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안으로 어진 부형이 없다면 ?-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내무현부형(內無賢父兄:안으로 어진 부형이 없다면?)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명심보감 훈자편에 보면 여형공왈(呂滎公曰) 내무현부형(內無賢父兄)하고 외무엄사우(外無嚴師友)요 이능유성자 선의(而能有成者 鮮矣)니라라는 구절이 있다.


이 글은 여형공이 말하였다. 안으로 어진 부형이 없고 밖으로 엄한 사우가 없이 능히 성취한 자는 드물다 라는 뜻이다.


즉 사람이 큰 인물을 이루는데는 무엇보다도 가정에서는 어진 부형이 있어 올바른 길로 인도해주고 뒷받침해주어야 하며 밖으로는 엄격한 스승이 있어 일깨워주고 지식을 넣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구절을 보면서 요즘 아버지들의 모습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이상국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부엌에서 밥이 잦고 찌개가 끓는 동안

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굴며 장난을 치자

나는 벌 서듯 너무 밖으로만 돌았다

어떤 날은 일찍 돌아가는게

세상에 지는 것 같아서

길에서 어두워지기를 기다렸고

또 어떤 날은 상처를 감추거나

눈물자국을 안 보이려고

온몸에 어둠을 바르고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일찍 돌아가자

골목길 감나무에게도 수고한다고 아는 체를 하고

언제나 바쁜 슈퍼집 아저씨에게도

이사 온 사람처럼 인사를 하자

오늘을 일찍 돌아가서

아내가 부엌에서 소금으로 간을 맞추듯

어둠이 세상 골고루 스며들면

불을 있는 대로 켜놓고

숟가락을 부딪치며 저녁을 먹자


(이상국,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 창작과 비평, 2005.)

아버지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시이다. 현대의 경쟁사회 속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늘 고군분투하는 모습, 그런 상황 속에서 때로는 상처받고 힘들지만 가족들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하고 혼자 감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가족들이 있어 위안을 받고 힘을 얻는 모습이 표현된 시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한 예능 프로그램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한 초등학생의 시가 한참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적이 있다. 그 시는  <아빠는 왜> 라는 제목의 시인데 엄마도 냉장고도 강아지도 모두 있어서 좋은데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는 시이다. 많은 아버지들이 이것을 보고 아이들의 눈치를 봤다는 글도 가슴 한쪽이 서늘해져 온다는 글도 올라왔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옛날에 우리 아버지도 친구들의 아버지들도  모두들 집에는 별로 안 계셨던 걸로 기억한다. 밖에서 일이 먼저였고 가족들은 그런 아버지가 많은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집에 있으셔도 별로 말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서로 말이 없어도 알 수 있었던 부분이 참 많았다. 가족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로가 감싸주고 말 안해도 이해해주는 것, 또한 그런  아버지들이 있어 우리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다고 믿었고 그러면서 아버지의 자리는 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에서  아버지는? 명심보감의 이 구절에서는 좋은 아버지가 되어야 하는 이유와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좋은 자식을 키우기 위해 아버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우리들은 아버지의 자리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 그리고 아버지들의 자리를 다시 찾아 주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 아닌가 싶다. 

이상국 ( 1946-    )

1976년에 『심상』지에 <겨울 추상화>가 당선되어 등단하였으며 <동해별곡(東海別曲)>,<내일로 가는 소>, <우리는 읍으로 간다>, <집은 아직 따뜻하다>,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등의 시집을 출간하였고 백석문학상. 민족예술상. 유심작품상 수상하였다.


 

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한 후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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