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당신이 정말 CEO가 되고 싶다면!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1995년 BMW코리아의 임원 입사 제안을 받고 다른 후보들과 독일에서 면접을 보게 되었다. 대개 최종 면접이 그렇듯, 후보들은 모두 쟁쟁한 사람들이었기에 누가 뽑히더라도 회사로서는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었다. 김효준 사장은 증권, 보험, 제약 업계를 거쳤지만, 수입 자동차 업계는 처음이었다.
그는 면접장에 다른 후보들과 달리 ‘한국의 수입차 시장 현황’이라는 80여 쪽짜리 두툼한 보고서를 준비해 갔다. 보고서를 검토한 본사에서는 김 사장을 BMW코리아 상무이사로 영입했고, 이후 그는 1999년에 부사장을 거쳐 2000년에 대표이사 사장이 되었다. 2003년에는 독일BMW그룹의 등기임원이 되기도 했다. 본사 임원 중 유일한 아시아인이라는 것도 특징적이지만 BMW 해외 지사의 사장이 본사의 등기임원이 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김효준 사장은 초고속 승진의 사례이기도 하다. BMW코리아의 사장이 된 것이 40대 초반이고, 외국계 제약회사인 한국신텍스에서는 30대에 이미 이사와 대표이사를 거쳤다. 남들이 대리나 과장직에 있을 때 그는 이사와 사장직에 있었던 것이다. 과연 그의 성공에는 어떤 비결이 숨어 있는 것일까?
많이 알려져 있다시피 BMW코리아의 상무이사가 되기 전까지 그의 최종 학력은 고졸이었다. 이후 대학을 다니고 박사 학위까지 받았지만, 그의 입사 및 초고속 승진에 그 학력이 작용한 것은 전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의 성공 비결에서 학력은 제외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물론 그가 유독 외국계 회사에서만 일을 한 이유가 학력 때문이기는 하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가치를 드러낼 곳으로는 학력지상주의 사회인 한국보다 외국계 회사가 유리했기 때문이다.
김효준 사장이 여러 신문 인터뷰에서 자신의 성공 요인을 물을 때 자주 인용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가 한국신텍스의 경리부 차장으로 있을 때, 당시 미국인 사장이 김효준에 대해 쓴 인사고과 평가서를 우연히 봤다는 것이 그것이다. 사장은 인사고과 평가서에 ‘차기 사장으로서 자질이 있다’고 그를 평가하며, 그 근거로 다방면에 실무 경험이 있다는 것과 지극히 상식적이어서 균형 잡힌 사고와 행동이 안정감을 준다는 것,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 문제 파악과 해결, 설득 능력이 남다르다는 것을 제시했다고 한다.
사장이 평가했던 그의 그와 같은 능력은 매력적인 페이퍼 파워로도 발휘되었다. 그는 <나의 꿈은 Global GEO>(2003)라는 책을 출간한 바 있고, 2007년에는 박사 학위 논문인 ‘지식 이전의 흡수 능력과 동기 부여에 관한 연구’로 한국국제경영학회에서 우수 논문상을 받기도 했다. 페이퍼 파워는 김효준 사장의 입사, 승진, 경영성과 증대, 그리고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에서 모두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 저장 장치 전문 업체인 이메이션의 코리아 CEO를 거쳐, 2007년부터 전 세계 이메이션 브랜드를 총괄하는 글로벌 브랜드 총괄 대표를 역임하고 있는 이장우도 페이퍼 파워를 가진 경영자다. 다수의 책을 낸 저자임과 동시에 매체에 칼럼도 많이 기고하는 그는 독서 경영 신봉자이기도 하며, 직원들의 도서 구매비는 무제한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그의 페이퍼 파워가 발휘된 것은 그가  첫 CEO가 되던 1996년이었다. 당시 그는 한국3M의 부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는데, 이메이션코리아의 사장 채용 공고를 접하고 3M의 미국 본사 임원에게 ‘내가 이메이션코리아의 사장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담은 장문의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이메이션은 3M의 계열사다). 그 장문의 페이퍼가 그로 하여금 이메이션코리아의 CEO가 되는 데 일조했음은 물론이다. 시의적절한 페이퍼는 매우 강력한 힘이 됨을 다시금 보여 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실제로, CEO나 임원의 96%가 ‘자신의 보고서 작성 능력이 승진에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해 보고서 작성 능력이 승진의 필수 요소임을 보여 준 조사 결과도 있었다.

이직을 위해 면접을 보려는 지인들에게 필자는 늘 ‘그 회사에 정말 입사하고 싶다면 그 회사를 분석한 보고서나 그 회사를 위한 제안서 등을 하나 준비해 가라’고 당부하지만, 실제로 실천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김효준 사장의 사례에서 보듯이, 잘 준비한 보고서 하나는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된다. 물론 김효준 사장이 능력도 없는데 보고서만으로 CEO가 된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면접이라는 평가의 자리에서 보고서가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을 것이라는 점이다. 면접 때 준비해 간 보고서가 주는 1차적인 메시지는 지원자의 태도와 성의다. 면접관 입장에서는 입사에 대한 지원자의 강한 의지와 열정, 성의를 느낌과 동시에, 보고서의 내용에서 지원자의 전문성과 준비성도 가늠할 수 있다. 때문에 지원자 입장에서는 짧은 면접 인터뷰에서는 보여 주기 어려운 실력과 신뢰, 열정 등을 보고서 하나로 강력하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경력직 이직이나 임원급 채용 인터뷰를 해야 할 상황이 된다면 보고서 준비를 절대 잊지 말길 바란다. 당신이 정말 최종 합격자로 선택되고 싶다면 말이다!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www.digitalcreator.co.kr)

* 상기 칼럼은 <머니투데이>에 필자가 연재하던 칼럼에서도 다뤘던 내용임을 밝힙니다. 아울러 본인이 쓴 책 <페이퍼파워 (살림, 2009. 9)>에 소개된 내용이기도 합니다.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에서 연구와 저술, 컨설팅, 강연/워크샵 등 지식정보 기반형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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