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스스로 바쁘게 움직인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공자망(空自忙: 스스로  바쁘게 움직인다. )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명심보감 순명편(順命篇)에 보면 만사(萬事)가 분이정(分已定)이어늘 부생(浮生)이 공자망(空自忙)이니라라는 구절이 있다. 이것은  모든 일은 분수가 이미 정해져 있는데, 세상 사람들이 스스로  바쁘게 움직인다는 뜻이다.


며칠 전 추석이어서 똑같은 일상과는 다르게 하루를 보냈다. 늘 바쁘다. 때로는 왜 바쁜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는데 참 바쁘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바쁘게 사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바쁘다.  이런 것에 대해 현대인들의 삶에 쉼표같은  생각이 드는 영화가 있다.  압바스 카아로스타미 감독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라는 영화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이란의 초등학생인 아마드는 자기 짝 네마자데가 숙제를 해 오지 않아 선생님에게 혼나는 것을 본다. 그리고 선생님은 다음부터 공책에 안하면 퇴학을 시키겠다는 말을 한다. 짝이  그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펑펑 우는 모습을 본다. 근데 하교 후에 아마드가 집에 와서 숙제를 하려고 공책을 꺼냈는데 실수로 네마자데의 공책을 가져온걸 알게 된다. 아마드는 공책을 갖다 주기 위해 네마자데가 산다는 마을로 친구의 집을 찾아나선다. 영화는 1시간 남짓 이 아이가 친구의 집을 찾아 갈짓자형 지그재그 산길을 오가는 모습을 거의 다큐멘터리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보여준다.


아마드는 계속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이 집에도 물어보고 저 집에도 물어보고, 그 동네 사람들의 안내도 받으나 친구의 집을 찾지 못한다. 그 마을에는 네마자데라는 이름이 워낙에 흔해서 결국 찾지 못한다.


다음 날 아침 평소처럼 선생님은 숙제검사를 하는데 뒤늦게 아마드가 왔고 숙제 검사를 하기 직전 네마자데에게 공책을 건네준다. 그때 그 장면을 보면서 네마자데가 큰일났다고 생각했으나 다행히 숙제는 되어 있었다. 아마 아마드가 친구대신 숙제를 해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숙제검사 끝나고 나서 공책을 살펴보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작은 꽃잎이 끼워져 있는 것으로 끝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길과 마지막 장면의 꽃잎이었다. 우선 길에 대해 생각해보면 아마드가 친구를 찾기 위해 부지런히 오르고 내리던 길은 바로 인생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서, 때로는 소위 말하는 목표라는 지점을 위해서 부지런히 간다. 아마드가 그 친구의 집을 찾기 위해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근데 그의 여정이 참 바쁘기는 했지만 어찌 보면 쓸데없는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도 못 만났고 숙제는 자기가 다했으니 말이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그래 모든 것은  어쩌면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여기서 이야기가 끝났다면,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산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하는 회의가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중에 꽃잎이 끼워있는 공책을 보면서 바로  저것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아마드가 네마자데의 공책에 끼워 넣은 그 작은 꽃잎은 살면서 노력을 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공책속에 꽃잎 하나를 꽃아 두는 것 같은 여유가 필요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한 후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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