960- ) 시인, 경북 김천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하과 졸업 ,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화가 뭉크와 함께' 당선하였으며 현재 중앙대학교 예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  

     
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한 후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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